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가게’ 너마저 직장 내 괴롭힘을?
'아름다운가게’ 너마저 직장 내 괴롭힘을?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12.14 16:16
  • 수정 2021.04.18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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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인사이동 과정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인사이동과 과정상 문제는 별개? … 인사이동 강행, “피해자-가해자 분리도 안 돼”

<조정을갈음하는결정에 의한 보도문>

[알려왔습니다] ‘아름다운가게’ 직장 내 괴롭힘 의혹 관련

본보는 2020년 12월 13일자 「‘아름다운가게’ 너마저 직장 내 괴롭힘을?」 제목의 기사에서 사회적기업 ‘아름다운가게’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재)아름다운가게는 “보도된 사건은 보도 이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동부지청 및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의정부지청 조사 결과 ‘법위반 사실 없음’ 등 사유로 모두 행정종결 처리되었으며, (재)아름다운가게 인사위원회 심의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12월 9일 서울시 중구 아름다운가게 본사 앞에서 벼리연대 조합원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사회적기업의 대명사. 아름다운가게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다. 화섬식품노조 아름다운가게지회(지회장 김태운, 이하 벼리연대)는 안일한 대처를 비판했다. 회사에 공식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11월 30일 신고했음에도 피해자-가해자 분리는커녕, 문제가 된 인사발령을 그대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벼리연대는 12월 1일부터 아름다운가게 서울그물코센터 앞에서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이어 12월 8일부터는 아름다운가게 본사 앞에서도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본인의 연차휴가를 사용해가며 최근 단행된 인사발령의 부당함과 그 과정에서의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했다.

‘모욕감’에 ‘보복성’ 인사조치

사건의 발단은 지난 11월 13일 아름다운가게 서울사업국에서 일어났다. 서울사업국 서울그물코센터 행사지원팀에서 팀장으로 일하는 A씨는 11월 13일 아침을 수치스러움과 당혹스러움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서울사업국 국장 B씨가 서울사업국 팀장이 모인 SNS 단체 대화방에 A씨가 B씨에게 제출한 개인면담지의 일부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A 팀장과 B 국장은 단체 대화방 마찰 직후인 13일 오후 1시에 미팅을 가졌다. A 팀장은 B 국장에게 해당 건의 이유에 대해 질의하자 ‘A 팀장이 제출한 면담지 내용에 모욕감을 느꼈다’는 답을 받았다.

B 국장은 서울사업국 팀장을 대상으로 업무 내용과 개선점 등을 개인면담지에 기록해 달라고 개별적으로 요청한 바 있다. 개인면담지의 내용에 대해 A 팀장은 “서울사업국 국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아름다운가게 간사님들의 성장과 안전을 위해 어떤 업무를 했는지 등의 이야기를 담으며 국장 보직을 내려놨으면 좋겠다고 적었다”고 밝혔다. 덧붙여 “하지만 단체 대화방에서는 앞선 맥락은 하나도 없이 ‘국장 보직을 내려놨으면 좋겠다’는 말만 빼서 올렸다”고 설명했다.

13일 미팅에서 A 팀장은 B 국장에게 개인면담지 내용에 관한 부분을 사과했다. B 국장은 단체 대화방에 개인의 동의 없이 면담내용을 올린 건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겠다고 답했다. 이렇게 해당 사건은 단순 해프닝으로 종결되는 듯 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하지만 문제는 3일 뒤 발생했다. 18일 오전 9시경 B 국장이 A 팀장을 불러내 12월 1일자로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그린사업국 팀원으로 인사발령을 낼 것이라 통보한 것이다. 해당 보직은 A 팀장의 현 보직보다 급여수준이 낮고 직급도 ‘팀원’이다. 이러한 인사발령은 A 팀장에게 한 마디 사전설명도 없이 급작스럽게 이뤄졌다.

B 국장은 해당 자리에서 ▲A 국장이 제출한 개인면담 내용 ▲모 기업 메일 공론화 사건 ▲매장 간사와 배송 간사 마찰 문제 등을 거론했다. 또한 하루 빨리 인사발령을 처리하고 싶다며 A팀장에게 당일에 인사발령을 받아들일 것인지 재촉했다. 더불어 11시 진행되는 서울그물코센터 전체회의에 A 팀장은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A 팀장은 “명확한 사유로 인사발령을 내리는 게 아니라 마찰이 있고 나서 3일 뒤에 바로 인사발령을 내리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저로서는 보복인사로 느껴진다”면서, “면담지 내용은 업무 진행에 있어서 문제제기하고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업무적으로 이야기하면서 풀 수 있다고 보는데 개인적으로 모욕감을 느꼈다고 인사발령을 내는 건 부당하다”고 밝혔다.

