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노동자의 노동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민들 곁에 있다”
“공공부문 노동자의 노동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민들 곁에 있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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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경영평가,
시민 생활과 밀접한 공공성을 바탕으로 해야

커버스토리 ④ 인터뷰_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공공기관 경영평가, 문제를 극복하려면…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필요하다. 그렇지만 공공노동자가 볼 때 공공기관의 원래 목적인 공공성을 담아내긴 부족하다. 노정 간 대화 없이 만들어낸 기획재정부의 일방적인 평가지표 설정 때문이다.

그래서 만나봤다. 공공부문 노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박해철 공공노련 위원장,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황병관 공공연맹 위원장,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이상 가나다순)을. 이들에게 공공노동의 가치와 노정 간의 대화와 신뢰 문제에 대해 들어봤다. 아쉽게도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노동대책위원회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일정상의 이유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노정 간 대화의 또 다른 주체인 기획재정부의 입장을 들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이번 커버스토리 이후에라도, 기획재정부가 입장을 전해오면 반영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대해 묻기 위해 최준식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공공기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최준식 위원장은 사회적 역할을 평가하지 못하는 경영평가라면 우려 지점이 많은 경영평가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시민과 함께 하는 공공기관, 시민의 입장에 서는 공공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노동자, 시민, 정부가 함께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Q.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매년 경영평가를 시행하는데,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필요한가?

공공기관 본연의 설립 목적에 맞게 제대로 운영되는지 평가는 필요하다고 본다. 시민과 함께하는 공공기관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다만, 몇 가지 우려가 있다. 평가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아닌 일반 시민들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방식으로 평가를 하느냐는 것이다. 전문가만의 평가가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Q. 시민들의 시선이라는 게 어떤 부분인지?

공공성에 부합해 공공기관 운영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라든지 평가의 기준을 정하는 단계에서부터 시민의 입장이 반영돼야 한다. 그 핵심에는 시민의 생활에 밀접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공공성의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너무 이윤과 효율성에 맞춰서 사기업 운영되듯 이익의 극대화가 높은 평가 점수로 이어지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Q. 지금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문에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삶은 어떤 영향을 받는가?

경영평가 성과급이 이명박 정권 시절에 만들어졌다. 예비비로 공기업 기준 200~250%의 경영평가 성과급을 줄 수 있다. 이게 하나의 임금이 되면서 기대 심리가 높아졌다. 정부가 제시한 경영평가 기준에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노동조합이 응당 요구해야 할 것들, 노동조합이 응당 싸워야 할 것들을 무마하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과도한 노동, 공짜노동에 대해 노동조합이 목소리를 못 낸다.

Q.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경영을 잘못할 때 노동조합이 문제제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4대강이 문제가 있다면 4대강 사업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의 노동조합이 문제를 제기했어야 했다. 하지만 오로지 임금과 노동관계에 대해서만 교섭의 대상이 된다. 문재인 정부 때 공공기관 혁신에 관한 지침이 제정됐는데, 제45조 합리적 노사관계를 보면 그런 것들을 단체교섭의 대상으로 삼지 못하게 돼 있다. 정부 정책에 무비판적일 수밖에 없고, 그것과 관련한 문제제기를 한다면 노사관계 항목에서 나쁜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에게는 큰 문제다.

주 40시간이 공공기관에 정착돼 있을 텐데, 그렇게 일하는 데가 별로 없다. 각 기관마다 다 과도한 노동이 있다. 하지만 예산편성지침에 의해 오버타임을 하더라도 그냥 참는다. 시간외수당이 발생하더라도 총액인건비로 묶여 있다. 시간외수당을 가져간다고 하면 시간외수당이 발생하지 않은 사람은 임금 하락하는 구조다. 그래서 일을 더한 만큼 임금을 가져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그러다보니 공짜노동, 과로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예산편성지침을 어기면 경영평가 점수가 0점이다

Q.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삶이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면 시민들의 삶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지?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기능과 역할이 정부 정책을 시민들에게 구현해 전달하는 것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해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반대하고, 비판적 입장을 취할 수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일이 있었을까. 사회적 손실이고 시민들을 둘러싼 삶의 환경을 악화시켰다. 공짜노동, 과로노동을 하면 특히나 시민들의 안전 문제와 관련된 공공기관이 시민들에게 안전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Q. 공공기관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을 문재인 정부도 인정하고 경영평가항목에 넣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을 수행해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에 매몰돼 단기적 성과만 쫓는 모습도 나타날 수 있지 않나?

