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없는 ‘김진숙 복직 촉구 단식 농성장’
인권 없는 ‘김진숙 복직 촉구 단식 농성장’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1.01.31 17:59
  • 수정 2021.01.31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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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희망버스 기획단’ 단식 41일차
쓰러지는 단식단··· 경찰 인권침해는 계속
ⓒ 송경동 시인 SNS
혹한 속에서 경찰의 방한용품 반입 제지로 비닐 한 장으로 버티고 있는 김진숙 복직 촉구 단식단 ⓒ 송경동 시인 SNS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요구하며 41일째 단식을 이어온 농성자들의 건강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 가운데 경찰이 ‘집회 금지 구역’이란 이유로 추위를 피하기 위한 비닐 반입을 금지하고 거동이 힘든 단식자들이 가까운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조차 막고 있어 문재인 정부를 향해 비인도적 조치를 중단하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60개 의료·인권단체들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식자들을 살릴 방법은 청와대에 있다. 국가폭력 피해노동자인 김진숙에 대한 복직 약속에 대해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가책임을 인정하고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26일 단식농성 36일차 서영섭 신부가 가슴 통증으로 병원으로 실려 간 데 이어 30일 성미선 녹색당 공동위원장도 쓰러지는 등 단식농성자들의 건강이 위태로운 가운데 열렸다.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송경동 시인, 김우 권리찾기유니온 활동가, 정홍형 금속노조 부양지부 수석부지부장 등 3명의 건강도 위태로운 상태다. 단식자들을 진료한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은 “혈액검사에서 전해질 불균형이 나타나 뇌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응급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청와대는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사과와 피해보상, 복직을 위해 나서겠다고 약속하라. 만약 시간을 질질 끌어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책임은 돌이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추위 속 단식자들에게 경찰의 비인도적 조치가 이어진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단식자들이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침낭과 비닐 등 어떠한 장구도 반입하지 못하게 했다”며 “집회 금지라며 단식자들에게 가는 방문객을 통제해 인권을 침해하고 이동의 자유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식이 길어지면서 노숙하는 사람들이 거동이 힘들어지는 만큼 안전을 위해 가까운 거리의 화장실을 사용토록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정하고 시민사회 원로들이 최영애 인권위원장을 만났음에도 국가기관 어느 곳에서도 이를 시정하기 위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영하 19도의 혹한에도 (경찰은) 비닐을 주지 않았다”며 “지금도 비가 오면 비닐은 눈에 안 띄게 쳐야 한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나? 위법한 농성자라 할지라도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것인 인권의 원칙”이라고 했다. 

31일 기자회견에 구호 제창 중단을 요구하는 경찰에 항의하다 쓰러진 송경동 시인 ⓒ 리멤버 희망버스 기획단
31일 기자회견에 구호 제창 중단을 요구하는 경찰에 항의하다 쓰러진 송경동 시인 ⓒ 리멤버 희망버스 기획단

실제로 이날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구호를 제창하는 등 성격이 순수한 기자회견으로 볼 수 없다”며 구호 제창 중단을 요구하는 경고 방송을 했다. 이에 단식자인 송경동 시인이 항의하다 단식농성장 뒤 잔디에 쓰러졌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인권동판이 세워졌다고 인권정부가 아니”라며 “우리는 문재인 정부의 인권침해를 똑똑히 기억하고 국제사회에 알려 나갈 것이다. 또한 우리는 이러한 인권침해가 사라지도록 끊임없이 연대하며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1986년 한진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서 노조 대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대의원대회 후기를 수기로 적어 복사 후 동료 조합원들에게 나눠줬다는 이유로 대공분실에 끌려가 3회에 걸쳐 고문과 회유를 당했다. 대한조선공사는 이를 이유로 김진숙 지도위원을 해고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심의위가 두 차례에 걸쳐 사측에 복직을 권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30일 정년을 하루 앞두고 자신의 복직을 위해 단식농성 중인 동지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며 부산에서 서울로 향하는 ‘희망뚜벅이’ 도보 투쟁을 시작한 김진숙 지도위원은 오는 2월 7일 청와대 앞에 도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