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덩이
[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덩이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0.11.15 10:33
  • 수정 2020.11.15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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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전태일 #코레일 자회사 비정규직 #전국택배연대노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주얼리분회

그대들이 아는, 그대들의 전체의 일부인 나.
힘에 겨워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그리고 또 굴려야 할 덩이를 나의 나인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잠시 다니러 간다네, 잠시 쉬러 간다네.

전태일이 못 굴린 덩이는 또 다른 ‘전태일’들에게 맡겨졌습니다. 이후 50년 동안 ‘전태일’들은 남은 덩이들을 굴렸습니다.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참여와혁신> 언박싱에서는 여전히 굴려지고 있는 이번 주 덩이들을 모았습니다.

 

11월 13일 마석 모란공원에서 '제 50주기 전태일 추도식'이 열렸다.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포토] 코레일 자회사 비정규직 1,200명 총파업한다

11월 9일 전태일다리에서는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와 고객센터지부가 1,200명의 총파업을 선언했습니다. 두 지부는 몇 년 동안 일해도 최저임금에 머무르는 임금 수준과 인력 부족으로 인한 노동 강도 강화 등의 개선을 위해 코레일네트웍스와 교섭을 진행해온 바 있습니다. 두 지부는 9일 ‘코레일 자회사 비정규직 총파업 승리 결의’ 기자회견을 열고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불태웠듯 ‘기재부 예산편성 지침, 혁신에 관한 지침, 비정규직악법, 판견법, 차별대우, 모든 해고’를 화형했습니다.

 

“경인지방우정청은 분류작업 약속 이행하라”

덩이를 굴리던 오늘의 ‘전태일들은 부당한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9월 17일 우정사업본부가 발표한 분류작업 개선 대책에 대해 전국택배연대노조 우체국본부 경기본부가 11월 9일 “경인지방우정청은 11월 둘째 주가 된 지금까지 노사가 합의한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우정사업본부는 ‘추석 명절 우편물 특별소통기간’ 분류작업 등에 임시인력 약3,000명을 지원하고, 배달·분류노동자의 안전과 복지에 예산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경인지방우정청에서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윤중현 택배연대노조 우체국본부 본부장은 “전체 물량에서 30% 정도인 혼합물량을 10%로 줄이겠다는 우정사업본부의 계획에 따라 다른 지방청들은 현장에서 '혼합물량이 많이 줄었다' 느낄 정도로 분류작업 개선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경인지방우정청은 지난주까지 구체적인 안이 하나도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노위 판정으로 복직 준비하던 노조 간부, 또 계약해지

다음날 출근한 그를 보고 주인은 전날 아무 말 없이 조퇴하였다는 이유를 대며 그만두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트집이었다. 채용할 때는 몰랐으나 차츰 전태일이 노동운동하는 사람인 줄 알게 되었다. 언제든 무슨 꼬투리만 생기면 해고해 버리려고 기회를 노리고 있던 업주에게 전태일이 걸려든 것이었다.

_≪전태일평전≫, (조영래 저, 2020, 아름다운전태일), 272쪽.

온라인 배송기사 노동조합 간부의 계약해지는 ‘부당노동행위’라는 판정이 나왔음에도 이수암 온라인배송지회 지회장에게 같은 통보가 내려졌습니다. 그는 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따라 복직을 준비하던 중이었습니다. 이수암 온라인배송지회 지회장은 “차를 10월 26일에 계약해도 넘버(영업용 노란 번호판)를 받는 데 2~3일이 걸려서 담당자에게 사전에 시간을 더 달라고 사전에 이야기했더니 그러겠다고 해놓고 10월 27일 아침 계약해지 내용증명서가 왔다”며 “게다가 10월 26일 당일에 새로 옮길 매장으로 지역을 익힐 겸 찾아갔더니 해당 매장에서 내가 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서진물류도 26일까지 복직 준비도 안 해놓은 채 내게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은 기만”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새로 온 이사님은 노조 극혐”…페르노리카, 출산휴가 직원에 노조탈퇴 종용

<참여와혁신>이 11월 10일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출산휴가 중이던 페르노리카 코리아의 한 조합원은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하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강호 페르노리카 코리아 노동조합 위원장은 “익명제보를 처음 받았을 때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 조심스러웠다. 당시에는 어떤 내용인지 모르니 돌아가는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제보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회사의 조직적인 노조 와해에 대해 수많은 감정이 겹쳤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박소연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공인노무사는 “(해당 팀장의 발언이) 탈퇴 하지 않으면 회사생활을 못한다는 의미가 담겼고, 탈퇴하면 인사상 이익을 주는 제안도 있었으며, 실제로 탈퇴가 진행되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김용균 막겠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안’이 발의됐습니다. 11월 11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동명)과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국회의원단, 국회 생명안전포럼은 이 법안의 발의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이번에 발의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는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 ▲법인에 대한 징벌적 벌금 ▲작업중지, 영업정지, 안전보건교육 ▲하한선이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종로 주얼리 노동자에게 절실한 ‘4대 보험의 따뜻함’

금속노조 서울지역지부 동부지역지회 주얼리분회(분회장 김정봉)가 11월 4일 파업을 선포하고 근로기준법 준수와 단체교섭 체결이라는 당연한 ‘요구’를 놓고 덩이를 굴리는 중입니다. 차후 주얼리업계의 업종교섭을 진행하는 것이 지금의 목표입니다. 김정봉 분회장은 작은 사업장의 노동조합 활동을 정부가 보장해줘야 한다고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저희가 기본적인 권리를 주장하는데 사업주들은 막습니다. 처음에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을 때 노동존중사회를 만들겠다고 천명했고, 정부에서 작은 사업장에 신경을 모두 쓸 수 없으니 노동조합 가입을 권한다고 오바마 대통령처럼 말했습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작은 사업장에 있는 노동자들은 해고가 자유로운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어불성설입니다. 자유롭게 노동조합 하라고 나라에서 권장하는데 작은 사업장 해고는 놔두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떡해야 합니까?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못 한다는 이야기밖에 안 되는 겁니다.”

 

“대한민국 방송국은 노동을 말할 자격이 없다”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은 지난 5월 꾸려진 아름다운청년전태일50주기범국민행사위원회가 주관해 매주 수요일 열려온 바 있습니다. 33차 캠페인은 11월 1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꾸려졌습니다.

이 캠페인에서 참가자들은 MBC 사옥 근처를 걸어가는 노동자들에게 커피와 간식, 전태일 50주기 기념 신문을 나눴습니다. 김한별 언론노조 방송작가유니온 부지부장은 “MBC는 아마 내일 전태일 열사 50주기 관련된 방송을 틀림없이 내보낼 것”이라면서 “하지만 MBC가 전태일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지, 노동 관련된 취재를 하고 방송을 내보낼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발언했습니다.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은 덩이를 굴리던 ‘전태일’들이 자신의 언어를 외치는 일입니다. 이 캠페인은 각자의 자리에서, 또 전태일다리에서도 이어질 것입니다.

 

“50년 전 그날의 인간 선언을 기억하십니까?”

[포토] ‘전태일 3법으로 전태일 정신을 이어가자’

그렇게 11월 13일, 전태일의 기일입니다. 마석 모란공원에서 진행된 추도식에는 양대 노총을 비롯한 수많은 노동자와 시민이 묘역 근처를 메웠습니다. 이들은 추도식에서 앞으로의 100년을 이야기했습니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전태일은 오늘도 우리와 함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전태일은 ‘나’이며 ‘전체의 일부인 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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