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판매노동자 파업··· 회사는 고객 ‘온라인몰’ 유도
화장품 판매노동자 파업··· 회사는 고객 ‘온라인몰’ 유도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1.09.17 18:11
  • 수정 2021.09.17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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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로레알·샤넬·시세이도 판매노동자 총파업 선포하자
다음날 각 브랜드는 고객에게 온라인몰 할인 행사 메시지 보내
추석연휴 판매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예고된 로레알코리아 브랜드인 랑콤, 키엘이 17일 고객들에게 공식 온라인몰 20% 할인 메시지를 보냈다. 

화장품 판매노동자들이 ‘온라인 매출 기여분 보상’ 등을 요구하며 추석연휴 총파업을 예고하자, 오히려 각 브랜드 업체들은 할인을 앞세워 고객을 온라인몰로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동자들은 “당장 오늘부터 파업하고 싶다”며 목소리 높였다.

17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비대위원장 하인주, 이하 백화점면세점노조)은 “파업이 예고된 각 브랜드 업체들이 추석연휴를 앞두고 자사 홈페이지로 와서 할인받고 구매하라는 식으로 고객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현장 노동자들은 ‘당장 오늘부터 파업하고 싶다’, ‘회사가 오히려 우리 파업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며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인주 비대위원장은 “보통 명절을 앞두고 백화점이나 쇼핑몰 행사와도 부딪힐 수 있어서 각 브랜드가 자사 온라인몰 홍보를 이렇게 공개적으로, 대대적으로 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백화점면세점노조는 브랜드 본사의 온라인 매출 기여 인정, 백화점의 일방적인 연장영업 중단 등을 요구하며 지난 16일 추석연휴 총파업을 선포했다. 이번 파업에는 백화점면세점노조 산하 로레알코리아지부, 샤넬코리아지부, 한국시세이도지부 조합원 1,600여 명이 참가한다. 

화장품 판매노동자들은 이번주 주말을 포함한 추석연휴(18~22일) 중 이틀간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면세점 등 정기휴점이 없는 점포를 제외하곤 판매노동자 대부분이 추석 연휴 내내 출근을 안 하게 된다.

특히 백화점면세점노조는 각 화장품 브랜드가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유통 채널 강화 전략에 속도를 높이면서 판매노동자들에게 ‘공짜노동’이 강요된 점을 지적해왔다. 

하인주 비대위원장은 “화장품 온라인 매출은 전시, 홍보, 상담, 샘플시연, AS, 포장 등 매장에서 일하는 판매노동자들의 노동에 기반하고 있다”면서 “각 브랜드 업체는 노동자의 온라인 매출 기여를 인정해 임금에 반영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매장 매출이 줄었다는 핑계를 대며 ‘공짜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백화점면세점노조에 따르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몰 사은품 혜택이 좋아 고객들이 매장에서 상담만 받고 가거나, 온라인몰에서 제품을 구매한 후 매장에서 선물포장을 요청하는 등 노동강도는 높아졌는데, 정작 판매로 이어지지 않아 오히려 노동자들의 임금이 줄어든 상황이다. 화장품 판매노동자들의 임금 구성은 낮은 기본급에 판매 수당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가운데 각 브랜드에선 명절 대목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객들을 온라인몰로 유도하고 있다. 로레알코리아 브랜드 키엘, 랑콤 등이 17일 고객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공식몰 ‘20% 할인’ 마케팅을 진행한 것이다.

샤넬도 각 매장에 팝업 안내문을 걸었다. 안내문에는 고객에게 공식 온라인몰을 소개하고 포장 서비스, 샘플링 혜택 등을 홍보했다. 

분노가 커진 화장품 판매노동자들은 이번주 주말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하인주 비대위원장은 “판매노동자들은 오히려 처음으로 동료들과 함께 명절에 쉰다며 파업에 두려움이 없다”며 “파업 시 큰 매장은 본사 관리자들이 빈 자리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본사가 파견노동자들을 구하고 있지만 파견노동자들도 시스템을 모르는 매장에서 일하긴 쉽지 않아 많이 거부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 백화점면세점노조
샤넬 판매노동자들이 파업을 예고하자 본사에서 보내 매장에 걸린 안내문. ⓒ 백화점면세점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