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대선후보 운동 중단... “광장정치 현장에서 만나자”
한상균, 대선후보 운동 중단... “광장정치 현장에서 만나자”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01.12 17:31
  • 수정 2022.01.12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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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 대신, 10년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절박함으로 여기까지 왔음을 먼저 확인하자”
한상균 노동자 대통령 후보가 27일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달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노동자·민중 경선’을 통한 현장의 힘으로 진보진영 대선 단일후보를 선출하자고 제안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대선 후보운동을 중단했다. “정치협상에 의한 후보 단일화 여지가 없진 않겠지만, 노동자⋅민중이 직접 참여하는 후보 단일화는 무산됐기” 때문이다. 

한상균 전 위원장과 한상균 대통령후보 선거대책본부 추진위원회는 12일 입장문을 내고 “민중경선 단일화 무산에 따라 후보운동을 내려놓는다. 민주노총, 진보5당과 함께 단일화 협의에 참여했던 일 주체로서 역사적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광장의 정치 현장에서 만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노총과 진보정당 5개(노동당·녹색당·사회변혁노동자당·정의당·진보당), 한상균 후보 선대본으로 이뤄진 ‘대선공동대응기구’는 진보진영 대선후보 단일화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경선 방식(직접투표와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지난 9일 논의가 최종 결렬됐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각자도생하는 노동·진보·좌파정치의 현실을 타개하고 노동자 정치 세력화의 담대한 길을 열고자 했다”며 “현장과 소통하며 노동자⋅민중의 직접정치⋅계급투표 시대를 열고 노동자⋅민중 집권을 만들어 가자는 신명 나는 정치반란을, 진보 제정당 후보들과 정책경연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설계도를 함께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늦은 후보 단일화의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데까지 왔지만 결국 멈췄다”며 “실패다, 무산이다, 네 탓, 내 탓을 앞세우는 평가를 하지 말자. 예상대로 무산됐고, 앞으로도 안될 거라는 체념 대신 10년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절박함으로 여기까지 왔음을 먼저 확인하자”고 이야기했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노동·진보·좌파의 집권’이라는 공동의 비전을 먼저 합의하지 못한 채, 선거시기에 국한해 정당 간 유불리가 우선일 수밖에 없는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친 점이 아픈 교훈으로 남는다고 밝혔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참여와혁신>과 통화에서 “노동·진보·좌파 진영은 집권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한 번도 논의한 적이 없다. 그 목표를 각각은 갖고 있겠지만 연대해서 목표를 설정하고, 함께 움직여본 적이 없단 뜻”이라며 “비전을 먼저 논의하는 과정이 없었기에 선거시기에 단순히 각 정당 간 유불리가 쟁점이 됐다. 후보 단일화 과정을 지켜본 이들이 크게 실망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진보진영이 집권의 목표에 대한 공감대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아픈 말씀을 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오늘 저는 노동자 대통령 후보의 길을 멈추지만, 현장에서부터 노동정치 복구와 진보정치의 연대연합, 그리고 직접민주주의 광장정치라는 담대한 길을 여는 또 하나의 불씨가 되기 위한 운동의 출발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불평등이 심화된 상황에서 우리 힘이 부족하니까 이대로 가도 좋다고 하긴 어렵다”며 “진보정치가 광장에서 하는 직접정치의 끈을 놓는 순간, 또 다른 기득권 정치의 형태로 변할 거라고 본다. 이번 대선과 무관하게 제 고민 속에는 늘 광장의 분노를 모아가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입장문 전문

[입장문] 민중경선 단일화 무산에 따라 후보운동을 내려놓습니다. 광장의 정치 현장에서 만나겠습니다.

노동·진보·좌파 진영의 민중경선과 단일후보 선출이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정치협상에 의한 후보단일화 여지가 없진 않겠지만 노동자⋅민중이 직접참여하는 후보단일화는 무산되었습니다. 민주노총, 진보 5당과 함께 단일화 협의에 참여했던 일 주체로 역사적 합의를 만들어내 지 못한 것에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민중경선으로 단일후보를 선출하자 제안했을때 많은 동지들이 성사되기 어려울거라 이야기했습니다. 결국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길이 노동/진보/좌파정치가 가야할 길이면 그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사가능성보다 어떤 길이 옳은 길이냐?를 놓고 판단한 것은 지금도 유효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가야할 길을 갈 것입니다.

각자도생하는 노동/진보/좌파정치의 현실을 타개하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담대한 길을 열고자 했습니다. 역동적 민중경선의 불쏘시개가 되고자 후보출마를 선언했습니다. 현장과 소통하며 노동자⋅민중의 직접정치, 계급투표 시대를 열고 노동자⋅민중 집권을 만들어가자는 신명나는 정치반란을 하고자 했습니다. 진보 제정당 후보들과 정책경연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설계도를 함께 만들려 했습니다.

늦은 발동이 아쉽습니다. 후보단일화의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데까지 왔지만 결국 멈췄습니다. 실패다, 무산이다, 네 탓, 내 탓을 앞세우는 평가를 하지 맙시다. 예상대로 무산되었고,  앞으로도 안될 거라는 체념대신 10년의 간극을 메우기위한 절박함으로 여기까지 왔음을 먼저 확인합시다. 

노동/진보/좌파세력의 집권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분명히 하지 않는 대선 또는 선거시기에 국한된 후보단일화 논의는 방향을 잃는다는 교훈도 얻었습니다.

우리는 각개약진하는 노동/진보/좌파 정치세력이 연대연합정치로 집권전망과 계획을 세우자 했고 그 출발을  이번 대선에서 민중경선 단일화라 설계했지만 거기까지 함께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수 없습니다. 불평등 세상과 체제에 맞선 노동자⋅민중의 정치반란과 직접민주주의 광장의 정치로 계급투표 시대를 열기위한 운동과 투쟁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비록 역사적 합의는 불발되었지만 전체 노동자⋅민중의 마지막 승리로 가는 길은 포기할 수 도 멈출 이유도 없습니다. 저 한상균과 같은 마음으로 노동자⋅민중이 승리하는 날을 기대했던 수많은 동지들의 바람들을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불평등 세상을 갈아엎을 분노를 모아낼 광장의 정치운동을 중단하지 맙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광장에서 분노를 모아내고 저항을 조직하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소임이고 역할일 것입니다. 광장의 정치가 곧 노동자⋅민중의 직접정치이고, 재벌과 자본의 계급정치에 맞선 노동자⋅민중의 계급정치 시대를 열어가는 길이라 확신합니다.

오늘 저는 노동자대통령후보의 길은 멈추지만 노동정치 복구와 진보정치의 연대연합 그리고 직접민주주의 광장정치라는 담대한 첫 걸음을 뛸 것입니다. 민중경선추진운동에 보내준 지지와 열망을 이어가는 여정에 함께 해주실거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광장에서 만나겠습니다. 투쟁!

2022년 1월 12일
한상균/한상균 대통령후보 선대본 추진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