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노동계와 국회는?
2019년, 노동계와 국회는?
  • 최은혜 기자
  • 승인 2019.08.07 10:34
  • 수정 2019.08.07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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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은 정책연대, 민주노총은 전략후보
노동계와 국회는 서로 필요로 하는 관계

커버스토리 ① 노동계와 국회의 관계

노동계가 국회에 진출하는 이유

2016년 봄. 20대 총선이 있었다. 20대 총선에서 우리가 주목할만한 점은 노동계 출신 인사가 역대 최다 규모로 국회에 입성했다는 것이다. 노동계 출신 인사들은 매번 총선 때마다 국회 입성을 위한 문을 두드린다. 이유가 뭘까?

<참여와혁신>은 노동계가 국회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에 대해 들어보고자 했다. 그래서 양대 노총의 각 산별대표자와 노동계 출신의 20대 국회의원을 찾아 질문을 던졌다. 기꺼이 취재에 응해준 노동계 인사와 국회의원에 감사를 전하며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이 왜 필요한가요?”

1948년, 대한민국 국회가 문을 열었다. 1948년 5·10 총선거를 통해 198명의 국회의원이 당선됐고 이후 제주 지역에서 2명의 국회의원이 추가로 당선돼 1950년까지 200명의 의원이 제헌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2016년 4·13 총선을 통해 300명의 국회의원이 당선됐다. 2019년 현재, 297명의 의원이 20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뿐만 아니라 국회의 입법이 매우 중요하다. 국회는 노동문제에 있어 당사자인 셈이다. 노동문제의 당사자들인 노동계와 국회의 관계는 어떨까? 20대 국회와 노동계의 관계를 살펴보자.

지난해 11월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 ⓒ 한국노총
지난해 11월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 ⓒ 한국노총

숫자로 보는 노동계와 국회

6과 3. 노동계와 국회가 맺고 있는 관계의 처음을 규정할 수 있는 숫자다. 1948년부터 1950년까지 우리나라의 첫 국회를 책임진 건 제헌국회의원 200명이다. 제헌국회의원 중 노동계 출신 의원은 몇 명일까? 제헌국회의원 200명 중 노동계 출신 의원은 6명이다. 3%의 국회의원이 노동계 출신이었던 것이다. 김병회, 김용재, 손재학, 윤재욱, 전진한, 황두연 의원이 노동계 출신 제헌국회의원으로 분류된다. 특히 전진한 의원의 경우 한국노총의 전신인 대한노총의 초대 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1948년 1월의 노동자 수는 22만 3,030명으로 집계된다(안태정, 미군정기 노동자 계급의 내부구조와 빈곤 –제조업 노동자를 중심으로, 1995). 당시 인구가 2,016만 6,756명(국가기록원 홈페이지 참조)이기 때문에 인구의 약 1%가 노동자였던 셈이다. 당시 국회의원은 국민의 1%가 채 안 되는 인원이었지만 국회의원 중 3%가 노동계 출신 의원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한 수치다.

17. 이번 20대 국회에 진출한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의 수다. 20대 국회의 노동계 출신은 역대 최다 규모로 꼽힌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8명, 자유한국당 4명, 바른미래당 2명, 정의당, 민중당, 무소속 각 1명씩이다. 2019년 7월 기준 20대 국회의원은 297명으로 약 5.7%가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인 셈이다.

2018년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5,180만 명을 약간 넘어섰고, 노동자 역시 1,790만 명을 약간 넘는다. 노동자 비율은 34.6%로 노동계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노동자에 비해 적다고 볼 수 있다.

5와 4.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 중 최초로 다선 의원이 된 사람은 누굴까? 바로 전진한 의원이다. 앞서 언급했듯 대한노총의 초대 위원장 출신인 전진한 의원은 제헌국회, 2대, 3대, 5대, 6대 국회에 입성한 5선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노동계 출신 20대 국회의원 중에서 최고 다선 의원은 누굴까? 바로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이다. 김동철 의원은 1984년 한국산업은행노조에서 법규부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김동철 의원은 지난 2004년 17대 국회에 입성한 이후 20대 국회까지 내리 4선째 당선돼 활발한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1,893. 20대 국회 중 소관위원회가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인 법안(7월 24일 18시 기준)의 개수다. 그중 계류 중인 법안은 1,270개, 가결된 법안이 150개, 대안반영은 317개다. 약 25%의 환노위 소관 법안만이 가결되거나 대안으로 반영됐고 약 67%의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가결되거나 대안반영된 법안, 계류 중인 법안을 제외한 나머지는 폐기됐다.

