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빠지다
[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빠지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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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성남시의료원 #노동자건강권 #김용균 #도로공사톨게이트요금수납원

요즘 언박싱(unboxing) 영상이 유행입니다. 언박싱은 구매한 상품의 상자를 여는 과정을 의미하는데요. 시청자들은 영상을 보면서 어떤 상품이 나올지 기대하고 상품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재미를 얻습니다.

한 주간 <참여와혁신>에서 나온 기사들을 관통하는 키워드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지금부터 키워드 언박싱 시작합니다.

한국도로공사 안에서 찍은 문에 붙여진 게시물. ⓒ 참여와혁신 정다솜기자 dsjeong@laborplus.co.kr
한국도로공사 본사 문에 붙은 게시물. ⓒ 참여와혁신 정다솜기자 dsjeong@laborplus.co.kr

이 주의 키워드 : 빠지다

10월 5일부터 10월 11일까지 <참여와혁신>이 쓴 다양한 기사 중 5건의 기사를 ‘빠지다’라는 키워드로 묶어봤습니다.

‘빠지다’는 여러 뜻이 있습니다. 여러 의미 중 ‘제외’의 의미에 주목해봤습니다. <참여와혁신>이 만난 노동 현장에서는 제외를 둘러싸고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비정규직을 만들지 않고 빼겠다는 사업장에서 용역 입찰이 나왔고, 노동자의 건강권이 제외된 채 29년의 시간이 흘렀으며,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은 통계에 빠져 있었습니다. 또, 누군가는 직접고용 대상자이고 누군가는 그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습니다.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났기에 그랬는지 함께 읽어보시죠.

[10월 11일] ‘비정규직 없다’던 성남시의료원, 용역업체 입찰 공고 게시
전국 최초 주민발의로 설립되는 성남시의료원은 ‘비정규직 없는 병원’이라는 모토를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비정규직 노동자가 채용될 예정입니다. 성남시의료원은 10일 환자·직원 급식 및 장례식장·매점 운영 용역을 입찰 공고했습니다.

성남시의료원 관계자는 “병원 개원이 시급하다”며 “안정적 운영을 위해 필수적인 최소 인원은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데, 나중에는 모두 단계적으로 정규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보건의료노조는 “느닷없이 비정규직 채용계획을 밝혀 혼선을 주고 안정적 병원 운영을 방해했다”며 “이번 외주화 공고를 낸 직무도 정규직으로 경력자를 채용하면 되니, 굳이 비정규직을 채용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비정규직을 뺀다는 성남시의료원 모토와 반한다는 이유 때문으로 보입니다.

[10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 유독·발암물질 대책 시급하다”
석탄재에는 결정형유리규산 등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충남 지역의 화력발전소(태안, 당진, 보령)는 대정비 작업 중인데요. 대정비 작업은 특히나 석탄재가 많이 발생하는 공정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작업 환경에서 노동자들은 특급 마스크나 보호구 등을 제대로 지급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발전5사도 2017년 하반기 작업환경 측정으로 결정형유리규산 등 유독·발암물질을 확인했는데, 산업안전보건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10일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는 고용노동부 서산출장소와 면담을 진행하고 안전대책 마련을 약속 받았습니다.

29년 전, 1990년에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이 있었습니다. 수은 중독으로 죽은 소년 문송면과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의 집단 이산화탄소 중독에 대한 직업병 인정 싸움 과정의 결실이었습니다. 그러나, 29년이 지난 지금 실질적인 노동자 건강권은 우리 사회에 빠진 채 시간이 흘렀다고 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10월 10일] 산재사망 통계에 빠진 故 김용균 노동자
말 그대로입니다. 2018년 12월 컨베이어벨트 협착 사고로 사망한 故 김용균 노동자가 한국서부발전이 6월에 낸 ‘2019년도 한국서부발전 안전기본계획’ 중 산재사망 통계에 빠졌습니다. 한국서부발전은 한국서부발전 관계자는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가 2018년에 났지만 2019년에 산재승인이 났기에 2018년 통계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는데요. 안전기본계획 1쪽과 14쪽에 기재된 2019년도 사망자수는 0명이었기 때문입니다. 산재승인일 기준이라고 해도 김용균 씨는 19년 3월 6일에 산재승인이 났고 19년 6월에 작성된 문건이니 19년 통계가 ‘0명’으로 김용균 씨의 사망사고는 빠졌다는 것이죠.

[10월 9일,10일] 을지로위원회, 도로공사에 중재안 제시... 반쪽짜리 중재로 이어지나 / “피해자에게 판결받고 오라는 게 국민정서인가”
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문제가 연일 사회를 들썩이고 있습니다. 갈등 국면이 장기화되자 9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위원장 박홍근)는 중재안을 제시했습니다. 중재안을 두고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박선복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 위원장이 합의하면서 중재안은 합의안이 됐습니다.

그러나, 이 합의안에 대한 비판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판결취지를 부정한 합의안이고 노동자의 요구는 빠지고 도로공사의 논리만 포함된 합의안이라는 지적 때문입니다. 대법원이 요금수납원의 법적 지위는 도로공사 정규직이라고 판결했고 파견법상 똑같은 업무를 하고 대표소송을 진행해 이겼으면 소송 당사자가 아니라도 같은 법적지위가 적용되는 게 맞다고 보는 것인데요. 이러한 지적은 민주노총 소속 요금수납 노동자들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합의 내용은 자회사 전환에 동의하지 않은 수납원 중 2심 계류 중인 수납원은 도로공사가 직접고용하고 1심 계류 중인 수납원은 임시직으로 고용한 뒤 1심 판결에서 승소한 수납원을 직접 고용하는 것입니다. 2심 계류 중인 수납원은 116명, 1심은 931명입니다. 결국, 대법원 판결이 나도 누군가는 직접고용 대상자이고 누군가는 직접고용 대상자에서 빠진다는 이야기인 셈이죠.

‘제외’의 의미를 가진 ‘빠지다’는 이분법적인 말입니다. ‘빠짐’과 ‘빠지지 않음’만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갈등 국면이 쉽게 나타납니다. 갈등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갈등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새롭고, 발전한 결과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갈등을 만드는 지점 자체가 문제점이 있다면? 아마도 ‘빠짐’과 ‘빠지지 않음’만이 존재하는 이분법적 국면이 조정 없이 계속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