출근이 ‘덜’ 괴로운 직장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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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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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 민주주의, 직장 민주주의 인증제 도입 강조

[인터뷰] 우석훈 박사

<88만원 세대> 저자, 우석훈 경제학 박사가 직장 내 괴롭힘을 극복할 대안으로 ‘직장 민주주의’를 제시했다. 우 박사는 지난해 말, 36번 째 책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한겨레출판)을 냈다.

우 박사는 직장 민주주의를 “군대식 상명하복을 극복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그는 “직장을 천국처럼 만들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고백한다. 대신 “지금보다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며 그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한겨레출판
ⓒ한겨레출판

‘직장 민주주의’란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주말에 회사에서 등산가는 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 우리나라밖에 없다. 아버지가 등산가자고 하면 같이 가는 아들 없다. 회사에선 싫어도 한다. 등산 말고도 퇴근 후 카카오톡 업무 지시, 회식, 일을 지시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싫다고 하면 알아들어야 하는데, ‘싫은 게 어딨어’식이다. 사회는 이미 바뀌었다. 회사만 남았다.”

기존의 논의들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

“‘갑질’이란 표현이 시원하긴 한데, 대한항공 조현아 내지는 조현민처럼 이상한 개인들의 문제로만 보게 한다. 멀쩡한 사람이 있었으면 그런 일이 안 벌어질 것처럼. 스웨덴에는 선한 상사들만 있는 것인가? 그렇진 않다고 본다. 직장 민주주의는 일부 또는 작은 관행 몇 가지만 바꾸자는 얘기가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어떤 걸 할 것이냐, 큰 그림을 그린다는 데 차이가 있다”

회사가 지옥이 된 이유가 어디에 있나?

“박정희 이후 군대식 문화가 사회 전체적으로 강조됐다, 여기에 공채를 통한 선후배 문화가 더해져, 더욱더 군대 사회가 됐다. 군인의 권위와 선배의 권위를 모두 가진 꼴통이 등장한 것이다. (하급자의) 영혼을 지배할 정도다.”

팀장 민주주의?

“우리는 팀장을 교육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나쁜 놈 걸리면 재수 없다’는 식이다. 나쁜 놈이 좋은 놈 되라는 건 아니다. 적어도 그 자리에 있는 동안만큼은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교육이 필요하다. ‘욕하지 마라’, ‘감정적으로 무시하지 마라’ 간단히 환기만 시켜도 달라지지 않겠느냐. 팀장 몇 명이 기분 나쁘고 피곤은 하겠지만 나머지 사람들이 편해지는 일이다.”

‘직장 민주주의 인증제도’를 해결방법으로 제시했다.

“전에 없던, 엄청나게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자는 게 아니다. 여성가족부가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들에 ‘가족친화인증’을 부여해 혜택을 주는 제도와 비슷하다. 회사 문제니까 팀장 교육 매뉴얼 등 관련된 내용을 담아내면 된다. 공공기관은 바로 하면 되고 민간도 정부 지원금을 받는 곳부터 차근히 시작하면 된다. 노동조합이 주도해도 상관없다. 제일 많은 경험과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으니까. 다만 시작할 때 회사 측과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잘 될까?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손해를 감수하는 변화가 아니라 이득이 되는 변화기 때문이다. 자본도 팀장이 괴롭혀서 일 잘하는 직원이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복지는 자그마한 항목이어도 돈이 든다. 그에 비하면 직장 민주주의는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사람의 기분도 좋아지고 생산성도 좋아질 수 있다.”

직장 민주주의와 기업의 생산성은 어떤 관계가 있나?

“전혀 다른 생각과 의견들이 밑에서 죽지 않고 의사결정 최종 단계까지 갈 수 있는 것. 그것이 경제의 핵심이다. ‘포디즘(Fordism)’이라고 하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체계에서는 표준화가 제일 중요했다. 이제는 ‘뮤턴트(mutant, 돌연변이)’가 필요하다. 트렌드를 선도할 것이지만, 아직은 별것이 아닌 것. 표준공정에선 나오지 않는다. 전 세계가 그렇게 경쟁한다. 그런데 새로운 아이디어 내면 욕할 것 아닌가. 그러니까 누가 얘기를 하나. 모두가 입을 다물고 앉아 있다. 한 두 회사가 아니고 구조 전체가 그렇게 갇혀 있다.”

상사의 성희롱이나 막말 등에 딴죽을 거는 용감한 돌연변이 사원이 해고를 당하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사상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출발이다. 범법을 저지르지 않는 한 괴롭혀선 안 된다. 회사에 해를 끼치지 않는데 괴롭힌다는 것. 조용히 망해간다는 의미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괴롭힘 금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주의 주는 것으로 풀릴까. 사회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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