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사건 : 타투유니온 지회장 1심 재판
[언박싱] 이 주의 사건 : 타투유니온 지회장 1심 재판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1.05.29 21:51
  • 수정 2021.05.29 2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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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 #합법화 #연대 #도이 #화섬식품노조

작게 새긴 타투 하나에
내 맘은 이미 푸른 바다에
눈을 감고 하늘을 날아

- 적재, <타투(Tattoo)> 가사 중

‘문신’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피부에 물감을 들여 그림을 그리는 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과거 ‘문신’을 말하면 조직원의 등 전체에 떡-하니 자리 잡은 용이나 호랑이를 연상하곤 했는데요, 이제 문신은 그 위화감을 벗어던지고 ‘타투’라는 단어로 불리며, 일상 속에서 개인이 개성을 드러내고 의미를 담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만큼 타투이스트들도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현행법이 문화를 따라가지 못해, 타투행위가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쟁점은 ‘타투가 의료행위냐 아니냐’입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이와 같은 쟁점이 불거진 적 있습니다만, 결국 2020년 9월 기존 법안이 폐기되면서 타투가 합법화됐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타투 합법화를 위한 연대의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바로 김도윤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 지회장(타투이스트 도이)이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부터 말이죠.

5월 28일 오전 11시 서울북부지법에서는 김도윤 지회장의 1심 재판이 열렸습니다. 검찰은 타투가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규정하고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는데요, 1심 선고 결과는 7월 7일 나올 예정입니다. 김도윤 지회장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김도윤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 지회장
[자료 =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인터뷰] 김도윤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 지회장

- 오늘 1심 재판이 열렸는데 소회를 말씀해주세요.

재판을 준비하면서 연대했던 우리의 모습이 가장 많이 떠올랐습니다. 민주노총에 가입하고 타투 합법화 문제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자 했어요. 변호를 담당한 곽예람 변호사님은 1년 반 동안의 타투유니온의 법률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 분이에요. 그러다보니 타투이스트들에게 어떤 부분이 부조리하고, 법적 충돌이 있는지 잘 아세요. 이번 변호인 의견서를 보면 타투에 관련해서 이 정도 깊이 있는 의견서가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타투이스트들을 포함한 우리가 연대하고 모였기 때문에 누릴 수 있었던 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 타투이스트들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라 연대라는 단어가 익숙지 않아요.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을 돌아보니,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에 들어가서 지원 받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문제해결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느꼈습니다.

-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1992년 판례를 보면 타투를 의료행위로 규정하는데요, 우리나라 의료법을 보면 타투와 관련된 규정이 없습니다. 단지 의료행위는 의사만 한다는 법이 있고, 의료행위에 대해 무엇인지 규정하고 있지 않아서 문제가 생기는 거죠. ‘의료’라는 건 치료라는 행위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 건데, 타투는 치료를 하는 행위가 아니에요. 의료라는 영역 안에서 타투가 가르쳐진 적 없잖아요? 일본은 타투를 의료행위로 규정하는 게 잘못됐다는 대법원 판례를 끝으로 작년 9월부로 해당 내용이 폐기됐어요.

재판을 통해 타투 합법화를 준비하고자 했던 이유 중 하나가 일본의 사례가 있다는 점이었죠. 지난 1년 반 동안 헌법 소원을 하거나 지자체별 시행규칙 조례 개정을 촉구하는 등 노력으로 각 지역 타투 합법화를 시도하고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준비하는 게 이번처럼 법을 다퉈서 타투가 합법이라는 결과를 끌어내는 게 중요하게 생각한 갈래였는데, 마침 또 누군가가 저를 신고해주셔서(웃음). 의료 상해가 발생했다면 귀책을 다퉈야하지만, 이번 신고는 귀책의무를 따지는 게 아니었어요.

한편으로 이번 재판이 세계인이 보는 기준에서 과연 타투가 법리적으로 의료행위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끝까지 가져가서 다퉈볼 생각입니다.

- 타투가 불법이라는 이유로 협박을 당하는 사례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저희가 처음에 타투유니온이라는 노동조합으로 접근한 이유는 타투 합법화도 있지만,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사회적으로 타투이스트들을 돌봐주는 울타리가 없기 때문이었어요.

작년 한 해 동안 저희가 활동에 가장 큰 비중을 둔 게 법률 지원이었어요. 타투유니온이 생기고 조합원이 500명으로 늘어난 주된 이유가 손님이 변심을 해서 타투이스트를 신고하거나 협박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에요. 심지어는 돈을 노리고, 리스트를 만들어 일부러 작업을 받고 작업자의 태도나 작업이 맘에 들지 않으니 300만 원을 내놓으라는 사례도 있었어요.

2020년에는 불법으로 신고하겠다고 해서 법률적으로 보호해야 했던 경우가 23건이 있었어요. 법률적 대응으로 넘어가지 않고 지회 안에서 임원들이 중재하고 상담을 해서 마무리된 사례까지 합치면 100건이 넘어요. 저희가 전임자 없이 생업과 타투유니온 활동을 병행하다보니까 직업생활을 못할 정도였어요. 예전에는 타투이스트들이 돌봄 받지 못하고, 상담할 곳이 없어서 극단의 선택을 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는데, 이제 타투유니온이라는 창구는 생긴 거죠.

- 타투 합법화를 위해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건?

연대죠.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힘을 실어주는 거죠. 타투에는 서화 작업이 있고, 아이라인을 그리는 것과 같은 미용작업이 있잖아요? 행위는 비슷하지만 관리는 나눠져야 하는 게 국제적 기준이라 법률안이 따로 있어야 하는데요, 더 나은 방식으로 법률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모여 의견을 교환하면서 대표성을 가져야 한다는 걸 예전에는 실감하지 못했어요. 지금은 경기도에서 타투 관련 조례를 만들자고 의견도 내고 있죠. 타투유니온이 설립되지 않았고 조합원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말할 수 없었을 거예요.

- 하고 싶은 말?

1심 재판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갔어요. 기사가 나가고 난 이후 댓글을 읽다보면 좋지 않은 얘기들이 많아요. 저는 음악의 장르처럼 타투라는 문화도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타투는 누군가의 외모입니다. 방송에서도 강제적으로 타투를 모자이크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누군가의 외모가 마음에 안 든다고 모자이크 처리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방송이나 댓글에서 타투를 좋지 않게 언급하는 분들께 타투를 좋아해 달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개인 그대로의 외모, 취향으로 존중해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