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온 이사님은 노조 극혐”…페르노리카, 출산휴가 직원에 노조탈퇴 종용
“새로 온 이사님은 노조 극혐”…페르노리카, 출산휴가 직원에 노조탈퇴 종용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0.11.11 09:44
  • 수정 2020.11.11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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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 들어온 익명 제보, 노조 총회 막는 부당노동행위 등 정황 담겨
이강호 노조 위원장, “제보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회사의 노조 와해 확신”
ⓒ 페르노리카코리아 노동조합
ⓒ 페르노리카코리아 노동조합

유명 양주 브랜드를 판매하는 페르노리카 코리아에서 출산휴가 중인 직원에 노조탈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페르노리카 코리아의 노사 간 문제는 2018년 10월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미 도마에 오른 적 있다. 페르노리카 코리아의 장 투불 대표는 당시 K 전무의 폭언 및 성희롱·부당노동행위·노조 와해 등 문제로 인해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불려 나오기도 했다.

<참여와혁신>은 10일 페르노리카 코리아 노조를 통해 노조탈퇴 종용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입수했다. 노조에 따르면, 익명의 제보자는 이강호 노조 위원장을 응원한다는 한 마디 말과 녹음파일을 남기고 계정을 탈퇴했다. 녹음파일에는 조합탈퇴를 종용하는 C 회계팀장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익명의 제보자는 녹음파일을 남기고 계정을 탈퇴했다.
익명의 제보자는 녹음파일을 남기고 계정을 탈퇴했다.

제보 받은 녹음파일에 의하면, C 회계팀장은 “새로 온 이사님은 노조 극혐이기 때문에 아래 있는 직원들이 입장을 확실히 해주길 원한다. 그래서 아마 노조에 계속 있으면 탈퇴하는 것보다 뭔가 불이익이 좀 있을 수도 있다. 주말동안 잘 생각해보고 빠른 액션을 취해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당시 출산휴가 중이었던 직원은 바로 다음 날 노조를 탈퇴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노조가 받은 제보 중에는 A 전무가 조합원의 노조 총회 참석을 방해하려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도 있었다. A 전무와 연차 결재를 담당하는 직원과의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에서 A 전무는 개인 휴가를 사용해 총회에 참석하려는 조합원에 대해 “휴가 냈다고 이거 승인 안 된다. 무단결근이다. 무단결근하면 회사에서 인사조치가 있을 거다, 징계가 있을 거다”라고 발언한 내용이 들어있다. A 전무는 이어 총회 참석으로 인한 휴가 승인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한꺼번에 거절할 수 있다는 발언을 이어갔다.

만약 회사가 조합원을 필요로 하는 타당한 이유 없이 단지 노조 총회 참석을 막고자 하는 의도로 휴가 승인을 거절할 경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박소연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공인노무사는 “(노조 총회는) 일반적인 조합 활동의 예다. 노조가 단결하기 위한 기본활동인데 총회에 참여하려고 유급으로도 보장이 안 되는 사업장에서 각자 개인 연차로 총회에 참석하려는 것을 어떤 이유에서든 사측이 알고 연차신청을 반려하는 건 근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측면에서 연차 반려 행위의 의도가 총회참석을 막으려는 정황 증거가 나왔다. 연차 승인 결재 담당하는 직원에게 반려하라는 등 압박을 넣는 정황을 통해 반려행위 자체가 총회를 막으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황을 봤을 때 노동조합의 활동을 막기 지배개입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박 노무사는 출산휴가 중인 직원에게 연락을 취해 탈퇴를 종용한 것도 지배개입의 하나로 봤다. 박 노무사는 “(해당 팀장의 발언이) 탈퇴 하지 않으면 회사생활을 못한다는 의미가 담겼고, 탈퇴하면 인사상 이익을 주는 제안도 있었으며, 실제로 탈퇴가 진행되기도 했다”며 이를 지배개입의 근거로 봤다.

이강호 노조 위원장은 “익명제보를 처음 받았을 때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 조심스러웠다. 당시에는 어떤 내용인지 모르니 돌아가는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제보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회사의 조직적인 노조 와해에 대해 수많은 감정이 겹쳤다”고 말했다.

<참여와혁신>이 부당노동행위 등 노사문제와 관련해 질문하자 페르노리카 코리아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해명 없이 “노동조합을 파트너로서 존중하며, 여러 가지 노사 간 현안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성실히 협의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만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