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들의 연대가 시작되는 아름다운가게 노동조합
벼리들의 연대가 시작되는 아름다운가게 노동조합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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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활동, 노동조합으로 이어갈 수 있을까?

[인터뷰] 김태운 화섬식품노조 아름다운가게지회 지회장

지난 11월 5일 비영리단체 ‘아름다운가게’에 노동조합이 생겼다. 정식명칭은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이하 화섬식품노조) 아름다운가게지회’이지만 ‘벼리연대’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벼리’란 그물의 연결을 지칭하는 말이다. 옛날 아름다운가게에서 활동가를 ‘벼리’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김태운 벼리연대 지회장은 “그물코처럼 벼리들이 연대해서 뜻이 있음에도 누군가가 너무 힘들어서 떠난다거나 그만두는 일들을 함께 상의해 힘이 되자는 의미”로 벼리연대라는 별칭에 담긴 속뜻을 알렸다. 앞으로 벼리연대가 아름다운가게 활동가들의 든든한 연대가 될 수 있을까. 김태운 지회장을 만나 활동가 노동조합 설립까지의 고민을 들어보았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아름다운가게에 대한 소개와 자기소개를 먼저 부탁드립니다.

올해 11월 5일 발족한 벼리연대 지회장을 맡은 아름다운가게 안국점 매니저 김태운입니다. 아름다운가게는 시민들이 사용하지 않는 물품들을 기부 받아서 그 수익금을 이웃에 나누는 비영리 재단법인이자 사회적 기업이에요. 전국에 113개 지점을 가지고 있어요.

언제부터 아름다운가게에서 활동하셨나요?

2015년 11월 1일에 입사했어요. 막 4년을 채우고 5년 차를 맞는 간사예요. 조금 웃길지도 모르겠지만, 흔히 선행했을 때 농담조로 ‘착한 척 한다’는 말을 하잖아요? 저는 착한 척 하지 말고 정말 착한 일을 해보자고 해서 아름다운가게 활동을 결심했어요.

착한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으세요?

아름다운가게에서 일하기 전에 분식집을 했었어요. 아이들에게 분식을 팔다 보니까 단골도 많이 늘고 밝은 모습도 보고 좋았어요. 사실 분식이 맛있긴 하지만, 영양적으로는 균형 잡힌 음식이 아니잖아요? 단골 아이들은 거의 만날 떡볶이 먹으러 오거든요. 2,500원 들고(하하). 저는 떡볶이를 좋아서 팔고 아이들도 좋아서 먹지만, ‘아이들이 성장이 안 되거나 했을 때 책임은 누구한테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책임은 떡볶이를 판 제게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기왕에 돈을 벌거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방식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름다운가게에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느낀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우스갯소리로 ‘노동조합에는 지켜지는 노동이 없고, 인권단체에는 인권이 없다’는 말을 하잖아요? 활동가의 헌신이나 사명감으로 단체가 유지돼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활동을 하고 싶은데 개인이나 단체의 여건이 맞지 않는다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 생기잖아요? 그런 상황을 최대한 만들지 않고 단체와 활동가가 같이 성장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시민단체, 인권단체의 시작에 봉사와 헌신이 있잖아요? 봉사와 헌신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고 아름다운 가치지만, 저는 스스로가 감내할 수 있을 때 진정으로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본인이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는데 타인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강요되는 상황이라면 되레 활동가의 삶을 갉아 먹게 되겠죠. 건강한 봉사와 헌신의 영역을 서로 갖춰가는 일이 앞으로 숙제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여기서 조금 더 궁금한 게,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는데 특히 ‘노동조합’이라는 방법을 택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가 입사했을 때보다 아름다운가게의 규모가 훨씬 커졌어요. 규모에 맞는 소통방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규모가 커지니까 개인적으로 만나서 대화로 풀기에도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또 그런 방식을 부담스러워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오해가 자꾸 쌓이게 되고, 갈등이 생기더라고요. 예를 들어 뭔가를 요청했는데 확인이 안 되고 시간이 흘러서 무기력해진다든지요. 공식적 테이블에서 이야기를 나누면 확실하게 해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또, 노조가 만들어지면 조합원분들이 1인 1표로써 공정한 의사를 밝힐 수 있게 되는 거잖아요? 저는 그런 부분이 가장 민주적이고 노동을 존중하는 형태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덧붙이자면, 참여연대노동조합 분들을 만났을 때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지금 세대들은 더 이상 술자리에서 선배가 후배한테 ‘네가 좀 더 힘내. 내가 한번 해볼게. 잘해보자.’ 이렇게 말하는 것으로 힘을 얻지 않는다”라고요. 공식적인 테이블에서 협의하고, 문서로 남기고, 서로 지킬 것을 약속하는 게 있어야 더 힘을 갖고 앞으로의 활동을 의욕적으로 하게 된다는 거죠. 앞으로는 더 그렇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신입 활동가는 연령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데 지금 아름다운가게가 가지고 있는 소통방식으로는 안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심적으로는 하고 싶은데 너무 소진돼서 그만두는 활동가분들이 왕왕 있었나요?

