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인물 : 김진숙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김진숙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12.30 19:07
  • 수정 2020.12.30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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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뚜벅이 #부산에서 #청와대까지 #다시길위에

올해의 마지막 언박싱입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힘든 시간을 보낸 만큼 올해의 마지막 언박싱만큼은 밝고 희망적인 소식을 전하고 싶었습니다만, 그러지 못하게 됐습니다. 올해 마지막 이 주의 인물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입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 ⓒ 전국금속노동조합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 ⓒ 전국금속노동조합

30일 오전 11시경 전국금속노동조합은 한 장의 사진과 함께 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부산에서 서울까지 기약 없는 여정을 나선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자신의 복직을 위해 길 위에서 단식농성하는 동지들을 위해 자신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며 병상에서 일어났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김진숙 지도위원은 두 번째 암 수술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만류에도 불구하고 오는 1월 4일 시작 예정인 방사선 치료도 취소하고 오전 11시경 서울 청와대를 목표로 부산호포역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앓는 것도 사치라
다시 길 위에 섰습니다
연말까지 기다렸지만 답이 없어
청와대까지 가보려구요
복직없이 정년없습니다

중대재해법의 올바른 제정 요구하며
싸우는 유가족들
산업은행이 투기자본을
매각우선협상자로 선정하며
다시 고용위기에 빠진 한진노동자들
도처에 비명소리 가득한 무책임의 시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
   30일 오전 11시경 트위터에 남긴 글

사진을 보니 다행히 혼자는 아니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 옆은 황이라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비정규직부장과 차해도 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사진 속 웃는 얼굴은 보는 이들을 더 안타깝게 만들었습니다. (오후 4시 30분경 김진숙 지도위원이 30일 목적지인 부산원동역에 도착했을 때는 함께하는 분들이 더 늘어났다고 합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해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때 치열한 투쟁 끝에 한진중공업에 민주노조가 들어섰고 지금까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이어져 왔습니다. 그가 아직까지 복직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 땅의 민주노조운동을 했던 사람들에게 부채감을 안겨주고 깊은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은 지난 35년 이 땅의 가난한 자들, 권력 없는 자들, 노동자민중서민들에게 군부와 특권층, 재벌집단들이 가했던 폭압과 야만의 세월에 대한 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최소한의 사회적 정의의 회복입니다.” ─희망버스

“12월 31일만 넘기면 된다는 회사의 얕은 계산과 달리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복직 그 자체를 기한으로 삼아 투쟁할 것입니다. 정년은 고용관계에서 발생합니다. 해고자의 시계는 해고의 순간에 멈춰있습니다. 복직만이 투쟁의 종결임을 회사는 물론이고 김진숙 조합원이 조선소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과 복직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모든 시민에게 다시 한 번 확인드립니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31일 오후 5시 30분에는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10km를 걷는 촛불행진이 시작됩니다. 한손에는 촛불, 다른 한손에는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 영정사진을 들고 걷습니다. 100m당 1명씩, 200명이 촛불을 듭니다.

정년까지 하루가 남았습니다. ‘복직없이 정년없다’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외침이 차가운 길 위에서 끝나지 않도록, 마지막 날까지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을 바라고 연대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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