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CS닥터 총파업··· 물에서 건져주니 봇짐 내놓으라는 격?
코웨이 CS닥터 총파업··· 물에서 건져주니 봇짐 내놓으라는 격?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7.14 06:52
  • 수정 2020.07.14 0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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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 산정 시, 과거 근속연수 인정 요구하며 파업 재돌입
“코웨이가 어긴 ‘근속년수 100% 인정’ 약속 이행하라"

코웨이 목포 지점에서 일하는 강신백(42) 씨는 2년차 CS닥터(설치·수리기사)다. 처음엔 마흔이라는 늦깎이 나이에 생애 가장 이름 있고 큰 회사에서 일하게 돼 기대가 컸다. 회사는 위임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 취급했지만 파란색 유니폼을 입으니 자부심도 느꼈다. 그는 열심히 하면 인정과 대우를 받을 거란 믿음으로 아침 7시부터 지점에 출근해 회의·교육 등을 마친 뒤 늦은 밤, 주말에도 고객 집 문을 두드려가며 일했다.

지친 몸과 마음에 대한 대가는 형편 없었다. 한 달에 180~200건 일을 처리한 뒤 받은 수수료 약 200만 원에서 차량할부금(50만 원), 유류비(40만 원), 차량유지비 등을 빼고 나면 100만 원 돈이 남았다. 그래도 나아질 거라 생각했고, 고객과 회사도 좋아하니 참았다. 그는 이제 참기만 했던 날들을 후회한다. 노동자였지만 노동자로서 권리는 없었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없었지만 개인사업자로 불렸다. "노예근성"으로 살았다며 자책하는 그는 무엇보다 지난 2년, 사장님이 아닌 노동자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했다는 증거인 '근로자성 인정'이 가장 필요한 보상이라고 말한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10일 코웨이지부가 서울 구로구 넷마블 본사 앞에서 총파업 집회를 진행 중이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강신백 씨를 비롯해 코웨이 CS닥터 1,500여 명이 속한 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웨이지부가 지난달 26일부터 19일째 '과거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위한 전면 파업 중이다. 이달 6일부터는 매일 오후 1시~4시, 코웨이 대주주인 넷마블 서울 구로구 본사 앞에서 100여 명 규모의 집회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넷마블을 상대로 '원청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두 달간 노숙농성을 벌인 지 7개월 만이다.

이들이 다시 파업에 들어간 이유는 근속연수에 따라 달라지는 '연차' 때문이다. 지난해 6월부터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 중인 노사는 ▲직접고용 ▲기본급 포함 고정급 적용 ▲호봉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긴 잠정합의안을 지난달 10일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호봉제뿐 아니라 복리후생 적용 시 근속연수 100% 인정"을 핵심 조건으로 협의해온 사측이 '연차'에서만큼은 CS닥터들의 과거 근로자성을 부인하고, 모두 '1년차'로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파업에 돌입했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이에 코웨이는 강한 유감을 표했다. 코웨이 측은 지난 2월 대표교섭에서 '근로 계약 체결 시점부터 근로기간 적용'을 원칙으로 한 만큼, 새로 정규직 계약을 맺으면 근속기간을 1일부터 계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호봉제'에는 근속기간을 인정해줬으니, 추가로 연차까지 근속기간 인정을 요구하는 것은 노조의 말 바꾸기이자 과도한 요구라는 것이다. 

몇몇 언론도 CS닥터들의 파업을 부정적 시각으로 다뤘다. 물에 빠진 CS닥터들을 정규직에 기본급, 호봉제까지 약속하며 회사가 구해줬더니, 이제 노조가 부수적인 '연차'까지 더 내놓으라며 무리한 파업을 한다는 비판이다. 과연 코웨이가 노조의 압박에 떠밀려 선의만으로 CS닥터들의 직접고용을 결정했고, 코웨이 노사 교섭에서 '연차'는 부수적인 문제일까?  

CS닥터 직접고용,
착한 코웨이의 '대승적 결정' 덕분? 


우선 코웨이 임단협의 핵심 의제는 '근로자성 인정'이다. 현재 약 1,500명 CS닥터 중 95% 이상이 사측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진행 중이다. 게다가 CS닥터들이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코웨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6월 CS닥터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기 때문에 사측이 퇴직금과 주휴·연차·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 가운데 노조는 CS닥터들의 '소송 취하'를 전제로 '직접고용'을 포함한 임단협 일괄 타결을 사측에 제안했다. 코웨이는 퇴직한 CS닥터들이 근로자가 맞다는 법원의 판결과, 현직 CS닥터들의 잇단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마주한 상황에서 지속적인 법적 다툼 대신 협상 테이블을 '선택'했다. 

