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울타리, 의지할 수 있는 관광서비스노련 만들겠다
든든한 울타리, 의지할 수 있는 관광서비스노련 만들겠다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04.04 00:00
  • 수정 2020.04.04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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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팀(ONE TEAM)’으로 다시 태어날 관광서비스노련

코로나19, 위기의 관광산업 ④
[인터뷰] 강석윤 전국관광서비스노동조합연맹 위원장

10년 만에 전국관광서비스노동조합연맹(이하 관광서비스노련)의 얼굴이 바뀌었다. 관광서비스노련은 지난 2월 21일 제50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18대 위원장 선출을 위한 선거를 진행했다. 강석윤 롯데월드노동조합 위원장이 단독으로 출마해 대의원 165명 중 140표(84.84%)를 얻어 당선됐다.

그동안 관광서비스노련 위원장은 호텔부문 노동조합에서 많이 뽑혔다. 이번 선거에서 ‘비호텔사업장’ 출신 위원장이 선출된 만큼 관광서비스노련에 사뭇 다른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강석윤 위원장은 롯데월드노동조합 위원장 7선을 지낼 정도로 잔뼈가 굵다. 앞으로 그가 이끌어나갈 관광서비스노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석윤 전국관광서비스노동조합연맹 위원장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강석윤 전국관광서비스노동조합연맹 위원장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관광서비스노련 18대 위원장으로 당선됐다. 당선 소감은?

지금까지 호텔부문 출신의 위원장이 많았다. 어떻게 보면 비호텔부문에서 위원장을 한 게 처음이다. 그동안 호텔노동조합 위원장들과 오래 어울려왔기 때문에 호텔 노동자의 상황을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다. 다만, 세부적인 상황은 아직은 잘 모른다. 그래서 소감을 묻는다면 시험공부를 하고 시험을 봐야 하는데 지금 시험공부를 전혀 안 한 상태에서 시험을 보는 느낌이라고 말하고 싶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에 고민이 많았다. 주변에서 이제는 출마할 때가 됐다는 이야기가 많아 고민 끝에 위원장 선거를 3개월 정도 앞두고 출마를 결정하게 됐다. 선거를 준비하면서 단독으로 출마할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롯데월드노조 위원장 선거에 7번을 나가면서 다섯 번을 경선으로 치렀기 때문에 당연히 경선을 전제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동안 한 번도 지는 선거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은 있었다. 또, 롯데그룹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을 맡으면서 많은 노동조합과 교류를 해 오기도 했다.

3월 2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는데 위원장이 됐다고 해서 여유를 가질 수가 없다. 연맹에 대한 공부를 하고 몸과 마음을 누그러뜨릴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전혀 그럴 수가 없다.

그동안 비호텔부문에서 관광서비스노련 위원장을 보기가 힘들었다. 관광서비스노련 내에는 어떤 조직들이 있나?

사실 관광서비스노련의 창립 주체는 호텔이다. 호텔노동조합들이 주축이 돼 연맹을 50년 가까이 끌어왔다. 10여 년 전에 지금의 관광서비스노련으로 이름을 바꾸게 됐는데, 이전에는 전국관광연맹이었다. 당시 대의원대회에서 조직 확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제가 조직 확대를 위해 다른 업종에서도 가입을 할 수 있도록 ‘관광서비스’로 명칭을 바꾸면 어떻겠냐는 발의를 했다.

모든 걸 서비스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서비스는 무한대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전에는 연맹 대부분의 조직들이 호텔이었다. 명칭을 바꾸게 되면서 면세점, 마트, 여행사 등에서 조직들이 확대됐다. 그 결과로 10년 사이에 관광서비스노련의 전체 조직은 6,000명에서 1만 2,000명으로 확대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서비스 업종의 조직들을 더 확대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로 인해 관광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실제 상황은 어떤가?

위원장으로 당선되자마자 코로나19가 한국사회에 급격하게 확산되는 바람에 이곳저곳을 바쁘게 다니고 있다. 지금의 건의사항이나 요구사항들은 아무래도 호텔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다. 호텔을 비롯한 관광산업은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이 생기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회복이 느린 산업이다. 최근에는 내부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해 피해상황을 확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들은 대체적으로 직원들에게 연차를 소진하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한, 무급휴직을 쪼개서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이전에도 경영 상황이 안 좋았던 일부 사업장은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심정으로 직원들을 정리하려 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일단은 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노동조합이나 연맹의 존재이유는 조합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최소한 안정화 시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똑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누군가는 고용이 흔들리고 누군가는 안정되는 것은 맞지 않기 때문에 혹시나 정리해고 등의 고용불안을 조장할 수 있는 사업장이 있는지를 주시하고 있다.

