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의 기본을 다시 구축하자는 것입니다”
“노사관계의 기본을 다시 구축하자는 것입니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2.10.11 11:37
  • 수정 2022.10.11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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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협약 해지 통보와 6년 동안의 임금 동결... “한국에 이런 회사가 어디 있나?”
가장 중요한 요구 3가지 △단체협약 복원 △임금 인상 △노동조합 인정
[인터뷰] 이강호 한국노총 식품노련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노조 위원장

지난 6일 이강호 한국노총 식품노련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이강호 위원장이 가장 많이 한 말은 “대한민국에 이런 회사가 어디 있나?”라는 것이다.

6년 동안 임금협약은 체결되지 않은 채 동결됐고, 단체협약은 5년 동안 교섭만 하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올해 11월에는 회사가 서울 종로로 이사를 가는데, 사측이 이사할 공간에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게 이강호 위원장의 설명이다.

최근 이강호 위원장이 직원들을 만날 때면 듣는 이야기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미래가 없다. 미래는 죽었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미래를 위해 더 투쟁하겠다는 이강호 위원장에게 현재 상황에 대해서 들어봤다.

이강호 한국노총 식품노련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 작년 7월 20일 장 투불 사장 후임으로 프란츠 호튼 사장이 왔다. 이후 1년이 넘었다. 노동조합 파괴 및 갑질 논란으로 2018 국정감사 참고인, 2021년 고용노동부 장관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국회에 섰던 장 투불 사장과는 다를 것을 기대하기도 했을 텐데 어떤가?

보통 노사관계가 큰 홍역을 치르면 노사가 조심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게 페르노리카코리아 노사관계이다. 새로운 사장이 와도 대화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지난해 총파업으로 노사합의서를 체결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교섭을 진행하고자 했지만 단 한 번도 사장이 단체교섭에 나오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이전까지는 노무 담당 경영진을 두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노무 전무를 두고 노동조합을 전담하는 전략을 회사가 쓰고 있다. 교섭도 지연시키고 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노동조합을 고사시키려는 생각 같다.

- 회사가 노동조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노동조합을 없는 존재 취급한다. 교섭은 물론 사장이 부임한 이후 단 한 차례도 노사협의회를 열지 않다가 결국 노동조합에서 신고를 하고 노동청에서 수사에 들어가니 노사협의회를 개최했다.

인사 전무가 저를 명예훼손과 모욕으로 고소를 했다. 전자게시판에 올린 글 때문이다. 전임 위원장 시절에도 있었던 일이다. 현재 저를 상대로 낸 고소는 불송치 결정이 났는데, 인사 전무가 이의 신청을 했다.

다른 것도 있다. 쟁의행위를 하면서 1인 시위를 하고 제가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하는데 이것이 업무방해라며 법원에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방해 행위 1회에 1,100만 원(위원장 개인 100만 원 + 노동조합 1,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을 담은 가처분 신청이다.

법적 대응을 통해 노동조합의 힘을 빼겠다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보여주는 메시지도 있을 것이다. 노동조합하면 혹은 노동조합 위원장하면 이렇게 된다는 공포심을 심는 것이다.

- 단체협약이 해지됐는데, 현재 상황은 어떤가?

올해 4월 회사에서 단체협약 제안서를 노동조합 측에 전달했다. 터무니없는 내용이다. 노동조합 활동에 관한 조항은 모두 빼고 줬다. 노동조합이 반발하자 그 후 하나씩 풀더라. 총회 4시간만 인정하겠다. 회계감사 1시간만 인정하겠다. 그걸로 노동조합 활동하라는 것이다. 전국사업장인데 총회를 4시간 동안만 어떻게 하나. 기존 단체협약에는 1박 2일이었다. 페르노리카코리아 본사가 프랑스 기업인데, 프랑스에서는 상상도 못할 생각을 왜 한국에서는 무리하게 적용하려는지 이해가 안 간다.