코웨이지부는 "회사는 교섭 과정에서 ‘소 취하’를 전제로 보상 조건을 논의하기 위한 테이블로 나올 수밖에 없었고, 이에 관한 입장을 정리하면서 ‘직고용’을 약속하게 된 것"이라며 "그럼에도 '직고용'이 마치 회사의 선의와 양보의 산물인 양 본질을 호도하는 것은 업계 전반의 주목을 받고 있는 현 쟁의상황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코웨이 노사 교섭에서는 어느 한쪽의 대승적 양보가 아니라 노조가 '과거 근로자성'을 따져 묻는 소송을 취하하는 대신, 회사가 CS닥터를 근로자로 직접고용하는 '교환'이 핵심이었다. 따라서 '근로자성 인정'은 교섭 전 과정을 뚫는 키워드인 셈이다.
 

코웨이지부, 
'근속연수 인정' 조건 말 바꿨나?

1년간 80여 차례 교섭해온 코웨이 노사는 지난달 10일 직접고용, 호봉제 도입, 기본급 포함 고정급 적용 등 큰 틀에서 잠정합의를 이뤘다. 

이후 노조는 코웨이가 부수적인 '봇짐'이 아니라, 합의의 핵심 정신인 '과거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CS닥터에게 '1년차'로 연차를 계산하겠다고 나섰다며 지난달 26일 총파업에 재돌입했다.

이에 코웨이 측은 노조가 말을 바꿨다고 반박했다. 지난 2월 교섭에서 CS닥터가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작성하는 '근로계약체결 시점'부터 근로기간을 적용하는 '원칙'을 정했는데, 노조가 이제 와서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회사가 주장하는 '원칙'에 합의한 적이 없다고 재반박했다. 임영진 코웨이지부 대의원은 "2월 교섭 회의록에 회사가 말하는 원칙에 대한 회사의 일방적인 주장은 남아 있지만, 노조가 회사의 주장을 교섭의 '원칙'으로 합의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노조는 지난 5월 교섭 회의록을 보면 회사가 "호봉제 최초 유입 및 복리후생 적용 시 종전 근속연수는 100% 인정한다"는 문구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영진 코웨이지부 대의원은 "당시 근속기간 100% 인정에 '연차'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등 다른 의미가 있었다면, 사측은 단서 조항을 달아서라도 회의록에 명시해야 했는데, 그런 작업이 전혀 없었다"며 "코웨이는 교섭 과정에서 그동안 CS닥터들의 노고를 감안해 근속연수를 100% 인정하겠다고 말해놓고 이제 와 연차 계산할 땐 최초 입사일자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니 '합의위반'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매일 오후 1시, 코웨이 CS닥터 100여 명은 서울 구로구 넷마블 본사 앞에서 '코웨이는 합의사항 이행하라' 법원판결 무시하는 코웨이는 각성하라' 등 손피켓을 들고 1시간 동안 거리 선전전을 진행한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길어지는 파업···
CS닥터들은 어떻게 버티고 있나? 

아직 정규직 전환이 안 된 CS닥터들은 건당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으면 수입이 '0'원이다. 파업 기간이 늘어날수록 생활비 걱정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파업 20일차가 다가오는 가운데 이들은 유급휴가 며칠, 즉 금전적 보상만이 목적이었다면 파업을 선택하지 못했을 거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부터 "노동자인데 노동자 대우를 왜 받지 못하는 건지" 불만이 많았다는 코웨이 순천 지점 6년차 CS닥터 송하정(35) 씨는 "지금 당장 연차 개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며 "우리는 일을 해야 돈이 나오는 노동자이다 보니 돈을 원했다면 차라리 파업을 안 하고 일하는 하는 게 더 맞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친척이 돌아가셔도 쉴 수 없었고, 사고로 차가 찌그러지고 라이트도 다 꺼진 상황에서도 회사는 일단 일을 처리하라고 요구했다"며 "이처럼 쉴 권리, 노동자로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줄도 모른 채 부정당했던 과거의 근로자성을 회사로부터 인정받아야 하기에 좀 시간이 더 오래 걸리더라도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파업에 돌입하면서 아침부터 사측이 불법 대체 인력을 투입했는지 감시하고, 오후엔 시민 선전전을 하는 송하정 씨는 마지막으로 "파업으로 오랜 기간 불편함을 느끼고 기다리는 고객님들께 하루빨리 돌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