사실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 되겠죠. 그런데 그게 개인마다 달라요. 누군가는 많이 견뎌낼 수 있는 체력과 의지를 갖추고 있다면 그보다 적은 체력을 가진 사람이 있죠. 봉사 정신이 뛰어난 사람도 있지만, 그보다 적은 봉사 정신을 가질 수 있어요. 또, 여건도 여러 가지로 다르죠. 예를 들어 누군가는 부양하는 가족이 세 명인데, 누군가는 부양하는 가족이 없을 수 있고요. 누군가 어려운 경우가 전혀 없다고 한다면, 그건 그 사람이 주변의 동료들을 돌아보지 않으려고 한 것으로 생각해요.

참여연대노동조합 출범 당시 선배 활동가들과 ‘어쩔 수 없이 어색하고 불편한 기류’ 흘렀다고 하던데, 아름다운가게에서는 어떤가요?

많은 선배님이 희생과 봉사로 가게를 키워 오셨어요. 그런 노력이 노동조합이 생기면 부정당할까봐 두려움이 있으신 것 같더라고요. 자신의 노동권을 이야기하면 속물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또, 공교롭게 사측이 되는 선배님들이 계세요. 저희가 선배 간사님들을 따돌리거나 함부로 대하려는 게 아니에요. 개개인이 아니라 사측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 역할을 맡고 계신 분들이 있는 거죠. 그런데 그 역할을 맡은 분들이 갑자기 노동조합이 생겼다고 하니까 본인의 잘못이라고 받아들이시는 것 같아요.

사실 노동조합은 누가 잘못해서 생기는 건 아니잖아요? 좋은 회사에 노동조합 생기면 더 좋아지는 거죠. 이 부분은 노동조합에서 풀어나갈 숙제가 될 것 같아요. 선배 간사님이랑 손잡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앞으로 아름다운가게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활동가로서 지회장님의 활동과 삶의 균형점은 어디에 위치해 있나요?

다른 분도 마찬가지지만 저는 신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게 아름다운 가게는 사회의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사회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하고, 거창하게 말씀드리면 ‘지구평화’(?)를 위해서 고민을 나누는 자리예요. 그런데 저는 제 신념과 의지들이 몇몇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서 접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 가장 두렵거든요.

저는 내 동료의 불평불만을 단순히 그 사람 개인의 문제로 여기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가게가 굉장히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공간일 것 같아요. 하지만 누군가는 되게 불편하고 힘들 수 있겠죠. 그럴 때 ‘네가 왜 힘들어해’, ‘노력이 부족해’ 아니면 ‘너의 희생정신이 부족해서 그래’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쟤는 유별나서 그래’라고 하면 사실 편해요. 그런데 저는 그게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우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세상의 편견에 몸을 숨기는 일이죠. 저는 적어도 활동가라고 한다면, 편견과 맞서 싸우고 왜 그가 힘들어하는지 귀 기울여 듣고 함께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그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시로 대신해도 될까요? 하하.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
중 나는 딱 하나 뿐

-김태운, <민주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