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껏 보지 못한 화섬식품노조가 시작된다
여태껏 보지 못한 화섬식품노조가 시작된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7.14 12:14
  • 수정 2021.07.14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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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맹해산, 산별완성’ 화섬식품노조, 2022년 ‘새 이름’으로 새 출발

[인터뷰] 신환섭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위원장

6월 29일 서울시 동작구 화섬식품노조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연맹해산, 산별완성”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위원장 신환섭)이 2022년을 목표로 내건 의제다.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이하 화학섬유연맹)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이하 화섬식품노조)이 공존하는 현 상황을 넘어 하나의 완전한 산별노동조합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화섬식품노조의 산별전환은 2004년에 시작했지만 2007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연맹해산에 실패한 이후 조직파행을 겪었다. 이후 10여 년간 화섬식품노조에서 ‘산별전환’이라는 말은 금기시됐다. 이런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화섬식품노조가 여론으로부터 ‘조직 사업’을 주목받으면서다. 2017년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논란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파리바게뜨지회 조직화에 성공했고, 이듬해 네이버, 카카오, 넥슨 등 판교의 IT 노동자들이 화섬식품노조에 가입했다. 또한 2019년 서울봉제인지회, 2020년 타투유니온지회가 화섬식품노조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왔다. 이들은 소규모 영세 사업주, 프리랜서, 객공 등 ‘당사자’로서 고용형태를 넘어 노동조합의 주체로 나섰다.

다양한 노동자들이 화섬식품노조를 찾았다. 화섬식품노조는 이를 기반으로 하나의 산별노조가 되기 위해 다시 한 번 준비하고 있다.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에게 지금과는 또 다른 앞으로의 화섬식품노조에 관해 물었다.
* 인터뷰는 6월 29일 서울시 동작구 화섬식품노조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 지난 6월 화학섬유연맹 산하 주요 단위 사업장에서 산별전환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에 참여한 노동조합 중 최대조직인 LG화학/LG에너지솔루션노동조합과 한국바스프노동조합이 산별전환에 성공했는데, 이번 투표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약간 긴장됐다. 화학섬유연맹과 화섬식품노조 모두 산별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활동을 산별전환에 ‘올인’ 했는데, 그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다만 상반기에는 산별전환 투표를 진행한 곳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 투표에서 최대 조직인 LG화학/LG에너지솔루션노동조합과 한국바스프노동조합이 전환에 성공했다. 조합원 수로 보자면 꽤 많이 전환한 것이다. LGChem노동조합이 찬성률 59% 정도로 전환에 실패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성과를 놓고 본다면 잘된 것도 못된 것도 아니다. 하반기 투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최대조직이 전환됐기 때문에 앞으로 다른 노동조합에서 산별전환하기에 부담감을 덜지 않겠나 생각된다.

- 하반기 산별전환 대상 사업장은 몇 곳인가?

10월 3주차에 산별전환 되지 않는 노동조합들이 다시 투표한다. 투표하지 않은 사업장과 투표 했다가 부결된 사업장 모두 다 붙인다.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이다. 그 이전에 산발적으로 산별전환 투표를 거치고 있는데 그 결과에 따라서 10월 투표에 나설 사업장 수가 가늠될 것 같다.

- 이번 산별전환 투표를 위해 여러 지역을 돌며 선전전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들을 많이 만났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산별전환에 대한 조합원들의 생각은 어떤가.

산별전환 이슈 자체가 조합원들이 관심을 가지기 어려운 이슈다. 노동조합의 형태가 산별인지 기업별인지는 조합원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별전환과 관련해서 각 노동조합 집행부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가결된 현장에는 나름의 가결될 수 있었던 분위기가 충분히 있었다. 하반기가 남아있으니 상반기 투표 결과를 보자는 곳도 있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선전전이 제한되기도 했다. LG화학/LG에너지솔루션노동조합은 현장 순회를 진행했는데 직접 조합원들과 대면하면서 충분히 가결될 가능성이 있겠다고 느꼈다. 한국바스프지회도 마찬가지였다. 나머지 사업장의 경우 현장에 들어가지는 못했기 때문에 가늠하기 어려웠다.

