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인물 : 김숙영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김숙영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1.01.30 19:05
  • 수정 2021.01.30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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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 #이도저도못하는 #책임떠넘기기 #공공성강화 #직영화
ⓒ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최근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지부장 김숙영, 이하 지부)가 2월 1일부터 파업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전국 11개 고객센터가 참여합니다. 이들이 파업을 선언한 건 2020년 임금협상에서 원청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도급업체가 서로 책임을 미루며 건보 고객센터 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부는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으로 ▲생활임금 쟁취 ▲근로기준법 준수 ▲건강보험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고객센터 직영화 등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지부의 파업을 앞두고 언론은 연일 “제 2의 인국공사태”, “건보 고객센터, 기저귀 차고 일한다”, “생리대 보여줘야 보건휴가 사용할 수 있어요” 등의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숙영 지부장은 “핵심요구는 건보 고객센터의 직영화”라고 말합니다. 파업을 앞둔 김숙영 지부장에게서 지부가 파업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던 과정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이 주의 인물 : 김숙영

이번 달 14일, 건보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2월 1일 파업을 선언했습니다. 현재 건보 고객센터는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데, 건보 고객센터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한다고 촉구하기 위함입니다. 건보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만든 지부는 건보 고객센터가 건보 가입자의 모든 개인정보를 취급하고 대국민서비스를 하고 있음에도 하도급 체제로 운영돼 공공성과는 거리가 멀게 운영된다며 건보 고객센터를 직영화해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김숙영 지부장은 “현재 건보 고객센터는 대국민서비스를 하는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콜센터처럼 운영된다”고 말합니다. 3분 이상 민원인과 통화하는 상담노동자에게는 “왜 이렇게 통화를 길게 하느냐”는 질책이 쏟아집니다. 또 상담노동자의 임금은 이들이 하루에 소화하는 콜 수와 온라인 민원 답변량, 성과 평가 등에 따라 결정됩니다. 도급업체의 운영 방식과 임금 지급 구조상 좋은 상담노동자란, 민원인의 질문에 꼼꼼하고 자세하게,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상담노동자가 아닌, 전화를 재빠르게 끊고 많은 상담전화를 ‘쳐내는’ 상담노동자인 셈입니다.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탓에 도급업체에 따라 마스크 지급이나 거리두기, 아크릴 가림막 설치 등에서 차이가 나 건보 고객센터 상담노동자는 건강권에 심각한 위협을 받기도 합니다. 김숙영 지부장이 일하는 경인2센터의 경우, 4월 도급업체가 바뀌면서 이전 도급업체에서 매일 한 장씩 지급하던 마스크를 매주 한 장씩 지급하는 것으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아크릴 가림막도 4월에 정면 가림막을, 9월이 돼서야 측면 가림막을 설치해 건보 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은 “바이러스는 앞으로만 퍼지고 옆으로는 안 퍼지나봐”라고 자조하기도 했다고 김숙영 지부장은 털어놨습니다.

거리두기도 정수리를 기준으로 140㎝를 측정해 건보 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이 “우리가 꼭짓점이냐”고 한탄하기도 했다고 김숙영 지부장은 증언합니다. 고용노동부에서 근로감독을 나와 어깨 사이를 기준으로 거리를 측정하니 89㎝에 불과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김숙영 지부장은 이 모든 일이 발생하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고객센터를 직영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도급업체가 할 일”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도급업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허락을 안 해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원·하청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고통 받는 건 건보 고객센터의 상담노동자와 더 나아가 건강보험에 가입된 모든 국민”이라고 김숙영 지부장은 강조합니다.

“고객센터를 직영화하라는 게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규직의 임금을 뺏어서 상담노동자에게 주라는 의미가 아니에요. 정부 지침 상 도급비 내에서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이 가능하니까요. 왜곡된 시선이죠.

또, 저희 상담노동자가 6시간 이상씩 이석도 못하고 전화만 받는, 보건휴가도 맘대로 쓰지 못하는 그 현상만을 자극적으로 세상에 알려달라는 의도도 아니에요. 저희 건보 고객센터 상담노동자가 겪는 이 부조리한 노동환경은 공적 업무임에도 민간에 위탁해 공공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은 거예요.

저희가 3분 안에 민원인과 상담을 마치면 민원인이 그 내용을 온전히 이해할까요? 아니에요. 다시 전화를 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이해가 안 가니까요. 또 저희가 상담하면서 조회할 수 있는 정보는 개인의 민감한 모든 개인정보를 포함해요. 저는 그게 발가벗겨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어떤 공단이든 고객센터에 전화하기 껄끄러울 정도에요.

근데 이 사실을 국민들은 알까요? 아니요. 저희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속 직원인 줄 아시는 분들이 많아요. 근데 이런 민감한 정보를 다루면서 사고의 책임을 공단이 아닌 도급업체, 혹은 상담노동자 개인에게 지우는 게 맞을까요? 아니에요. 저희 지부가 이번 파업을 결심하면서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게 다에요.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고객센터를 직영으로 운영하라는 것. 그게 저희 요구의 핵심입니다.”

-김숙영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