노동계와 국회가 함께 하는 법

한국노총은 주로 정당 혹은 후보와의 정책연대를 통해 국회와 함께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현재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책연대를 체결해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는 중이다. 19대 대선이 있었던 2017년, 한국노총은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정책연대를 맺었다. 최근 한국노총을 방문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한국노총은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연대 동지”라며 “현재 한국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데 한국노총과 정책적인 연대와 협약을 굳건히 해 여러 노동현안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서 지혜를 찾고 해답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11년 한국노총은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과 체결한 정책연대를 파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인 이용득 당시 한국노총 위원장은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기만 하는 정책연대는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선언하며 정책연대를 파기했다. 2012년, 민주통합당 창당과 19대 총선 정책연대를 통해 다수의 한국노총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했고 이는 20대 총선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적극적으로 국회와 손을 잡고 있다.

그렇다면 또 다른 노동계의 축, 민주노총은 어떨까? 지난 2016년 3월, 20대 총선을 약 한 달 앞둔 시점에 민주노총은 20대 총선 20대 요구안 ‘재벌 책임 좋은 일자리, 대안2020’을 발표하고 각 정당과 후보에 발송했다. ▲불법 행정지침 폐기와 노동기본권 보장 ▲청년·여성, 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에게 ‘좋은 일자리’ 보장 ▲모든 민중에게 사회안전망과 사회공공성 보장 ▲민생위기 진짜 주범 재벌에게 책임을 ▲노동자 민중의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 실현 등 5대 영역에서 20개의 과제에 대한 각 후보의 답을 요구했다.

20대 총선 당시 민주노총은 가맹조직의 조합원 29명의 출마 선언과 28인의 전략후보를 선정하는 등 국회와 손을 잡기 위해 힘을 쏟았다. 당시 민주노총은 “민주노총과 민중총궐기 12대 요구를 수용하고 총선 공동투쟁본부에 참여하는 진보 정당에 대해 지지하고 지원한다”는 방침에 따라 노동당, 녹색당, 민중연합당(現 민중당), 정의당 등 4개 정당을 지지 정당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2019년, 노동계와 국회가 잡은 손은?

20대 국회와 손을 잡기 위해 노력한 노동계. 2019년 현재, 노동계와 국회가 맞잡은 손은 굳건할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모두 최근 국회가 노동계에 보이는 행보로 인해 불만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해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확대됐다. 양대 노총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청와대 앞에서 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한국노총 내부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은 최저임금 산입 임금을 통상임금으로 간주하는 법·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한 한국노총과의 합의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심지어 “국회에 간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들이 역할을 잘 하고 있는 걸까?”라며 “줄기차게 한국노총과 정책간담회를 하지만 그 간담회는 뭘 하는 자리인지 모르겠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지난 7월 9일, 이인영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가 한국노총을 방문했을 때 김주영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책연대를 통해 많은 노동의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문재인 대통령 취임이 2년이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노동의제들은 속도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쉽게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당 차원에서 노동문제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7월 19일, 한국노총을 찾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게는 2017년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당시 후보와 맺은 정책연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더 크게 반발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국회 앞에서 총파업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500만 노동자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30분 만에 법안을 작성하고, 15분 만에 통과됐다”고 국회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최저임금법 본회의 상정을 막기 위해 국회로의 진입을 시도했다가 저지당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고, 이를 이유로 김명환 위원장이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을 거쳐 풀려나기도 했다.

이 같은 민주노총과 국회와의 갈등은 지난해 11월 여야정 국정상설합의체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확대에 합의하면서 폭발했다. 민주노총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는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상시화하는 것”이라고 즉각 반발하며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확대는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지난해 12월 27일, 한국노총과 김학용과 국회 환노위 위원장이 간담회를 가졌다. ⓒ 한국노총
지난해 12월 27일, 한국노총과 김학용과 국회 환노위 위원장이 간담회를 가졌다. ⓒ 한국노총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계와 국회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노동계와 국회의 관계가 점차 경색되고 있지만 노동계를 국회를 필요로 한다. 노동계는 “노동계 출신 의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과 현장, 노동계의 요구에 대해 이해하기 쉽다”면서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의 필요성에 대해 입을 모았다.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이 해주길 바라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노중기 한신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자와 국회가 관련 있는 이유는 그냥 법에 의해서 당연히 그렇게 돼있기 때문”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노동문제를 조금이라도 진척시키는데 첫 걸림돌이 국회”라고 표현했다. 바꿔 말하면, 노동문제를 조금이라도 진척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곳도 국회인 것이다.

노중기 교수는 “국회 역시 노동문제를 관리하기 위해 노동자를 뽑아야 한다”며 “노동계 출신 인사를 뽑아서 노동계와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노동계를 관리하거나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는 노동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노동전문가를 뽑을 수밖에 없다”며 “노동자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정당 역시 노동자를 국회에 입성할 수 있게 기회를 주다 보니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이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희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대화의 역사가 너무 짧아 잘 진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국회가 노동 기준이나 노사관계의 주요 이슈를 많이 결정하고 있다”며 “국회의 입법을 통해서 어쩔 수 없이 노동현안을 결정하고 있는 현실”을 노동계와 국회가 서로 필요한 이유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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