‘눈엣가시’ 팀원도 함께 인사발령?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름다운가게 서울사업국 서울그물코센터 행사지원팀에서 일하는 C 팀원에게도 난데없이 인사발령 압박이 들어온 것이다. C 팀원은 “11월 18일 오전 10시쯤에 그물코센터장과 B 국장이 갑자기 찾아와 ‘12월 1일자로 인사발령이 날 것이니 되살림팀 입출고 파트로 갈 것인지, 매장으로 갈 것인지 당장 이 자리에서 선택하라’고 강요했다”면서, “다른 동료들이 모두 지켜보는 자리에서 몰아붙이는 바람에 한동안 쩔쩔매야 했다.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11월 18일은 B 국장이 A 팀장에게 인사발령을 말한 날이기도 하다.

특히 C 팀원의 인사발령은 C 팀원의 직상위자인 A 팀장이 배제된 채 진행됐다. 통상적으로 아름다운가게에서 인사발령이 날 때에는 국장과 팀장 그리고 발령 당사자 간에 충분하게 소통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급박하게 인사발령이 결정됐을뿐더러 본래 거쳤어야 할 논의과정이 하나도 없었다.

A 팀장은 “시기적인 부분에도 인사권을 남용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인수인계도 해야 하지만 누가 발령이 되는지도 모른다. 그냥 제가 싫으니 가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보복인사인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아름다운가게 홍보팀은 “업무적 필요성에 의한 발령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발령 사유를 묻는 질문에는 “내부 진행 중인 사항으로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C 팀원의 이동은 인사발령이 아니라 부서 내 이동”이라고도 덧붙였다.

반면 김태운 벼리연대 지회장은 “인사발령인지 아닌지가 중요하지 않다. 그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일이 일어난 게 중요하다”면서, “처음에 C 팀원에게 이야기할 때는 ‘매장 배치’도 포함돼 있었다. 원래는 인사발령이 예정돼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배경”이라고 짚었다.

아름다운가게, ‘직장 내 괴롭힘’ 외면

하지만 회사 차원의 적절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사발령의 사유가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있어서 ‘직장 내 괴롭힘’의 소지가 있는 일이 발생했고, 당사자가 피해를 호소했지만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11월 18일 이후 A 팀장은 B 국장 및 아름다운가게 정책실, 상임이사 등과 함께 23일, 26일, 12월 3일 세 차례에 걸쳐 인사발령 건에 대해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벼리연대는 11월 30일 회사와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진행한 바 있다. A 팀장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격인 B 국장과 계속 대면해야 하는 점에 대해 피해를 호소한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운가게는 B 국장의 인사발령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짓고, A 팀장에 대한 인사발령을 그대로 유지했다. 12월 8일 아름다운가게는 ‘인사발령 이슈 조사진행 결과공지’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최근 서울되살림센터 행사지원팀 인사발령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 발령의 적합성 및 진행과정의 문제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했다”면서, “조사결과 인사결정권자(B 국장) 발령요청의 타당성이 충분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태운 화섬식품노조 아름다운가게지회(벼리연대) 지회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김태운 화섬식품노조 아름다운가게지회(벼리연대) 지회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A 팀장은 12월 15일부로 서울행사지원팀을 떠나 경기도 구리시 그린사업국으로 가야 한다.

더욱이 같은 공지에서 아름다운가게는 과정상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발령을 전달하는 과정에서의 문제 지점은 발령과는 별개로 구분하여 다뤄야 하며, 인사위원회 징계심의를 통한 추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사태에 따라 C 팀원의 불안도 가중되는 실정이다. C 팀원은 “퇴근하면 집에 들어가자마자 아내가 인사발령이 뜬 건 아닌지 묻는다”면서 “곧 인사발령이 날 것 같아 무척 불안하다. 아내에게까지 불안감을 주는 자신이 한스럽고 자괴감이 든다”고 밝혔다.

김태운 지회장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아름다운가게 내부 규정에도 직장 내 괴롭힘이 금지돼 있다”면서, “괴롭힘 가해자가 내린 인사발령을 철회하고 가해자 징계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피해자 보호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아름다운가게 홍보팀은 “11월 30일 신고 접수 이후 내부 직장 내 괴롭힘 프로세스로 처리하고 있다. 법적 기준에 맞춰서 가해자 분리 조치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피해자-가해자 분리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내부적인 사항으로 외부에 밝히기 어렵다는 관련부서의 대답이 왔다”고 밝혔다.

김태운 지회장은 “A 팀장에게 오늘(14일) 분리조치가 됐다고 연락이 왔다"면서, "10일에도 A 팀장과 C 팀원이 그물코센터 센터장을 만났다고 들었다. 전혀 분리조치가 안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