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무엇 : 희망버스
[언박싱] 이 주의 무엇 : 희망버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12.19 13:42
  • 수정 2020.12.19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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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영도 #한진중공업

내 온기도 지키기 힘든 강추위의 계절에 온기를 함께 나눠보기 위해 부산으로 사람들이 내려간다는 12월 셋째 주 주말입니다. 그들은 부산에서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키며 온기를 나누기 위해 개인 차량을 타고 영도와 부산 시내를 행진할 예정입니다. 이들의 차량 행렬에는 희망버스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이 주의 무엇 : 희망버스

19일 김진숙의 쾌유와 복직을 바라는 리멤버 희망버스가 출발합니다. 309일 동안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 85호 크레인 위에서 정리해고에 맞섰던 그 김진숙입니다. 309일 동안 흔들리는 하늘 감옥에 있다 내려오니 가만히 있던 땅이 오히려 일렁여서 멀미를 느꼈다는 그 김진숙입니다.

김진숙과 희망버스는 정리해고 문제가 공장 담장 안에 갇힌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고, 이를 함께 해결하자는 연대의 상징이었습니다.

김진숙과 희망버스가 만든 복직은 지금까지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는 상황입니다. 2009년 민주화보상심의위의 복직 권고, 올해 부산시의의회가 여야 전원 합의한 ‘김진숙 정년 내, 연내 복직’ 특별결의안, 지난 10월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복직 권고가 있었음에도 말입니다. 그래서 희망버스가 다시 출발한다는 겁니다.

희망버스가 처음 세상에 나타난 것은 2011년 6월 11일입니다. 당시 85크레인에 올라갔던 김진숙을 만나러 간다는 하나의 생각으로 버스에 몸을 실은 500명 정도의 승객은 조선소 담장을 넘어 85크레인 밑에서 점을 향해 손을 흔들었습니다. 계속 희망버스는 영도를 향해 내려갔습니다.

김진숙이 85호 크레인에서 내려오고 난 후 희망버스가 멈춘 것은 아닙니다. 희망버스는 전국을 돌며 장기 투쟁 사업장과 고공농성장을 돌았습니다. 공장 담장을 허물고 서로 손을 잡고 온기를 나눠 주기 위한 발걸음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온기를 나눌 장소를 돌던 희망버스가 다시 부산으로 갑니다. 정년이 오늘로 13일 남은 시점에서 사회가 인정한 복직을 한진중공업이 하루빨리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은 차량행렬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김진숙이 많은 이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그의 곁으로 왔을 때마다 많이 했던 말이 있습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입니다. 암투병과 얼마 남지 않은 정년이라지만 끝까지 함께 웃을 수 있도록 희망버스가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