- 현장에서 산별전환 교육을 하면서 어떤 질문을 주로 받았나.

산별노조에 대한 오해가 컸다. 역사적으로 일제강점기 및 해방 전후에 노동조합은 산별노조로 존재했다. 신군부에서 산별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기업별노조를 법으로 강제한 것이다.

그렇지만 기존에 노동조합이 조직돼 있는 곳에서는 기업별노조를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기업도 노동조합이 산별노조로 전환되지 못하게 최대한 막는 분위기가 있다. 특히 대기업에서는 무조건 산별노조로 가면 손해라는 인식이 많이 퍼져있다. 조합비를 많이 내고, 하기 싫은 정치파업 해야 하고, 피곤해지기만 한다는 식이다. 이런 잘못된 인식에 기반한 질문들을 많이 받았다.
* 한국에서 노동조합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기는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며, 신군부가 기업별 노동조합을 강제한 시기는 1980년 12월이다.

- 조합원의 입장에서 산별전환은 ‘내 일이 아닌 이슈’다. 조합원에게 산별노조가 필요한 이유는 뭔가?

조합원들 입장에서만 놓고 보자면 산별노조로 가는 것은 축복이다. 노동조합의 힘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기업별노조에서는 교섭이 회사 안에 갇혀 있게 된다. 하지만 산별노조는 회사 안에서도 교섭할 수 있고, 회사 울타리를 넘어서 업종별로 뭉치는 등 여러 방법으로 교섭할 수도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 기업별노조로서의 한계가 급속도로 커지는 환경이기도 하다. 특히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대기업 사이에서 산업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금속노조도 자동차산업이 전환되는 현시점에서 정의로운 산업전환과 관련한 공동결정법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정부를 상대로 교섭을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는 기업별노조 형태에서는 불가능하다. 산별노조로 묶여 있으면 최소한 그런 요구를 할 수 있는 조건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더 지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연맹해산의 의미는 민주노총 사업장이 아니게 된다는 의미다. 민주노총은 기업별노조로는 가입할 수 없다. 단위 사업장 노동조합이 화학섬유연맹에 가입하고, 화학섬유연맹이 민주노총에 가맹하는 형식이다. 연맹해산 시 산별전환을 하지 않고는 민주노총 사업장이 될 방법이 없다.

- 조합원이 내는 조합비가 늘어나지는 않나?

조합원이 내는 돈은 별 차이가 없다. 통상임금의 1%를 중앙에서 걷는다. 조합비를 화섬식품노조로 직접 내는 것이다. 그런데 사업장 면면을 보면, 조합비가 많으면 통상임금의 2%거나 1.3%인 곳이 있다. 가령 1.3%라고 하면 1%만 올리고 0.3%는 각 노동조합에서 사용할 수 있다.

더불어 1%가 중앙에 올라와도 이를 중앙이 다 쓰는 게 아니다. 현재 중앙 51, 사업장 49로 분배하고 있는데, 산별전환이 완성되면 사업장 비율을 상향할 계획이다. 많은 사업장들이 산별전환되면 재정 여건이 좋아져서 사업장에 돌아갈 돈도 많아진다. 조합원은 똑같은 조합비를 내는 것이다.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이 지난 5월 충북 청주시 LG화학/LG에너지솔루션노동조합을 찾아 산별전환 선전을 진행하고 있다. ⓒ LG화학/LG에너지솔루션노동조합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이 지난 5월 충북 청주시 LG화학/LG에너지솔루션노동조합을 찾아 산별전환 선전을 진행하고 있다. ⓒ LG화학/LG에너지솔루션노동조합

- 화섬식품노조의 산별전환은 2004년 10월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이 출범함으로써 시작됐다. 출범 17년차를 맞이하고 있는데, 산별전환이 다소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여태까지 자신 있게 산별전환을 하지 못했던 이유는 각 노동조합 집행부가 산별전환 투표를 붙이지 않았고, 동시에 산별노조로 갈 생각이 없어서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집행부들이 산별전환을 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용기 있는 선택이고, 조합원에게 큰 혜택이다.

