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기고] 지금 당장, 기후정의! 노년이 함께 하겠습니다
[녹색연합 기고] 지금 당장, 기후정의! 노년이 함께 하겠습니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21.10.12 00:05
  • 수정 2021.12.2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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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소영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mint@greenkorea.org
ⓒ 녹색연합 

9월 24일 세계 곳곳에서 기후파업(Climate-Strike)이 진행됐다. 체제를 전복하라(#UprootTheSystem)는 외침은 기후위기가 단지 온실가스 농도를 줄이는 문제가 아님을 알려준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강화, 석탄발전과 신공항 건설 중단, 식량·보건·에너지의 공공성 강화, 불평등 해결 등의 거대한 과제는 이윤과 성장 중심의 이전 체계를 유지하면서 극복할 수 없다.

한국은 전국 1,000여명의 시민이 동시에 ‘지금당장, 기후정의!’ 피켓을 들고 각자의 자리에서 1인 시위를 펼쳤다. 그 중에서도 경제성장의 주역이면서 그 편리를 누린 이들의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지겠다는 선언은 큰 울림을 준다. 성찰과 반성을 담아 전환의 주체가 되겠다는 60+세대의 기후행동 선언문은 기후위기 해결에 맨 앞에 함께 서자는 권유이자 의지를 표현한다. 지금 당장, 우리의 자리에서, 기후정의를 선언하자. 60+기후행동의 허락을 받아 선언문을 싣는다.

노년이 함께하겠습니다 ‘60+ 기후행동 선언문’

어린아이와 눈을 맞추기가 힘듭니다. 청년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묻지 못하겠습니다. 어르신들께 안녕하시냐는 인사도 건네기 어렵습니다. 어린아이와 청년의 미래는 물론 노인들의 내일도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군 이래, 아니 호모사피엔스 탄생 이래 이런 적은 없었습니다. 어쩌다 미래가 사라지게 된 것일까요. 어쩌다가 물려받은 것조차 그대로 물려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일까요.

인류 문명이 지금 임계점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안팎으로 어느 것 하나 온전하지 않습니다. 땅에서부터 바다와 숲, 벌레와 새들에 이르기까지 지구 가족 모두가 신음하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 또한 자율과 자존, 존엄으로부터 멀어졌습니다. 원인은 한 가지입니다. 우리 인간의 오만과 탐욕 탓입니다.

전 세계 청소년들이 등교를 거부하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청년들이 기성세대를 향해 빼앗긴 미래를 돌려달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비극을 불러온 장본인들은 미래세대의 울부짖음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일부 깨어난 시민들을 제외하면 인류가 직면한 미증유의 비상사태에 대해 말을 꺼내는 것조차 꺼려합니다. 인류 문명이 벼랑 끝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데 그 누구도 멈추려 하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 노년들이 나서고자 합니다. 전환의 대열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우리 노년들은,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직시하고 ‘다른 길’을 추구해온 시민들에게 경의를 표하기에 앞서, 그간 우리가 저질러온 과오를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자 합니다.

우리 노년들이 청년들의 미래를 빼앗아왔습니다. 당연한 줄로 알았습니다. 그간 우리가 누려온 물질적 풍요의 원천, 즉 천지자연은 미래에서 빌려온 것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모든 기성세대가 성장의 혜택을 누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에너지와 자원은 무한하지 않았고 더구나 우리 인간을 위해 존재해온 것도 아니었습니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 아닌데도 뭇 생명과 자연을 함부로 대하면서 지구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훼손시켰습니다.

물론 기성세대가 이런 세상을 의도한 것은 아닙니다. 이런 세상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과오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우리에게 잘못이 있습니다. 우리가 멀리 내다보지 못했습니다. 눈앞의 이익에 집착했습니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했습니다. 이념과 체제를 막론하고 생산력이 최고의 선(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우주적 진리를 무시했습니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만일 우리가 민주주의를 성숙시켰다면, 그리하여 신자유주의를 향해 치닫는 산업문명의 고삐를 틀어쥐었다면 계급 · 인종 · 젠더와 같은 거대한 경계를 허물고 우애와 환대의 지구 공동체를 건설했을 것입니다. 이 인류세의 초입에서 평화의 축배를 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회가 다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위기는 기회의 다른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위기가 거대할수록 기회도 거대해집니다.

우리는 살 만큼 살았습니다. 가난과 전쟁, 권위주의와 압축발전을 온몸으로 겪으며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그 어떤 세대보다도 많은 물질적 풍요를 누렸습니다. 살만큼 살았다는 이유로 한 걸음 물러나 제2의 인생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어떤 노인들처럼 ‘기득권’을 더 늘리기 위해 노익장을 과시할 수도 있습니다. 청년들을 향해 ‘그렇게 살면 안 돼’라며 큰 소리 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나서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손주들이 갈수록 작아지는 미래 앞에서 망연자실하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습니다. 청년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청년들은 우리 기성세대가 만든 법과 제도를 따랐을 뿐입니다. 우리가 원인 제공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나서는 것입니다.

우리가 나선 이유는 또 있습니다. 기후 위기 앞에서는 ‘나와 너’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미래를 앗아가는 모든 차이와 경계를 허물어야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보수와 진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간극부터 좁혀나가야 합니다. 노년과 청년, 남과 여 사이의 장벽을 낮춰야 합니다. 가치관을 바꾸고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너와 내가 새로운 삶을 꿈꾸고, 천지자연과 더불어 지금과 다른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대전환입니다. 문명사적 전환입니다. 기후 문제를 현실정치나 기업, 학계에만 맡겨둘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우리가 함께 해야 기후 위기로 대표되는 장기 비상사태를 넘어, 지속가능하고 평화로운 지구 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빨리 가는 한 사람보다 느리지만 함께 가는 열 사람’이 미래의 문을 열어젖힐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달라져야 미래가 달라집니다. 인간애에서 인류애로, 인류애에서 지구애로 의식의 전환을 이뤄내야 합니다.

‘위기를 낭비하는 것은 범죄’라는 미래학의 경구가 있습니다.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기 위해 우리 노년들이 나서고자 합니다. 전환의 대열에 동참하기에 앞서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합니다. 개발과 성장에, 풍요와 편리에 눈이 멀어 천지자연을 함부로 훼손한 것에 대해, 그 결과 미래세대의 미래를 빼앗아온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합니다.

이제 우리도 ‘전환의 맨 앞’이 되겠습니다. 미래세대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함께 할 것입니다.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모든 세대를 위하여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인간과 천지자연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하여 행동이 필요할 때 행동에 나설 것입니다.

‘60+기후행동’은 ‘모두가 원하는 미래’를 건설하는데 뜻을 같이할 노년들의 동참을 호소합니다. 물려받은 것보다 조금이라도 좋게 해서 물려주는 것. 이것이 우리 노년의 의무이자 권리일 것입니다. 손을 맞잡고 나아갑시다. 

*2021년 9월 23일 기준 630명이 이 선언에 함께 했습니다. 60+기후행동은 뜻에 동참하시는 60+세대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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