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협력으로 성과 올리고, 노동의 질 올리고
노사협력으로 성과 올리고, 노동의 질 올리고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1.09.07 00:04
  • 수정 2021.09.07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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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혁신 첫 번째 현장, 인천관광공사
“노사가 머리를 맞댄다는 경험을 쌓고 있다”

[리포트] 일터혁신 현장을 찾아서

한 달에 한 번씩 일터혁신 현장을 소개하는 연재를 시작한다. 일터혁신이란 작업조직과 인적자원관리 개편 등을 통해 노동자가 일터혁신 활동에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노동 생활의 질을 개선하고, 조직(기업)의 성과 향상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다. 노사 모두에게 좋은 취지처럼 들린다. 그래서 이상적이고 이론으로만 실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노사 모두에게 좋은’이란 드문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꽤나 많은 일터가 드문 경험을 곳곳에서 겪고 있다. 그 경험을 만들어가는 데 노사발전재단이 일터혁신 컨설팅(9개 영역*별)을 통해 돕고 있다. 일터혁신이 현장에서 실현되는 모습을 살펴보려 한다.

*노사발전재단의 일터혁신 9개 영역: 노사파트너십체계 구축, 작업조직·작업환경 개선, 고용문화개선, 임금체계 개선, 평가체계 개선, 장시간근로개선, 평생학습체계 구축, 장년고용안정체계 구축, 안전일터 조성

왼쪽부터 김준홍 인천관광공사노조 위원장, 김태원 인천관광공사 경영지원팀장
왼쪽부터 김준홍 인천관광공사노조 위원장, 김태현 인천관광공사 경영지원팀장 ⓒ 참여와혁신 송지훈기자 jhsong@laborplus.co.kr

일터혁신 현장 첫 방문지는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인천관광공사이다. 인천관광공사는 ▲인천 관광 핵심 콘텐츠 발굴 및 육성 ▲관광객 편의 제고를 위한 인프라·환경 개선 등 인천의 관광을 담당하고 있는 공공기관이다. 134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으며, 조직 대상 노동자 중 96.6%가 한국노총 공공연맹 인천관광공사노조로 조직돼 있다.

첫 방문지로 인천관광공사를 가봐야겠다고 선뜻 결정한 이유는 노사발전재단이 주최한 제5차 일터혁신 사례 공유 포럼(주제: 노사파트너십체계 구축)에서 본 인천관광공사의 사례 발표자 때문이다. 사례 발표자가 노조 위원장이었다. ‘노사파트너십체계 구축이 얼마나 잘 되면 노조 위원장이 발표에 나오지?’라며 궁금했다. 지난 8월 23일 인천관광공사에서 김준홍 노조위원장과 김태현 경영지원팀장을 만났다.

조직 안정화를 위해
일터혁신 시작해보다

일터혁신 컨설팅을 지원한 배경은 인천관광공사라는 조직 내부의 불안정성과 세대 갈등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인천관광공사는 앞서 2011년 인천도시공사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물리적 결합에 그친 경험이 있었다. 이후 2015년에 인천도시공사 관광사업본부로 떨어져 나와 당시 인천국제교류재단과 인천의료관광재단, 3개 기관이 통합해 인천관광공사로 재출범한 바 있다.

그로 인해 조직출신별 이질감, 조직이 언제 또 흩어졌다 재결합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그 과정에서 신규입사자가 누적되지 않아 세대 간 커진 격차 등 조직의 안정성이 점점 더 떨어졌다. 이는 2020년 일터혁신 컨설팅을 시작하면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준홍 위원장은 “어느 조직이나 세대 갈등은 조금이나마 존재한다. 다만 조직이 흩어졌다 재출범하는 과정에서 6~7년 정도 채용을 하지 못하다보니 30대 중반 나이대가 비어 있다. 이런 조직적 특성이 더해져 내부 갈등이 포착됐고, 기존의 노조나 경영진에 대한 불만도 살짝 보이는 거 같았다”고 설명했다.

내부 구성원들이 안정적인 일터 문화를 공유하고 있지 않으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여러 가지 형태로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 진단했다. 그것이 기관의 성과로 연결될 수도 있고 노동의 질과 연결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내부 구성원들끼리 화합할 수 있는 계기의 첫발로 노사협력체계 구축을 고민했다.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을 포함해, 좀 더 넓은 의미에서 일하는 사람과 회사 사이에 신뢰와 협력을 만들어보자는 의미였다.