물론 냉정하게 따져보면 집행부 입장에서는 조직 형태가 바뀜으로써 ‘위원장’이 아니라 ‘지회장’이 되는 문화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또 하나는 재정에 대한 문제다. 기업별노조, 연맹체에서는 가맹비만 내면 된다. 그런데 산별노조의 특징은 중앙집권화다. 힘을 중앙에 집중한다는 의미는 조합비도 중앙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집행부들이 산별전환을 꺼렸던 것은 이런 측면이 있을 것이다.

2004년도에 산별전환 사업을 시작하고 산별완성을 위해서 2006년 12월 대의원대회에서 연맹해산안을 결의했다. 그리고 2007년 9월 대의원대회에서 투표를 붙였는데 1표 차로 부결됐다. 2/3에서 1명이 부족해서 연맹해산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조직이 파행됐다. 당시에 나갔던 노동조합이 다시 들어오기까지 10여 년 걸렸고, 그동안 산별전환 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 2018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2022년 산별전환 완성을 결의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는가?

연맹해산을 위해서는 대의원대회 결의가 필요하다. 2/3 정족수를 맞추지 못하면 또다시 조직이 파행을 겪는 것이다. 또다시 파행 겪을 수 없었다. 2018년은 나갔던 조직이 들어오고 더불어 화섬식품노조의 조직이 커지기 시작한 시점이다. 예를 들어 파리바게뜨지회, 네이버지회 등이 노조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숫자상으로 2018년 기준 화학섬유연맹의 조합원이 1만 1,000여 명, 화섬식품노조가 1만 명이 좀 넘어서 반반 정도였다. 2022년 정도면 대의원대회에서 2/3이 아니라 3/4 정도의 표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또한 아직 산별전환을 하지 않은 곳들도 산별로 가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2018년 대의원대회에서도 2022년에 해산에 대해서 큰 저항 없이 결정할 수 있었다.

- 최근 몇 년 사이에 화섬식품노조의 조직사업이 민주노총 내외로 주목받고 있다. 제빵기사, IT노동자, 봉제노동자, 타투노동자 등 다양한 산업과 영역 있는 노동자들이 화섬식품노조를 찾았는데, ‘조직화 비결’이라고 할 만한 게 있는가?

파리바게뜨나 네이버 같은 경우 그 친구들이 먼저 노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고 문을 두드렸다.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 지회장이 정의당 비상구에 문의를 했다가 우리에게 연계됐다. 다만 파리바게뜨뿐만 아니라 체인사업 형태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조직화를 상징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더욱 다양성 있게 조직화를 시도한 사례는 타투유니온이나 봉제인공제회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조직화다. 타투유니온지회나 서울봉제인지회 조합원 중에서도 사장님들이 있다. 서울봉제인지회가 공제회 방식을 택한 이유는 결국은 열악한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타투유니온지회는 노동조합을 통해서 타투 합법화 투쟁을 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임금 교섭만을 통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시각을 넘어 다른 시도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서울봉제인지회 조직에는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이라는 의미도 있다. 우리가 ‘섬유’ 노조로서 전태일열사정신계승전국노동자대회에 매번 참여하고 있는데, 진짜 전태일은 없어진 게 아니냐는 문제의식으로 어찌 보면 기획사업을 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봉제인지회에 대단히 애착이 가지만, 또 새롭게 올라오는 사람은 전태일이 누군지 잘 모른다.

