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전략이 웬 말? 현실은 ‘희망퇴직’
K-조선 전략이 웬 말? 현실은 ‘희망퇴직’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9.14 17:52
  • 수정 2021.09.1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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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K-조선 전략 발표에도 희망퇴직·무급휴직 제시
​​​​​​​삼성중공업노동자협의회, 13일부터 물류 및 업무 차단 등 항의 집회 나서
13일 오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앞에서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항의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삼성중공업 노사의 2021년 임금협상이 난항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를 찾아 ‘K-조선 재도약 전략’을 발표했지만, 정작 교섭에서 사측은 무급휴직, 희망퇴직, 복지축소 등을 제시해 괴리감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13일부터 집행부를 중심으로 삼성중공업 정문, 크레인 등지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물류 차단, 크레인 점거 등으로 작업 지연의 효과를 내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에는 노동자협의회가 실질적인 노동조합의 기능을 맡고 있다. 1988년 삼성중공업에도 노동조합 결성의 기류가 있었으나 ‘무노조 경영’이라는 삼성그룹의 방침으로 노동자협의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삼성중공업 노사는 지난 6월 30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금협상에 돌입했다. 현재까지 16차례의 교섭을 진행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9일 교섭에서 무급휴직, 희망퇴직, 복지축소 등의 내용이 담긴 7가지 ‘자구책’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항의집회에 나선 배경이다.

교섭 과정에서 대외적인 변수는 지난달 13일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과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의 K-조선 재도약 전략 발표였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의 수주 급감으로 인해 2015년부터 6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누적 적자 규모도 4조 원에 이른다. 모회사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로 삼성그룹은 2015년 이후 두 차례 삼성중공업에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2016년 1조 1,409억 원, 2018년 1조 4,088억 원)

또한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된 이후 지난달 17일 삼성그룹은 이사회를 통해 삼성중공업에 1조 2,375억 원의 유상증자를 시행했고, 지난달 24일에는 240조 원 투자, 4만 명 고용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9일 2022년까지 조선 인력을 8,000명 양성, 조선업 고용 유지 모델인 ‘거제형 일자리’의 전국적인 확대 등의 내용도 발표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입장에선 조선업 부활 관련 언론 보도에 고용 창출, 숙련 인력 유지 등의 정책기조와 희망퇴직 등 고용을 축소하는 삼성중공업의 자구안 간 괴리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추석 전 노사 간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강도 높은 노사 갈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 측은 “진행 중인 사안이기에 협상이 완료되기 전까지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회사 쪽에서도 최대한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참여와혁신 포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