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비정규직 2,671명, 현대ITC 자회사 전적 거부
현대제철 비정규직 2,671명, 현대ITC 자회사 전적 거부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8.31 19:02
  • 수정 2021.10.13 2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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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 현대ITC 출범 예정 … 지회 전면파업 9일차
현대ITC 설립, 비정규직 차별 해소? 불법파견 리스크 해소?
8월 31일 오전 11시 충청남도 당진시 현대제철 C지구 정문 앞에서 진행된 ‘차별과 불법의 다른 이름, 현대제철 자회사 우리는 거부합니다’ 기자회견 현장 ⓒ 금속노조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동자 2,671명이 자회사 현대제철ITC로의 전적을 거부할 것을 선언했다. 현대제철이 100% 지분을 출자한 현대ITC가 9월 1일 정식 출범을 앞둔 가운데, 노사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제철당진비정규직지회는 8월 23일부터 전면파업에 나선 상태다.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김호규, 이하 금속노조)과 금속노조 충남지부(지부장 정용재), 금속노조 현대제철당진비정규직지회(지회장 이강근)는 31일 오전 11시 충청남도 당진시 현대제철 C지구 정문 앞에서 ‘차별과 불법의 다른 이름, 현대제철 자회사 우리는 거부합니다’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현대제철은 7월 7일 자회사 현대ITC를 설립해 포항과 인천, 충남 당진 현대제철 사내하청에서 일하는 노동자 7,000여 명을 ‘직접고용’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사내하청업체 노동자의 임금수준은 정규직의 60% 정도인데, 정규직의 80% 수준을 자회사에서 보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제철은 현대ITC를 설립한 목적을 “직접고용 하겠다는 취지”라면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자회사를 설립해 직접 관리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2019년 1월 23일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하청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라고 권고받는 등 비정규직 차별 문제가 여러 해전부터 제기됐었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방안이 현대ITC 설립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반응은 싸늘하다. 자회사는 또 다른 차별이라는 것이다. 현대제철당진비정규직지회는 자회사 전적 조건으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취하 및 부제소 합의서를 작성하게 한 점과 자회사 전적 대상자가 1차 사내하청 노동자에 제한돼 있다는 점, 논의과정이 일방적이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현대제철당진비정규직지회는 현대제철을 상대로 대규모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대제철당진비정규직지회는 2016년부터 2020년 10월까지 총 4차에 나누어 총 3,228명의 당진공장 사내하청노동자가 참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1·2차 소송은 병합돼 1심에서 계류중이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의 전망은 밝다. 유사한 처지에서 일하고 있는 현대제철 순천공장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1·2심 재판부가 모두 불법파견 혐의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올해 3월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현대제철 당진공장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5개 사내하청업체 11개 공정 중 4개 업체, 7개 공정에서 불법파견을 확인했다. 총 749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를 현대제철이 직접고용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현대ITC의 설립이 비정규직 차별 개선보다 불법파견 소송의 리스크 해소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현대제철당진지회가 주장하는 배경이다. 이강근 금속노조 현대제철당진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원래 근로자지위확인소송취하서를 노동조합에 제출해야 하는데 회사의 별도 법무법인에서 소취하를 대신해주고 있다”면서, “자회사 대상이 1차 하청업체인 것도 1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승소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 금속노조

현대제철의 자회사 방안에 대해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불법파견인데 직접고용이라는 조치에 자회사 직접고용이 들어가느냐가 문제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직접고용의 범주에 들지 않을 것이다. 직접고용의 범주 안에는 정규직과 동일한 형태로 가야하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은 “순천공장은 하이스코에서 합병해서 현대제철에 들어왔다. 라인정리가 안돼있어서 근로자지위에 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었다”며 “당진공장은 2010년 새로 만든 제철소다. 당진은 설립할 때부터 직접운영, 협력업체 운영 부분을 명확히 나눴다. 순천공장의 일은 당진에 그대로 가져다 두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제철은 7월 7일 자회사 방안을 발표 이후 7월 30일과 31일 양일간 자회사 모집대상 32개 사내하청업체 중 14개 하청업체에게 8월 31일부로 도급계약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7,000여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도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 받았다.

이어 현대제철은 9월 1일 현대ITC의 출범을 앞두고 자회사 전적을 거부하는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다른 하청업체로의 강제 전적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속노조는 “강제 전적은 현재 본인의 업무와 다른 공정에 배치되므로 노동강도가 올라가고 안전사고의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면서, “자회사 설립은 현장의 모든 공정과 인력 배치를 전면 재조정하게 돼 안전사고의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