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협 국회의원, “‘노동존중 사회’ 될 때까지 더 잘하겠다”
김경협 국회의원, “‘노동존중 사회’ 될 때까지 더 잘하겠다”
  • 정다솜 기자
  • 승인 2019.08.07 10:33
  • 수정 2019.08.07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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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③ 노동계 출신 의원 연쇄 인터뷰 -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노동운동 20년 경력 노사관계 전문가

노동계가 국회에 진출하는 이유

2016년 봄. 20대 총선이 있었다. 20대 총선에서 우리가 주목할만한 점은 노동계 출신 인사가 역대 최다 규모로 국회에 입성했다는 것이다. 노동계 출신 인사들은 매번 총선 때마다 국회 입성을 위한 문을 두드린다. 이유가 뭘까?

<참여와혁신>은 노동계가 국회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에 대해 들어보고자 했다. 그래서 양대 노총의 각 산별대표자와 노동계 출신의 20대 국회의원을 찾아 질문을 던졌다. 기꺼이 취재에 응해준 노동계 인사와 국회의원에 감사를 전하며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이 왜 필요한가요?”

금속공장 선반공 출신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년 가까이 경기 부천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오랜 기간 노동운동을 하며 부천지역 전반에 대한 노동문제로 시야가 넓어졌다. 부천지역노사정위원회를 만든 이유다. 전국 최초의 노사정 거버넌스였다. 노사관계 전문가로 입소문이 났다. 참여정부 시절 사회조정비서관으로 영입됐다. 그가 정치에 디딘 첫발이었다.

노동계 출신 노사관계 전문가로 정치권에 입문한 김경협 의원은 이제 재선 의원이다. 19대, 20대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하면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노동계에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그는 답변의 끝에 같은 말을 반복했다. “더 잘하고 싶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노동계 출신 의원이다. 노동운동을 어떻게 시작했나?

대학 4학년 때인 1985년 학생운동으로 약 2년간 복역했다. 6월 민주항쟁 이후 이른바 ‘6.29 특별사면’으로 사회에 나왔다. 밥벌이가 막막했다. 다행히 부산기계공고를 졸업해 선반정밀가공기능사 자격증이 있었다. 중소기업이 많은 경기도 부천지역 금속가공 회사에 취업했다. 그 무렵 중·대규모 회사에서 기업별 노동조합이 활발하게 만들어졌다. 중소기업 금속 노동자들끼리 마냥 부러워하다가 뜻있는 이들끼리 모여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부천지역금속노동조합이다. 최초의 지역단위 소산별 노동조합이었다. 당시 지역노조는 낯선 조직형태였다. 조합원 수가 1,000명에 이를 정도로 상당한 규모였다.

노동운동을 시작하고 어디에서 어떤 활동을 했나?

20년 가까이 부천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금속가공 회사에서 만든 노동조합에서 사무장과 위원장을 지냈다. 1994년에는 지역노총(부천지역 금속노조) 위원장을 맡아 지역단위 노동운동을 이끌었다. 지역차원의 노사문제를 더 잘 해결하고 싶단 고민은 자연스러웠다. 전국 최초로 꾸려진 노사정 거버넌스인 부천지역노사정위원회의 탄생 배경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1999년, 경영계와 부천시를 설득해 노사정위원회를 꾸렸다. 주로 지역사회에 만연한 경영계의 부당노동행위 근절, 정리해고에 따른 지역단위 고용안정 방안 마련, 일자리 창출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몸담았던 노동계에서 정계로 진출한 계기는 무엇인가?

참여정부 출범 이후 2005년 철도노조 파업,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노정관계가 어려움에 빠지자 추천을 받아 청와대에 들어갔다. 부천에 뿌리내린 지역노사정위원회 모델이 회자된 모양이다.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노사정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정치를 피하면 사회개혁은 없다.”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계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마디 때문이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지금의 지역구인 부천시 원미구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2012년과 2016년 당선됐다.

국회 의정활동을 해보니 노동계 경력이 어떤 도움이 됐는지 궁금하다.

