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31일 정년일 넘겼지만, 노사 합의로 37년 만의 복직
김진숙 지도위원이 1986년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된 이후 37년 만에 복직한다. 오는 25일 부산 영도조선소 앞에서 명예복직 및 퇴직 기념식이 열릴 예정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윤장혁, 이하 금속노조)은 23일 HJ중공업과 “대한조선공사 해고자 김진숙의 명예로운 복직 및 퇴직”에 상호 합의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대한조선공사는 1937년 일제강점기 당시 설립된 조선중공업이 전신이다. 1950년 출범 이후 1989년 한진그룹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이후 2021년 4월 한진중공업은 동부건설을 중심으로 하는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같은 해 12월 사명을 한진중공업에서 HJ중공업으로 바꿨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은 1981년 10월 스물한 살의 나이로 대한조선공사에 용접공으로 입사했다. 노동조합 대의원으로 활동하던 1986년 2월, 김진숙 지도위원은 당시 노동조합 집행부의 어용성을 폭로하는 ‘제23차 정기 대의원 대회를 다녀와서’라는 글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대공분실에 끌러가 모진 고문을 당했다.
대공분실에서 풀려나온 뒤에 회사는 김진숙 지도위원을 용접공에서 사무직, 사무직에서 직업훈련소 강사로 두 차례 전환배치됐다. 당시 김진숙 지도위원이 전환배치 된 직업훈련소는 영도조선소와 거리만 해도 1시간이었고, 조합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명백한 부당전보였던 것이다.
이에 김진숙 지도위원은 부당전보에 항의하는 영도조선소 출근 투쟁을 시작했지만, 1986년 7월 14일 회사로부터 해고장을 받아야 했다. 회사의 해고 사유는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2009년 11월 한진중공업에게 당시 해고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을 권고한 바 있다. 이어 2020년 9월에도 같은 권고를 재차 내렸다.
그러나 한진중공업은 강경했다. 2020년 12월 31일은 김진숙 지도위원의 법정 정년일이었다. 금속노조와 한진중공업지회는 회사와 정년일 막판까지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을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왔으나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금속노조는 당시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오직 김진숙이기 때문이다. 김진숙만은 안 된다는 회사의 알 수 없는 고집”으로 설명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말 한진그룹에서 동부건설 컨소시엄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후 노사는 마침내 복직 합의에 다다를 수 있었다.
HJ중공업은 “회사는 법률적 자격 유무를 떠나 과거 같이 근무했던 동료이자 노동자가 시대적 아픔을 겪었던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인도적 차원에서 명예로운 복직과 퇴직의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금속노조는 “한진중공업의 주인이 바뀌고 노사는 김진숙의 긴 해고 기간에 또 한 해를 더해서는 안 된다고 합의했다”며 “법적으로 복직의 길이 막힌 가운데 노동과 시민사회단체의 끈질긴 노력과 김진숙 복직을 위해 투쟁해온 한진중공업지회 집행부가 재신임되며 복직논의에 완고하던 서로의 입장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600일이 넘는 장기투쟁의 결과이면서 다시는 이러한 해고와 장기투쟁이라는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신뢰와 화합의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열어야 할 시점임을 공감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논평을 내고 “2022년 2월 23일을 기억할 것”이라며 “오늘의 승리는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 최강서, 김금식 열사와 맞이하는 승리이며 37년 함께한 모든 노동자 그리고 희망버스와 희망뚜벅이로 함께 연대한 모든 민중의 승리로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2월 25일 하루의 출근과 퇴근, 퇴직이지만 동지가 보여준 투쟁의 역사이고 민주노조 운동의 발자취인 그날을 모든 노동자들이 함께할 것”이라며 “나아가 동지의 복직투쟁 승리를 시작으로 아직도 그리운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모든 해고노동자 복직의 출발이길 기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