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날치기’ MBN...“직원 담보로 한 무모한 역주행 멈춰라”
사외이사 ‘날치기’ MBN...“직원 담보로 한 무모한 역주행 멈춰라”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1.03.19 18:49
  • 수정 2021.03.1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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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지부 “현 경영진, 방통위의 재승인 조건 성실히 이행해야”
19일 서울 중구 MBN 사옥 앞에서 열린 ‘사외이사 날치기 선임 규탄 및 사장공모제 시행 촉구’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19일 서울 중구 MBN 사옥 앞에서 열린 ‘사외이사 날치기 선임 규탄 및 사장공모제 시행 촉구’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MBN노조가 새로운 사외이사 선임 절차가 ‘날치기’로 진행됐다며 사측을 규탄했다. 채 사흘이 안 되는 시간 안에 끝난 사외이사 후보 추천 과정이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새로운 사외이사 선임은 19일 오전 열린 주주총회에서 통과됐다.

전국언론노조 MBN지부(지부장 나석채)는 19일 서울 중구 MBN 사옥 앞에서 ‘사외이사 날치기 선임 규탄 및 사장공모제 시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투명하고 공정한 언론사를 만들라는 재승인 조건을 거스르는 것은 직원들의 생존권을 책임져야 할 노조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MBN지부 등에 따르면, 2월 22일 시청자위원회 카카오톡 단체방에 3일 안에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 달라는 사측의 공문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25일 정기회의에서 노조 추천 시청자위원들은 심의와 검증을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며 2주 후에 결정을 내리자고 제시했지만, 사측이 추천한 시청자위원장과 위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측 위원이 단수 추천한 후보자 정보는 의결을 반대하는 노조측 의원들이 퇴장한 뒤에야 회람됐고, 후보 추천은 다수결로 의결됐다. 현재 MBN 시청자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한 사측 추천 위원 6명, 노조 추천 위원 5명으로 구성돼 있다. MBN지부와 노조 추천 시청자위원들은 사외이사 선임 절차에 상당한 결함이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 추천 시청자위원인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MBN은) 노조가 요구하는, 방통위가 내린 조건부 재승인을 다 수용할 것처럼 했지만 실제로는 의지가 없는 하나의 쇼에 불과했다”며 “시청자위원회는 체스판의 말처럼 쓰였다”고 말했다.

MBN지부 측 자문을 맡은 최종연 법무법인 일과사람 변호사는 의견서에서 “시청자위원회 위원장 등은 2월 25일 정기회의 당일 의결만을 고수해 (노조측) 위원의 심의·의결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또 “사측은 시청자위원회에 일방적으로 사외이사 자격 요건을 설정·통보하고 회의 3일 전에 통보함으로써 시청자위원들의 추천권을 침해했다”고 했다.

MBN지부 등은 새로 선임된 신용섭 사외이사의 자격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MBN지부는 “(신용섭 후보는) 전 EBS 사장으로 방통위 상임위원과 MBN 시청자위원을 지낸 인물”이라며 “이명박 정부 시절 낙하산으로 임명된 통신관료 출신으로 노조와 충돌을 빚고 독립유공자 관련 다큐 제작을 방해하는 등 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했다는 논란의 주인공”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는 종편 재승인 기준 점수에 미달한 MBN에 ‘조건부 재승인’ 결정을 내리며 부가한 17개의 재승인 조건에 사외이사 선임을 넣었다. 방통위는 ‘시청자위원회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포함해 최대주주 및 회사 경영진, 가족 등 특수관계자가 아닌 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했다.

최종연 변호사는 “방통위가 내린 조건부 재승인의 취지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서 방송의 공공성을 높이고 경영의 전문성을 확보하라는 것”이라며 “절차적, 실체적 하자가 있는 사외이사 선임은 (방통위의) 재승인 조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중구 MBN 사옥 앞에서 ‘사외이사 날치기 선임 규탄 및 사장공모제 시행 촉구’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19일 서울 중구 MBN 사옥 앞에서 ‘사외이사 날치기 선임 규탄 및 사장공모제 시행 촉구’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나석채 MBN지부 지부장은 “종편 자본금 사태의 불법성을 인정한 시점에서 우리 MBN 스스로가 재발방지 대책으로 제시했어야 하는 당연한 조치”라며 “방통위 권고를 무시하는 사측은 3년 뒤 재승인을 받을 생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또 “현 경영진은 재승인 조건을 이행하기보다는 모든 것을 소송으로 해결하려 한다”며 “직원과 협력업체의 생계를 볼모로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통위의 재승인 조건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방송사의 존립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현재 MBN은 방통위와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17일에는 방통위가 부가한 재승인 조건 중 일부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작년 11월 방통위에게 받은 방송업무정지 행정처분 취소 소송과 행정처분 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MBN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고, 방통위는 항고한 상태다. 앞서 MBN은 종합편성채널사용사업자로 최초 승인 시 자본금 불법 충당, 연이은 허위 자료 제출 등을 이유로 방통위로부터 작년 11월에 ‘6개월 방송업무 정지’ 행정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날 MBN지부는 ▲재승인 조건 불복 소송 즉각 철회 ▲노조가 참여하는 사장공모제 실시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 기자회견 이후에는 시청자위원회 사외이사 후보 추천의 부적법성을 주장하는 변호사 의견서를 방통위에 전달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MBN이 재승인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거나 내용을 검토한 후에 타당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방송법상 시정명령을 내리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