결과적으로 보면 옛날부터 노동조합을 해왔던 사람은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전태일이 누구지?’, ‘왜 그 사람의 정신은 계승해야 해?’ 같은 질문을 한다. 그 사람들이 같이 한 울타리에 있는 거다. 새로운 사람들을 보면서 여기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해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 조직 내부에서 다양한 산업과 영역의 노동자를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어디서 기인했다고 생각하는가?

잘 융화될 수 있었던 배경은 오랫동안 조직파행을 겪은 일 때문인 것 같다. 하하하. 조직이 파행될 때 있었던 사람이 나나 사무처장 등이다. 그런 과정들을 겪은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울타리 안에 들어오면 어울리고 소통하려고 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또 IT노동자들이 들어오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준 것 같다. 노동조합 운동에서 선배들이 했던 방식이 있다. 그 방식과 생각을 주입하기보다 많이 들어주면서 그들과 발 맞춰가는 과정이 있었다.

한 예로 ‘먼저 해보라’고 했다. 교섭할 때 IT노동자는 상대적으로 회사를 좋게 보는지라 ‘이 정도는 해줄 겁니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막상 부딪히면 생각만큼 안 해준다. 하하. 그러면 ‘안 될 때는 방법이 뭐냐’고 물어본다. ‘방법이요? 잘 모르겠는데요?’ 답하면 이렇게도 해보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이를 ‘투쟁’이라고 알려줬다.

사실 처음에는 ‘조합원들한테 투쟁의 투자도 꺼내면 안 된다. 그러면 다 탈퇴한다’고 그랬다. 그런데 나중에는 스스로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하더라. 과정 속에서 같이 있어 주는 것과 과정 속에서 왜 이게 필요할까 설명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게 우리가 많은 시간을 통해서 가지고 있는 노하우다.

- 다양한 산업의 노동자를 망라한다는 것의 장단점이 있을 것 같다.

단점은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다양하면 다양한 만큼 많아질 수밖에 없지 않나. 하나의 똑같은 패턴으로 돌아가는 것만 있다면 필요한 사람만 있으면 그냥 계속 갈 수 있다. 그게 아니라 다양해지면 일은 많아지고 대단히 바빠진다.

그러나 다양하기 때문에 조직이 가지는 장점이 있다. 한 편으로 놓고 보면 제조업에서 사람들을 대거 쓰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다. 대기업들이 공장을 지으면 공장의 대규모화와 설비 투자를 통해서 사람은 적어지는 데 반해 제품은 더 좋아지고 있다. 그래서 제조업에서 조직사업은 한계가 빨리 오고 있다. 여기서 오는 한계를 넘어 다른 영역에서 조직력 확대를 꾀하는 건 대단히 장점이다. 조직이 침체하거나 멈추지 않고 계속 역동적으로 나가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투쟁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 발전적이라고 본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 노동조합 운영에 있어 산별전환 완성 시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무엇인가?

일단 업무의 효율화가 생긴다. 현재 연맹과 노조가 공존하는 상태에서는 대의원대회도 따로 한다. 또한 이 상황에서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을 수밖에 없고, 여기에서 보이지 않게 소비되는 에너지가 크다. 이쪽에서는 10년 넘게 산별전환 않는 이유는 뭐냐고 문제제기 하고, 저쪽에서는 왜 얘들만 특별하냐고 문제제기 한다. 한 방향으로 쏟아야 할 힘이 엉뚱한 데 소진된다. 조직 내부에서 생기는 이질감을 봉합하는 데 더 많은 힘이 쏟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는 게 첫 번째다.

- 현재 ‘화섬 산별노조 전환 전략 의제 수립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화섬식품노조는 단순히 조직전환을 하는 게 아니라 현재 조직 내 다양하고 이질적인 업종 구성까지 염두에 두고 산별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테두리 안에 들어있지만 그 테두리 안에서는 각자의 장점들을 활용해서 조직사업을 하면 된다. 예를 들어 화학사업장으로 묶인 곳은 제조업만의 특징을 공유하고 있고 노동조합의 역사와 전통이 깊다. 기존 방식대로 굴러가면 된다. IT도 새로 만들어진 노동조합이지만 나름대로 IT의 특성을 잘 살려서 가면 된다. 봉제나 타투도 마찬가지다.

