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 설치수리 노동자의 비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 설치수리 노동자의 비애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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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청호나이스ㆍ웅진코웨이ㆍSK매직에 ‘직접고용’ 요구
적자 날 수밖에 없는 설치수리 서비스 업무, 자회사설립 통해 ‘비용 줄이기’
8월 14일 국회 앞 기자회견 현장. 원청의 직접고용을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8월 14일 오전 11시 국회 앞 기자회견 현장. 원청의 직접고용을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감탄고토(甘呑苦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은 인간의 생리다. 하지만 ‘윤리적’이지는 않다. 가전제품 설치, 수리, 관리 등의 업무는 소비자에게 반드시 필요하지만 기업에게는 비용측면에서 부담스럽다. 뱉고 싶어지는 것이다.

기업들은 ‘효율성’이라는 명목으로 가전제품 설치수리 업무를 특수고용 형태, 하청업체 계약 혹은 자회사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는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전통신서비스노조가 ‘원청의 직접고용’을 주장하고 나선 배경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공동위원장 이현철, 이도천, 이하 가전통신서비스노조)은 14일 오전 11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원청 직접고용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6월 29일 사업장별 노동조합에 머물렀던 청호나이스노동조합, SK매직서비스노동조합, 웅진코웨이노동조합이 산별노조 설립 논의를 통해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을 출범시켰다.

현재 청호나이스와 SK매직은 가전제품의 설치, 수리, 관리 등 서비스 업무를 자회사를 통해 전담하게 하고 있으며 웅진코웨이는 특수고용 형태로 관련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청호나이스, SK매직은 ‘자회사’

청호나이스는 2018년 5월 1일 특수고용 형태로 고용된 노동자들을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언론에 전달했다. 당시 청호나이스는 특수고용자였던 수리설치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고용 안정성을 제공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가전통신서비스노조는 “최근 청호나이스가 나이스엔지니어링을 ‘자회사’가 아니라 언제든 계약을 해지하여 회사를 없앨 수 있는 ‘하청업체’로 소개한다”며 “청호나이스가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나이스엔지니어링을 설립하고 그 책임을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전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SK매직서비스(구 동양매직서비스)는 IMF이후 1999년 1월 1일, SK매직(구 동양매직)에서 떨어져 나갔다. 분리 당시 자금이 부족해 직원들의 퇴직금을 출자 받기도 했다. 2006년 시행한 렌탈사업으로 SK매직서비스의 경영상태가 호전되자 SK매직은 2011년 3월 SK매직서비스를 다시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후 2015년과 2017년 두 번의 조직개편과 매각과정을 통해 SK매직서비스의 렌탈사업, 시스템BIZ, 상담센터, 중앙물류 부문은 모회사인 SK매직으로 편입시키고, 설치와 서비스 부문만을 SK매직서비스에 남겨진 상태다. 가전통신서비스노조는 “설치/서비스 영역은 영업을 뒷받침해주기 위해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인건비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모회사가 자회사를 만들어 외주화하고 직군을 분리해서 노무관리리스크를 떠안기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웅진코웨이는 ‘특수고용’

웅진코웨이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웅진코웨이에서 설치, 수리, 관리 서비스 업무를 담당하는 직군은 'CS닥터'로 이들은 모두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이다. 이현철 가전통신서비스노조 공동위원장은 지난 7월 16일 기자회견에서 “CS닥터와 코디(코웨이 레이디, 주로 관리업무 종사)로 불리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무늬만 특수고용직이지 실제 회사의 지시와 감독을 받고 있는 상지고용 근로자”라며, “일하다 다쳐도 아무런 산재적용을 받을 수 없고, 일 평균 12시간, 주 6일을 일하는 장시간 노동에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6월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웅진코웨이에서 퇴직한 CS닥터들이 제기한 퇴직금 반환 민사소송에서 CS닥터의 손을 들어줬다. 웅진코웨이가 CS닥터에게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준하는 업무를 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웅진코웨이는 여전히 CS닥터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웅진그룹은 코웨이를 매각한지 3개월 만에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수리설치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은 불확실한 상태다.

“간접고용 근절하겠다는 대통령 공약 기억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입을 모아 원청의 직접고용을 해법으로 제기했다. 이현철 가전통신서비스노조 공동위원장은 “설치서비스 노동자들은 일선에서 고객들에게 자신의 감정과 무관하게 제품을 안내하고 수리한다. 그러나 하청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어 소모품 취급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제는 바꿔야 한다. 고객감동서비스를 하라고 말로만 이야기하지 말고, 최상의 서비스 제공을 원한다면 원청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문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은 비정규직 차별 금지 특별법 제정과 대기업의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에 대해 원청기업이 공동 사용자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고 노동자들은 한표를 던져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다”며,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찾기 위하여 투쟁해 나갈 것이다. 그 방안으로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정책을 기본으로 원청의 직접 고용을 쟁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