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다닥다닥?' 거리두기 역행하는 장학재단 콜센터
'더 다닥다닥?' 거리두기 역행하는 장학재단 콜센터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12.02 19:43
  • 수정 2020.12.03 2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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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학재단지회 "상담사 충원돼 거리두기 불가능한 상태"

2021년도 1학기 국가장학금 신청기간을 앞두고 한국장학재단 콜센터 네 곳에 상담사가 많게는 40명씩 충원됐지만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2일 민주노총 서비스일반연맹 서비스일반노조 콜센터지부 한국장학재단지회는 "국가장학금 신청이 시작되면서 장학재단 콜센터에 상담사가 충원돼 거리두기가 불가능해진 상태"라며 "현재 상담사들은 휴게시간도 보장받지 못하고 고강도 업무에 혹사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 산하 한국장학재단은 콜센터 업무를 외주업체에 맡기고 있다. 서울에선 각각 100명씩 근무하는 두 개의 업체가 콜센터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대구와 광주센터에선 각각 50명씩 일한다. 지회에 따르면 상담이 몰리는 국가장학금 1차 신청기간(11/24~12/29)을 앞두고 서울 센터 두 곳은 계약기간 3개월의 상담사를 각각 40명씩 충원했으며, 대구·광주 센터를 담당하는 업체는 센터 두 곳을 합해 20명의 상담사를 추가 배치했다. 

한국장학재단 콜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사들의 모습 ⓒ 한국장학재단지회
한국장학재단 콜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사들의 모습 ⓒ 한국장학재단지회

지회는 인원이 늘었지만 사측에서 거리두기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상담사들이 현재 코로나19 감염 위기에 취약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회가 제공한 콜센터 내부 사진을 보면 11월 중순부터 충원된 기간제 상담사 교육을 위해 한 좌석에 두 명씩 앉아 있고, 자리마다 침방울을 막을 수 있는 가림막도 설치되지 않았다.

지회는 "장학재단 본사에서는 재택근무, 유연근무 등으로 노동자들을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콜센터 노동자들은 보호조치 없이 유동인구가 많은 백화점·쇼핑몰 등이 입점된 상업 건물 내, 창문도 없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23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코로나19 감염 고위험 사업장으로 꼽히는 콜센터에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근무인원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한국장학재단은 지난 3월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면서 콜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거리두기를 위한 유연근무제를 도입했지만 4월 초 중단하기도 했다.

염희정 지회장은 "한국장학재단은 콜센터가 신문·방송에 계속 나오니까 3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만 유연근무제를 도입했고,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일 때만 1시간씩 시차근무를 했다"며 "이렇게 보도자료를 낸 이유는 언론의 감시가 소홀해지니 재단이 바로 이전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회는 또 ‘점심시간 없이 일5시간 2교대 근무’를 사측에 제안한 바 있다. A조는 아침9시~오후2시, B조는 오후1시부터 오후6시까지 5시간씩 2교대로 일해 상담사 간 거리를 확보하자는 취지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회는 "재단 담당자는 ‘(상담사가) 근무하지 않는 3시간에 대해 무급 수용 시 적용하겠다’는 답변을 했다"며 "재단과 사측은 현재 다른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방역 조치를 내놓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염희정 지회장은 "콜센터 업무 특성상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재택근무가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면서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근무시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5시간 2교대 근무'를 제안한 것"이라며 "해당 제안에 대해 일하지 않는 3시간 동안 최저임금 수준인 시급을 무급 처리하겠다는 사측의 대답은 상담사들이 코로나에 감염되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뜻밖에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회는 "한국장학재단의 전형적인 탁상행정, 노동무시 행정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콜센터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일일 2교대 근무로 사회적 거리두기 이행 ▲콜센터 노동자에 대한 휴게시간 보장 ▲코로나 감염예방정책 준수 등을 요구했다. 

한국장학재단 측은 "서울형 강화조치에서 근무인원 1/2는 권고사항"이라며 "고객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으로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신 실행가능한 고용노동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담센터는 1인 1좌석으로 운영 중이다. 다만 추가상담사 투입에 따라 컴퓨터 화면을 함께 보며 할 수 밖에 없는 교육에만 방역지침 준수하며 12월 1~2일 2일간 일평균 2.5시간 교육을 진행한 것"이라며 "상담센터 내 가림막은 2일 기준 서울71%, 광주100%, 대구70% 설치됐다. 8일까지 100% 설치 완료된다"고 해명했다. 

지회의 일일 2교대 근무 요구에 대해 재단은 "무급 단축근무 시행 시 상담사의 급여 감소로 직결되므로 상담센터 상담사 전원 동의 후 추진여부 결정이 필요하다"며 "재단은 업무 집중기임에도 수탁사와 협의해 콜 응대율보다 코로나19 집단감염 방지에 초점을 둬 근무환경 밀집도를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추가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