각 영역의 활약은 화섬식품노조의 자랑거리가 된다. 오래된 산업에서는 신선한 일이 없다. 그렇지만 화섬식품노조 안의 다른 영역이 잘 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다양하지만 하나의 노조로 충분히 상승효과를 가지면서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 타투유니온지회의 예를 들면, 전국에 타투인만 해도 몇 만 명 수준이지 않나. 그분들과 화섬식품노조가 타투유니온지회를 통해서 소통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화섬식품노조 입장에서 큰 장점이다.

- 다양한 산업이 공존하다 보니, 산별노조의 전문성을 쌓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구분하면 된다. 산별노조의 전문성은 산업에 대한 연구와 교섭력으로 생각할 수 있다. 산업에 대한 연구는 연구 용역을 통해서 어떻게 갈 것인지 제시할 수 있다. 교섭력은 화섬식품노조에 들어와 있는 사업장에 대한 교섭력을 키우면 된다고 본다.

산별노조가 자기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자기 전문성이라는 것은 영역 안에 그 주체들이 모여서 어떻게 하고 있냐에 따라서 결정된다. 화섬식품노조가 가장 먼저 시작한 새로운 영역이 있다. 여기서 성과를 내면 화섬식품노조가 가장 잘하는 조직이 되는 것이지 않나. 그래서 산업이 다양하고, 영역이 다양하다고 하더라도 영역을 구분해서 접근하면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 산별노조 완성은 화섬식품노조 발전에서 꼭 거쳐야 할 과정상의 단계라고 할 때 산별노조 전환을 통해 화섬식품노조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서 말해달라.

일단 화섬식품노조가 하나로서 완결된 구조를 갖는 게 먼저다. 이후 화섬식품노조에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는 영역들이 자기 전문성을 높여 산별노조로서 모양을 갖춰가는 게 필요하다. 조직사업 같은 경우는 오히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서 방향성을 제시하는 방법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화섬식품노조는 2022년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명칭 변경까지 고민을 하고 있다. 다양한 노동자들이 모이고 있는 상황에서 화학, 섬유, 식품, IT 이렇게 이름을 추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화학섬유식품노조를 상징할 수 있는 이름을 만들어낼까 고민하고 있다.

현재 화섬식품노조는 조직, 운영, 교섭, 교육 등 화섬식품노조 발전 전망을 내기 위해 연구 용역을 맡긴 상태다. 연구결과를 포함해서 올해 11월 전국의 대표자들과 토론을 거친 후, 내년 2월 대의원대회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할 계획이다.

- 염두에 둔 명칭이 있나?

아직은 없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다양한 것들을 먼저 시작했으면 모든 걸 다 열어두고 고민해보는 것도 좋다고 본다. 다만 옛날 방식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옛날 방식 중 변화돼야 한다고 하면 변화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가장 많이 반영되지 않겠나. 하하 최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가장 문제 제기를 많이 하는 곳이 우리 IT지회 쪽 대의원들이다. 집회방식부터 시작해서 ‘너무 딱딱하다’, ‘재미없다’ 이런 의견을 많이 준다. 그렇게 논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이름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든 걸 열어두고 있다.

ⓒ LG화학/LG에너지솔루션노동조합
ⓒ LG화학/LG에너지솔루션노동조합

- 마지막으로 조합원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2021년이 지나고 나면 화섬식품노조는 이름을 포함해서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나아갈 것이다.

올해 11월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완화되면 1박 2일 전국대표자 수련회를 통해서 많은 아이디어와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전체 조합원들에게 새로운 화섬식품노조의 출발점으로 2022년을 선포할 때 힘 있게 동참해주셨으면 한다. 자신감 있는 화섬식품노조의 조합원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