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노동자들, 온라인 매출 위한 ‘노동 인정’ 공론화 예고
백화점 노동자들, 온라인 매출 위한 ‘노동 인정’ 공론화 예고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05.28 00:12
  • 수정 2022.05.28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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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면세점노조, ‘온라인 판매 기여노동 인정’ 단체교섭 공동요구안에 포함
사회적 공론화 운동으로 관련 제도 개선 마련도 계획
ⓒ 클립아트코리아
ⓒ 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유통 채널 강화로 인해 백화점·면세점 판매서비스 노동자 10명 중 8명은 임금이 줄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26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김소연, 이하 백화점면세점노조)은 지난 4월 18~26일 진행한 ‘온라인 판매 확대와 노동강도·노동조건 변화’에 대한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에는 조합원 681명이 답했다. 

온·오프 프로모션 차이 등으로
오프라인 판매 환경 어려워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라인 판매 강화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응답자의 95.1%(매우 그렇다+그렇다)는 ‘온라인 프로모션이 증가’했고, 93.6%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프로모션 차이가 확대’됐다고 했다. 한국시세이도지부 조합원 A씨는 “온라인에서 구매할 때 추가 샘플 및 가격 할인 등의 혜택이 많아서 매장에서는 판매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제품 자체가 줄어들기도 했다. 응답자의 85.6%는 ‘오프라인 매장 재고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백화점면세점노조는 “온라인에서 버젓이 판매하는 제품을 매장에서는 주문하지도 못하게 막아놔 우리는 판매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추석연휴 판매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예고된 로레알코리아 브랜드인 랑콤, 키엘이 고객들에게 공식 온라인몰 20% 할인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해 9월 추석연휴 판매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예고된 로레알코리아 브랜드인 랑콤, 키엘이 고객들에게 공식 온라인몰 20% 할인 메시지를 보냈다 

10명 중 8명, 임금 줄었지만
노동강도는 증가해

오프라인 판매의 어려움은 임금 감소로 이어졌다. 응답자의  80.3%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판매수당이 줄었다고 했다. 월평균 판매수당 감소액은 21.1만 원이었다. 

수당으로 이어지지 않는 온라인 매출을 위한 일은 늘었다. 응답자의 89.9%는 ‘온라인에서 구매하려는 고객을 위한 테스트 및 응대’가 증가했다고 했다. 로레알코리아지부 조합원 B씨는 “화장품이라는 특성상 발라보고, 맡아보고, 체험해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게 대부분인데 그 경험을 매장 노동자들이 온라인 구매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 온라인 구매고객 문의전화 증가 △온라인 구매제품 사후처리(교환·환불) 증가 △온라인 판매 위한 직접업무(포장·택배·재고관리·전화응대 등) 증가 여부에 대해 묻자 차례대로 83.9%, 74.0%, 66.3%가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고 답했다.

오프라인 매장 인원은 빠지고 있다. 응답자의 55.2%가 매장 인원 감소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인원 감소 이유(복수 응답)는 △티오(TO·정원) 감축 47.8% △자연 감소 23.6% △희망퇴직 13.7% △휴직 12.2% △병가 2.6% 순이었다.

또한 응답자의 85.9%는 코로나19 시기에 빠진 인원이 충원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백화점면세점노조는 “신규인원을 채용하지 않고, 자연 감소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행태는 유통업계 전반에 걸친 저강도 구조조정의 양태와 같다”고 설명했다. 

10명 중 8.5명, 고용불안 느껴

노동의 변화는 고용불안으로 이어졌다. 응답자의 85.6%는 온라인 판매로 인해 고용불안을 느낀다고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응답자들은 회사의 온라인 판매 기여분 인정(24.7%), 오프라인 구매 촉진을 위한 판매정책(21.6%)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정부는 온라인 판매 이익공유를 위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23.8%)고 했다.

노조, 올해 단체교섭 공동요구안에
‘온라인 판매 기여노동 인정’ 포함

백화점면세점노조는 이 설문조사 결과가 산업 전반의 문제라는 인식하에, ‘온라인 판매 기여노동 인정’을 올해 단체교섭 공동요구안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김소연 백화점면세점노조 위원장은 “노조는 이 같은 문제가 산업 전반의 문제점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따라서 모든 지부의 의견을 수렴한 공동요구안을 만들고, 현재 진행 중인 지부별 단체교섭 과정에 포함시켰다”고 전했다. 

이어 김소연 위원장은 “우리의 요구는 단순하다”며 “온·오프라인의 매출 정보를 각 회사가 노동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동자들의 기여에 따라 이익을 공정하게 배분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부터 서비스연맹은 서비스노동자들의 감정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식하고 재고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서서 일하는 서비스여성노동자들에게 의자를’ 캠페인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2008년부터 서비스연맹은 서비스노동자들의 감정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식하고 재고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서서 일하는 서비스여성노동자들에게 의자를’ 캠페인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제2의 감정노동 인정 운동’ 계획도

나아가 백화점면세점노조는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공론화할 계획이다. 디지털 전환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가운데, 서비스노동자들의 온라인 매출을 위한 노동과 근무인원 축소로 인한 노동강도 증가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겠단 것이다. 

김성원 백화점면세점노조 사무처장은 “우리뿐 아니라 학습지교사 등 서비스노동자들이 같은 문제를 겪는 현상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며 “온라인 판매 확대로 인한 오프라인 노동자들의 임금 감소, 노동강도 증가에 대한 부분을 담론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성원 사무처장은 “과거 우리가 감정노동이라는 단어를 가져와서 서비스노동자들의 감정노동 문제를 우리 사회에 퍼트렸던 것처럼 오프라인 노동자들의 온라인 판매 기여노동을 인정하고,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나갈 것”이라며 “이 공론화 과정에서 관련 제도까지 만들어야겠단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