일터혁신 과정은 크게 ‘현황분석-제도설계-이행관리’라는 3단계로 진행됐다. 현황분석 과정에서는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노사관계, 경영진에 대한 인식, 근무제도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인천관광공사의 노사협력 수준을 진단한 것이다. 진단을 바탕으로 어떤 제도와 프로그램을 도입할 건지 기획하고, 실제 수행까지 하는 과정이었다.

인천관광공사의 일터혁신 사례에서 주목할 부분은 ‘노사 모두의 참여’다. 현황분석 단계에서도 노사관계자(경영진 및 관리자, 노동조합 간부 등) 32인이 모여 워크숍을 진행하고, 설문조사 결과를 심층 분석했다. 제도설계, 즉 문제해결을 위한 실행 과제를 만드는 데도 모두의 참여가 있었다. 인천관광공사 전 직원의 의견을 취합해 문제해결 과제를 선정했다. 김준홍 위원장은 “모든 구성원이 모여 노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머리를 맞대본 적은 처음”이라며 “노사협력체계 구축의 키워드로 뭘 잡을 것이냐를 직원부터 사장까지 모두가 참여해 정했다”고 설명했다. 노사협력체계 구축이라는 결과가 있기 위해서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부터 노사가 협력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노사 함께 일한다는 문화 만들기

노사파트너십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여러 제도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진행을 위해 노사 참여를 전제로 여러 개의 TFT(Task Force Team)를 운영했다. 과정부터 노사가 협력해야 한다는 기본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이 있다 보니 인천관광공사에는 ‘노사가 함께 일한다’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김태현 팀장은 “예전에는 회사가 뭔가 하자고 했을 때도, 노조가 회사한테 뭔가 하자고 했을 때도 귀찮다는 생각을 먼저 했을 거다. 그러나 이제는 노사 모두 TFT를 운영하거나 또 다른 시도를 한다 해도 업무에 부하가 생긴다는 걱정보다는 먼저 해보고 고쳐보자는 문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김준홍 위원장은 이에 대해 “인천관광공사 내 자체적인 혁신문화가 정착되고 있고, 그런 문화에 대한 우리 내부의 학습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처음은 어려웠다. 김태현 팀장은 “TFT도 그렇고, 회사 쪽 입장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굉장히 귀찮은 일이다. 어떻게든 결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고, 또 하나의 일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노동조합에서는 바꾸자고 제안하기도 하고 같이 하겠다고도 하니까 울며 겨자 먹기 식이었던 것도 있었다. 그러나 변화의 모습들이 보이니까 울며 겨자 먹기가 아니고, 계속 무엇인가를 같이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김준홍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조합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무엇인가 변화를 위한 움직임에 선뜻 나서기는 어려운 게 보통의 반응이다. 다른 반응도 있었는데, 노동조합이 회사를 너무 많이 돕는 것 아니냐는 제기도 있었다. 김준홍 위원장은 “방관자일 때보다 직접 참여한다면 훨씬 효과가 커진다”라며 문제제기를 했던 조합원들을 설득했다. 김준홍 위원장은 일화를 하나 소개해주기도 했다.

“회사의 차량관리를 개선해보자고 했던 적이 있는데, 무슨 노조가 회사 차량관리까지 건드리느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면 노동조건과 연관돼 있는 것이다. 차량관리가 편해지면 직원들도 일할 때 만족도가 높아진다. 노동조합의 임금 인상 투쟁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일을 효과적으로 함으로써 노동의 질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노사가 힘을 모은다는 경험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로 나타나

노사가 함께 힘을 모아 일을 하는 문화, 무엇이든 해보려는 문화가 정착되니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도 올랐다. 김태현 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직원들의 만족도가 일터혁신 이후로 급격히 좋아지고 있다. 김태현 팀장은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 내부만족도 조사를 한다. 7가지 영역 조사를 하고 종합 만족도가 나온다. 원래는 만족도가 저조했다. 통합도 되고 재출범도 하고 다시 뭉치니까 바닥이었다. 그랬던 게 급격히 좋아지고 있다. 이러한 일터혁신 과정을 통해서 노사가 같이 뭔가를 하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계속 좋아지는 거 아닌가 싶다. 올해도 조사하면 예전에 비해 바뀐 게 많으니까 만족도도 높아지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2021년에는 업무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한다. 회계 시스템, 인사 시스템의 전산화부터 추진 중이다. 김준홍 위원장은 “단순히 회사 측에서 하자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노동조합과 같이 어떻게 변화시키면 좋을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협력적 노사관계 위에 디지털 전환을 실현해보고자 한다”고 했다. 나아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의견을 내는 것뿐 아니라 조합원들의 참여를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면 업무 효율성이 향상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전에 하고 있었던 반복 작업의 양도 20% 이상 줄어들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향후 남은 20%의 힘을 조직이 창의적 성과를 내는 데 쓸 계획이다.