선거 공약 중 ‘원팀(One Team)’ 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원팀을 만들어갈 것인가?

선거를 치르고 나면 선거 후유증이라는 것이 남는다. 승자는 승자대로 패자를 포용해야 하는 모습들이 필요하고, 패자는 승자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이번 선거에서는 단독으로 출마하게 됐다. 선거로 인한 후유증이 발생하지 않고 연맹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과거에 있었던 후유증들을 풀어내고 하나로 가야 한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내부에 숫자가 많든 적든 똘똘 뭉쳐야 밖으로 존재감을 만들 수 있는데, 내부적으로 단합이 되지 않는다면 외부에서 사업을 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꿈은 내부 결속을 단단히 하고 이것이 자리를 잡으면 외부에 관광서비스노련의 존재감을 알리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조직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관광서비스노련에는 호텔부문 노동조합 절반, 비호텔부문 노동조합이 절반 정도 된다. 그런데 연맹 산하 위원장들끼리도 서로의 얼굴을 모르는 경우가 꽤 많다. 그만큼 그동안 한 자리에 모인 경험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가급적이면 회의를 통해서든 교육을 통해서든 자주 모이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상황이 아니었다면 4월 정도에 관광서비스노련 전국 대표자 간담회를 열 예정이었다. 오후에는 강의를 듣고, 저녁에는 단결의 시간을 가지면서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그동안 그런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무기한 연기되기는 했지만 사태가 잠잠해진다면 어떻게든 꼭 진행하려고 한다.

저 역시 부끄럽게도 연맹 산하의 모든 단사 위원장들의 얼굴을 알지 못한다. ‘원팀’이라는 공약을 내건 만큼 연맹 산하 전체 조직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방문해 위원장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 위원장들과 소통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가고 싶다.

롯데월드노동조합 위원장으로 21년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지난 위원장 경력이 관광서비스노련을 이끄는데 경험으로 작용할 수 있는가?

롯데월드노동조합 위원장만 7선을 했는데, 그 중 5번의 경선을 치렀다. 이러한 결과는 특별한 능력이 있거나 남들보다 많은 것을 배워서 얻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진정성을 가지고 스스로 열심히 했기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위원장을 하면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틀을 쉬어본 적이 없다. 나름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사람하고 대화할 때 상대방과 시간을 가지고 반복해서 만나다 보면 인간적인 믿음을 줄 수 있다는 나름의 자신감이 있다. 지난 경험을 통해 이런 것들이 쌓여 훈련이 됐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사람을 좀 더 사귈 수 있는지, 진정성을 얻을 수 있는지 알게 됐다고 생각한다.

단사에서 했던 것처럼 진정성을 가지고 연맹 산하 단사 위원장들에게 다가간다면 그들 역시도 마음을 열고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동안의 경험을 살린 나름대로의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웃음)

산별연맹을 이끄는 위원장으로서 또 하나의 고민은 조직 확대일 텐데 조직 확대를 위한 계획이 있나?

대표자 역할을 맡게 되면 아무래도 조직 확대에 대한 부분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나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조직 확대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아직까지 구체적인 안이 만들어진 곳은 없는 것 같다.

이번 집행부에서는 조직 활동가를 포함해서 상임을 늘려놓은 상태이다. 현장 중심으로 다가가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더욱 귀 기울이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아직까지 상급단체를 결정하는 못한 노동조합들이 많다. 연맹을 결정하지 못하고 지역본부에 가입돼 있는 곳도 많다고 들었다. 상급단체를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조직을 먼저 설득해서 관광서비스노련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다면 이후 조직 확대에도 가속도가 붙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3년간 관광서비스노련을 이끌어가면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제 새롭게 시작하면서 3년 후를 말하는 게 조금은 섣부르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3년 후에 어떤 결과가 이루어졌든 참 열심히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연맹 산하의 어려운 조직에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방패의 역할을 하는 게 연맹이 존재하는 목적 가운데서도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본다.

임기를 마무리하게 되는 3년 후에는 우리 연맹 산하 단사 위원장들이 “나에게는 또는 우리에게는 연맹이 있어!”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해서 투쟁할 건 투쟁하고 싸울 건 싸우다가 안 되면 포기하는 게 아니라, 내 뒤에는 연맹이 있다는 신뢰와 믿음을 확고하게 만들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연맹 위원장을 하면서 성공한 게 아닐까.

“나에게는 연맹이 있지!”라는 자신감, 의지, 존재감을 확실하게 심어주고 싶다. 이러한 믿음이 각 단사 노사관계에서 위원장들한테도 좋은 작용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만들기 위해 위원장을 시작했기 때문에 꼭 이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