- 임금은 6년째 동결이다. 회사가 사정이 어렵나?

코로나 시국에 홈술족*이 늘어나면서 매출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서 수익을 만들어냈고, 작년 성과에 대한 공시가 나오지 않았지만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수익이 나면 직원들과 성과를 공유하기도 해야 하는데, 임금은 6년째 동결하고 본국으로는 배당금을 꼬박꼬박 보낸다.
* 홈술족 : 술을 사서 집에서 먹는 사람들

그리고 노동조합 하나 죽이겠다고 엄청난 수임료를 들여 국내 최대 로펌에게 변호와 자문을 받고 있다. 직원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을 애먼 곳에 소비한다. 비정상이다. 그래서 노동조합이 투쟁을 하는 것이다.

이강호 위원장이 입고 있는 조끼에 단결투쟁이 써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 6년 전이면 2016년이다. 그때를 기점으로 해서 노사관계가 확 바뀐 이유는 무엇인가?

2016년 이전에는 노사관계가 나쁘지 않았다. 2016년 장 투불 사장이 취임하고 별다른 계기 없이 갑자기 노사관계가 경색됐다. 이유를 몰라 답답하다. 다만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자 했던 의지가 강한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2018년 노동조합이 확보한 사장의 반노조 발언이 담긴 녹취에서 말이다.

글쎄. 짐작컨대 아무래도 시장에서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자리를 잡으면서 브랜드 파워가 생기니 사람을 쓰지 않고 수익을 내는 방법을 찾는 중에 노동조합이 걸림돌이 돼 탄압하지 않나 싶다. 직원들이 가져갈 것을 줄이기 위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사람을 줄이고 싶은데, 노동조합이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 노동조합에서 현재 요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온전한 단체협약 복원이다. 근거는 작년 노사합의서에 있다. 기존 단체협약 중 16개가 논쟁 조항이 있었는데, 당시 8개는 상호 동의를 이뤘고 나머지 8개는 향후 노사 교섭을 통해서 단체협약을 체결한다고 노사합의서에 담았다. 새로 사장이 왔지만 교섭이 진행되는 것은 없다.

두 번째는 임금 인상이다. 6년 동안 임금 인상이 없었으니까 실질임금은 계속 마이너스이다. 물가는 올랐는데 직원들 급여는 오르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회사가 힘든 상황도 아니었다. 돈 잔치는 돈 잔치대로 하고 있다.

세 번째는 노동조합 인정이다. 앞서 말한 것들이 근거다. 결국은 비정상인 노사관계를 정상화를 하자는 것이다. 기본을 하자는 것이다. 20년 동안 노사가 쌓아왔던 기본이 무너졌으니 그 기본을 다시 구축하자는 것이다.

- 향후 노동조합은 어떻게 대응해나갈 생각인가?

현재는 이미 확보한 쟁의권을 통해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고 있다. 총파업은 아니지만 부분파업, 태업 등을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조합법상 불법적인 게 있어 법률 대응을 해나갈 예정이기도 하다. 노동조합은 직원들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그리고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외국인투자기업의 폐해를 대표적으로 담고 있다고 본다. 한국 사회 외투자본의 문제점을 바깥에도 많이 알리며 사회적 이슈화도 할 생각이다.

- 향후 어떤 노사관계를 바라는가?

노사관계의 정상화를 바탕으로 한 노사 상생 아니겠나. 사람이 살아야 기업도 살고, 기업이 살아야 사람도 살지. 제가 너무 큰 꿈을 꾸는 건가? 노사 상생에 대해서?

이강호 위원장 뒤로 보이는 빌딩의 10층에 페르노리카코리아 사무실이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인터뷰 사진을 촬영하면서 이강호 위원장은 꼭 배경으로 페르노리카코리아 사무실이 있는 빌딩이 보여야 한다고 했다. 자신과 회사를 한 사진에 넣으면서, 노사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사진에 새기고자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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