노동운동을 하며 미조직, 비정규직, 영세중소사업장 노동자와 사용자가 처한 어려운 현실을 몸으로 배웠다. 다양한 사회 문제를 약자의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길렀다, 또한 노동법률 상담부터 영세사업주와의 교섭, 지역노사정위원회 등에선 이해당사자 간 입장 차이를 좁혀나가는 실력을 쌓았다. 노동조합 활동으로 키운 이해 조정 능력이 정치활동을 하는 데 큰 자양분이 됐다. 정치의 핵심은 갈등 조정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사회현상에 분명한 문제의식을 갖고 이해관계자 간 합의를 이끌어내는 활동이다. 갈등 조정 능력을 갖춘 노동조합 간부들이 더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을 하길 바란다.

노동계에서는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들에게 노동계에 힘을 실어주는 정책 및 입법 활동을 바란다. 노동계 기대와 달리 실제 활동을 하면서 겪은 어려움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노동정책에는 고용노동부보다 기획재정부가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되자마자 노동계 출신으로서 환경노동위원회 활동을 자처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 초기 시간제일자리를 확산해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정책에 대해 환노위에서 비정규직 양산과 일자리 질 저하 문제를 지적하고 고용노동부에 개선책을 촉구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고용노동부는 나 몰라라 하고 기획재정부 차관이 고용노동부를 포함한 전 부처 차관들을 불러놓고 2주마다 ‘고용률 70%’ 달성 대책회의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깜짝 놀랐다. 노동문제는 경제정책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고는 해결방안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다. 19대 국회 하반기에는 환노위를 떠났다. 돌고 돌아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20대 노사·고용정책의 근본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여당 입장에서 정책당국을 견인하고 있다.

20대 국회 의정활동을 하면서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노동계 현안은?

소득주도성장은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 소득불평등 해소,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 등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다. 국회 기재위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전반을 점검하고 이행상황 등을 살피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22개의 세부정책으로 구성된다.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확대, 아동수당 지급, 기초연금 확대, 보육료 경감,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 노동자 간 임금격차 해소 등 노동자와 직결된 고용 현안들이다. 정책의 방향과 예산은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관계부처 간 협의를 거쳐 진행되지만 사실상 기획재정부가 컨트롤타워다. 지난해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는 기재부가 총괄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22개를 각각 심층 분석해서 정책별 개선과제들을 제기했다. 올해 국정감사에도 22개 정책의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개선과제를 기획재정부에 제기할 예정이다.

스스로에게 이번 의정활동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을 주고 싶나?

스스로 점수를 매기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노동계에서는 ‘김경협, 잘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고 들었다. 환노위에서만 안 보일뿐 기재위와 국회 남북경협특위 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으로서 내년 총선에서는 경기도 62개 선거구에서 모두 당선자를 배출하겠다는 목표로 손발에 땀이 마를 날이 없다. 당 수석사무부총장으로서 당 전체의 예산과 인사는 물론 당내 모든 조직문제를 책임지고 있다. 이런 활동에 대한 평가는 내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안정적 의석을 확보해서 문재인 정부와 소득주도성장정책의 성공을 견인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내년 총선까지 더 열심히 뛰겠다.

노동계에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

노정관계가 문재인 정부 초기에 비해 껄끄러워졌다. 최저임금,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지체, 사회적 대화의 중단 등 노동계 입장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이 있다. 충분히 공감한다. 반면 정치권에서 보면 노동계에 아쉬운 점도 있다. 특히 노동계 출신 여당 국회의원의 입장에서 노동계의 문제 해결 방식이 아쉽다. 양대 노총 구분 없이 대안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노동계가 가진 다양한 네트워크 자산을 과감하게 활용했으면 한다. 정부의 노동정책은 관료뿐만 아니라 경제계, 여야 정당, 국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의 역학구도에 따라 결정되고 집행된다. 이해관계자들의 견해와 입장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고립과 견제, 견인을 구분해서 이해당사자별 맞춤형 대응에 더 과감하게 나섰으면 한다. 저도 힘이 다할 때까지 돕겠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는 아직 깃발을 내리지 않았다(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미). 더 잘하고 싶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경기도 부천시원미구갑 지역구 국회의원
現 20대 국회 후반기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前 20대 국회 전반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前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