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핑계
[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핑계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10.17 00:00
  • 수정 2020.10.16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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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내게그런 #핑계대지마 #입장바꿔 #생각을해봐

♪ 내게 그런 핑계 대지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10월 둘째 주 참여와혁신이 주목한 키워드는 '핑계'입니다. 핑계는 내키지 않는 일을 피하거나 사실을 감추기 위해 '방패막이'를 내세우는 일인데요. 이번 주에는 코로나19를 핑계로 구조조정하거나, 진짜사장이 아니라는 핑계를 대며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사측에 노동자들이 핑계 대지 말고, 책임을 다하라는 목소리 높인 한 주였습니다. 

10월 14일 오전 전태일다리에서 진행된 22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에 금속노조 조선분과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10월 14일 오전 전태일다리에서 진행된 22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에 금속노조 조선분과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10월 15일] 자본철수·폐업·해고가 ‘코로나19’ 탓? ‘위장 구조조정’에 노동자 죽는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의 이유'라는 핑계로 일터에서 쫓겨난 금속노조 노동자들이 15일 청와대 앞에 모였습니다. 

'355명 부당해고 대우버스' '흑자폐업 한국게이츠' '불법파견 구조조정 현대위아' '노조파괴 위장폐업 현대건설기계 서진이엔지'

이들은 회사 이름 앞에 '핑계'가 아닌 '실제' 이유를 적은 피켓들을 들고 "경제의 근간은 노동이고 노동은 고용의 유지가 있어야 한다. 당장 정리해고법을 폐지하고 국가적 재난시기 해고를 막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청와대를 향해 외쳤습니다. 

이어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강화 ▲기업 인수합병 고용보장, 단협 승계 제도화 ▲노동자 경영참가 제도화 ▲불법파견 근절 등의 노동자 보호 제도가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10월 15일] 배송 중 숨진 택배기사, '산재 적용제외 신청서' 직접 안 써

지난 8일 배송하다 숨진 택배노동자 고 김원종(48) 씨의 '산업재해 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누군가 대신 쓴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해당 의혹에 대해 김씨가 3년 넘게 일한 CJ대한통운 서울강북지사 송천대리점 소장은 택배연대노조 측에 신청서가 대리로 작성됐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김씨가 동의한 상황에서 대신 썼다는 핑계를 댔다고 합니다. 

신청서 사본을 통해 대필 작성을 확인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고용노동부 관계자에게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 자체가 대필이면 법적 효력도 없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묻자, 박성희 고용부 기획조정실장은 "잘못 작성된 경우는 산재보험 적용을 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택배연대노조는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현장에서 비슷한 제보가 넘쳐나고 있다"며 가짜 산재 적용제외 신청서를 핑계로 산재 보험의 의무에서 벗어나려 한 모든 사업주를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10월 14일] 중노위도 "코웨이 코디코닥지부, 별도 단체교섭 가능해"

지난 12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코웨이 방문판매서비스 노동자(코디·코닥)는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된다며, 이들이 조직한 노동조합도 독자적인 단체교섭 자격이 있다는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의 판정을 유지했습니다. 

코웨이는 중노위의 결정에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코웨이 측은 "2012년 대법원에서는 코디코닥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며 "회사는 노조법상 근로자성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웨이 코디·코닥지부(지부장 왕일선)는 법적 판단이 더 필요하다는 사측에 "악질적인 교섭 해태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부는 노동조합 설립필증을 고용노동부에서 받았을 뿐 아니라 지노위, 중노위에서도 노조법상 노동자성을 인정받았기에 사측이 코디코닥은 '자율근로소득자'라는 핑계를 대며 교섭을 피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10월 14일] “정규직과 비정규직, 우리 노동자들이 나눈 것 아니다”

전태일 열사 추모일을 한 달 앞둔 10월 14일 오전, 금속노조 조선분과 노동자들이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입고 전태일다리에 섰습니다. 

이날 조선 산업 노동자들은 사측이 코로나19로 인한 해운 물동량 감소를 핑계로 그 고통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제대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윤성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부지부장은 "전태일 열사께서도 열악한 노동의 환경을 알리기 위해 많은 일을 하셨다. 코로나19 이후로 조선 업종도 정말 힘들다. 그 고통은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해고되고, 임금체불이 벌어지는데 제대로 이야기를 못 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우리 노동자들이 나눈 게 아니"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날  전태일다리에서 김용화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전태일평전> 200쪽 소제목 '좌절 속에서' 중 일부 대목을 낭독했습니다. 

근로감독관은 초라한 모습으로 문을 열고 들어선 이 낯선 청년을 한번 힐끗 쳐다보더니 귀찮다는 표정으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태일이 평화시장의 실정을 설명하면서 찾아온 용건을 말하려고 하니 그는 말을 가로막고, “그 얘기 다 듣고 있을 시간이 없으니 요점만 간단히 말하라”고 윽박질렀다. 그리고는 그 ‘간단한 요점’도 듣는 둥 마는 둥 재촉하여 끝맺게 하고는 “알았으니 서류 두고 가라”는 말 한마디로 이 열의에 불타는 청년을 내몰았다. 도대체 평화시장의 참혹한 얘기를 다 듣고도 충격을 받는 빛도 없었고 최소한의 관심 표시도 없었다. _전태일평전 개정판 200쪽, 소제목 ‘좌절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