이를테면 일자리 중에 공공기관이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할 장애인고용비율이 잘 안 지켜지고 있다. 공공기관이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 또한, 인턴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확보했느냐를 평가해야 한다. 자회사도 정규직이라고 생각하는 정부에서는 어렵겠지만, 자회사가 아닌 직접고용에 대해서 가점을 주는 게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적으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확산할 수 있다. 간접고용의 문제는 자회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간접고용으로 직접고용 할 때보다 더 많은 비용이 나가는 구조가 있다. 8월 19일에 고(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결과 발표를 한다. 이것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특정 기업에 돈이 계속 새는 구조다. 자회사도 특정한 회사에서 자회사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그 행정조직이 그대로인 꼴이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자회사에서 일하면서 직접고용되지 못하는 문제는 똑같이 발생하는 것이다.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처우 개선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돈 버는 사람 따로 있고, 돈 쓰는 사람 따로 있고, 피해보는 사람 따로 있는 것이다. 개선되지 않은 일자리 대책이 무슨 일자리 대책인가.

일자리 문제가 사회적 가치 창출의 화두이기에 예로 들었지만, 일자리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가지 창출과 관련해서 비슷한 문제의 소지가 있는 항목들이 있다. 사회적 가치는 단기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장기적으로 세세한 단계를 세워 그 단계에 올랐는지 평가를 해야 한다.

Q. 앞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지향점은?

효율성보다는 공공성을 지향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설립목적에 부합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평가항목 가중치가 달라져야 한다. 그것만 해도 엄청 큰 변화다. 수십 가지 평가항목이 있는데 평가에서 분별력 있는 점수 항목은 공공성 실현을 평가하는 항목이 아니다. 어디서 차이가 나느냐면 부채 비율이나 수익률, 총액인건비를 넘겼느냐 아니냐 등이다. 아주 부수적인 것 때문에 평가가 갈린다.

Q. 또한, 공공기관 경영평가 방향성과 항목을 누가,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해 보인다.

공공성을 지향해야 하니 노동자, 시민, 정부, 삼자가 참여해 평가기준을 바꿔야 한다. 나아가 노사정이 참여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와 같이 공익위원들이 결정하는 형태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로는 바뀔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노동자, 시민, 정부가 같은 지분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

Q. 그렇다면 사회적 대화가 필요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엄청난 실수를 했다고 본다. 민주노총 입장에서 어렵게 사회적 대화를 하겠다는 집행부가 들어섰고 대의원대회에서 그것을 결정했다. 하지만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논의한 결과물을 보면, 참여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오히려 노동자들의 삶을 옥죄는 쪽이다. 탄력근로제도 그렇고 최저임금을 올리겠다고 했다가 산입범위를 넓혀 인상효과를 무력화했다(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국회에서 결정했다). ILO핵심협약 비준하겠다는 정부에서 협약만 비준하면 되는 건데, 단협 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직장 내 점거를 금지하는 식으로 끼워 팔기를 하고 있다. 중요하게 신뢰를 쌓아야 할 시점에 문재인 정부는 대화의 장을 변질시켰다.

Q. 공공기관이 공공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능도 중요하겠지만 효율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 공공성과 효율성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하나?

지금 지하철이 적자를 보고 있다. 경영을 잘못한 게 아니라 복지를 위한 노인무임승차로 인한 부분이 적자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돈 벌 수 있는 기준만 정한다면 중요한 것을 떼버리면 된다. 뼈를 깎아가며 일을 할 수 없고 뼈를 깎아가며 일을 하라고 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닐 뿐더러 뼈를 깎아서 일을 하라고 시켜서도 안 된다. 그러면 좀 더 경영효율을 살리고 공공성을 없애면 된다. 한 개를 없앨 것을 두 개를 없애고, 두 개를 없앨 것을 세 개를 없애면 된다. 그렇게 하는 게 과연 옳은 방식인가? 공공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통해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서비스는 누구에게나 균등하고 보편적인 공공적 성격을 우선 담보해야 한다.

Q. 마지막으로 공공부문 노동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지 정리를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우리 공공운수노조에는 철도, 지하철, 버스, 택시, 비행기, 공항, 항만 등 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든 교통수단과 병원, 학교, 가스, 발전, 원자력 등 많은 직종들이 있다. 우리 공공운수노동자들의 노동은 아침에 눈 떠서 저녁에 잠들 때까지 국민에게 전해지고, 한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죽음에 이를 때까지 공공운수노동자들의 노동이 제공된다. 시민들과 아주 밀접하게 닿아 있고, 그런 만큼 공공운수노동자들은 자기 노동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 자부심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 복지를 행해야 하는 헌법상 책무의 발현이라는 다른 말로도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공공부문 노동의 가치를 정부가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이라는 입장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본다. 그 입장에 경영효율성의 논리로 재단하는 것을 포함하려는 시도는 분명히 거부하고 투쟁할 것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공공운수노조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