직원 역량 향상 프로그램
노사 합의로 도입할 수 있었던 이유

일터혁신 과정에서 노사는 ‘직원 역량 및 성과향상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다. 흔히 저성과자 관리프로그램이라 생각할 수 있어 직원들의 저항이 있을 수 있다. 대부분 회사 측에서 도입하려 하면 노동조합은 반대하는 선명한 대결 구도가 그어지는 사안이다.

다만 인천관광공사의 ‘직원 역량 및 성과향상 프로그램’ 도입은 직원들의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공공기관에 대해 흔히 ‘철밥통’, ‘느슨하게 일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퍼져 있다. 직원들은 인천관광공사도 그럴 수도 있겠다는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김준홍 위원장은 “조직이 하향평준화되고 노동 의욕이 떨어지고, 그게 조직문화로 정착되는 것을 예방하자는 문제제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물론 부담 없이 추진할 주제는 아니었다. 당연히 모든 사람이 동의하지는 않았다. 젊은 세대들에서도 공정성 때문에 프로그램 도입을 요구하는 층이 있고 아닌 층이 있었다. 설명회도 하고, 법적 문제점은 없는지 설명했다. 그리고 사측에 요구해 직원설명회를 여러 차례 거치면서 직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프로그램은 만들어졌다. 2022년 1월 1일부터 대상자가 선정돼 교육이 시작된다. 직원 퇴출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 노사 모두의 강력한 입장이다. 일터에서 어느 정도의 일하는 기준에 도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하고, 역량이 부족하면 교육을 시키겠다는 취지라는 게 노사 모두의 설명이다. 1년에 한 번 저성과자를 선정한다. 1년에 4차례 기회가 있다. 현업에서 일하면서 교육을 받고 3개월마다 평가가 진행된다. 평가를 통해 기준을 넘으면 교육을 이수한 게 된다.

평가는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혼합해 한다. 예를 들어 근무평가에는 82점 미만이라는 절대평가, 하위 10%라는 상대평가가 존재한다. 같이 일하는 주위 사람들을 통한 다면평가도 이뤄진다. 다면평가도 절대평가와 상대평가가 있다. 절대평가는 70점 미만, 상대평가는 하위 10%라는 기준이다. 이 4가지 기준을 다 충족하면 교육 대상자가 된다.

김준홍 위원장과 김태현 팀장은 “무조건 저성과자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우리 조직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장치”라며 “내년 1월 1일부터 시작되니까 기존에 노사가 합의했던 생각과 다르게 결과가 나올 수 있는데, 그 때는 규정을 또 한 번 바꿔야 할 거다”라고 입을 모았다. 그런 개선을 통해 퇴출이 아닌 직원들의 성과가 향상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이다.

일터혁신의 의미

지난 8월 23일 취재는 김준홍 위원장과 김태현 팀장에게 일터혁신의 의미를 묻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생각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그들의 말을 그대로 옮겼다.

김태현 팀장: 일터혁신은 말 그대로 우리 회사를 좋게 바꾸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고 노사가 참여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직에서 일터혁신이 문화로 자연스럽게 정착하는 과정도 일터혁신이다. 어느 회사도 이상적인 회사는 없으니까, 계속 혁신이 필요하다면 일터혁신은 하나의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김준홍 위원장: 일하는 방식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생산성 향상, 디지털 전환 등을 위한 기술 혁신도 일터혁신의 한 부분이라고 본다. 그러나 기술 혁신으로만은 역부족이다. 조직문화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서는 리더십 혁신, 인적자원관리나 개발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협력적 노사관계가 중요하다. 협력적 노사관계가 기반이 되어야 노사가 바꿔볼 마음을 모으고 성과가 난다. 그리고 협력적 노사관계에서는 성과가 조직원에게 공유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게 일터혁신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