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커진 면세점 노동조합··· “산업 개입력 높일 것”
규모 커진 면세점 노동조합··· “산업 개입력 높일 것”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01.26 17:15
  • 수정 2022.01.26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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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면세점노조, 지난해 8월 세 개 지부 설립
첫 단체협약으로 고용안정 보장··· 디지털 전환도 함께 고민
[좌담] 면세점 판매서비스 노동조합

우리나라 면세산업 규모는 2019년 24조 9,000억 원으로 세계 1위다.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은 15조 원으로 급감했다. 2위 중국시장은 빠르게 뒤쫓아오고 있다.

숫자로 표현되는 산업의 위기 뒤엔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희생이 있었다. 면세점 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은 폐점 하루 이틀 전에야 앞으로 일할 곳이 없음을 통보받았다. 협력업체 노동자, 계약직은 소리 없이 일터를 떠나야 했다. 남은 이들에게는 3개월에 한 번씩 이번엔 누가 나갈지 정해야 하는 시간이 돌아왔다.

“그땐 뭘 몰랐으니까” 희생을 감당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공동의 인식이 커졌다. 로레알그룹의 화장품 브랜드를 수입해 면세점에 유통하는 에이전시인 삼경무역, 하이코스, 쏘메이 노동자들이 지난해 8월 높은 조직율로 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계기다. 

최근 첫 단체협약을 체결한 세 지부는 회사가 노동조합과 협의 없이 직원을 내보낼 수 없도록 했다. “힘이 생겼다.” 세 지부가 함께하게 되면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면세업종본부의 힘도 커졌다. 본부도 더 적극적으로 산업 개입력을 높일 계획이다.

부루벨코리아지부 김성원 지부장(면세업종본부 본부장), 하이코스지부 박지민 지부장-양정현 사무국장, 쏘메이지부 이희주 지부장-한영숙 사무국장을 만나 코로나19 확산 초기 이야기부터 현재의 고민과 계획까지 들어봤다. 좌담은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부루벨코리아지부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왼쪽 아래 시계방향) 박지민 하이코스지부 지부장, 양정현 하이코스지부 사무국장, 김성원 부루벨코리아지부 지부장, 한영숙 쏘메이지부 사무국장, 이희주 쏘메이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 각 회사는 코로나19 위기에 어떻게 대응했나?

이희주 지부장(쏘메이) : 2020년 10월경부터 적법하지 않은 인원 감축이 있었다. 회사는 시티면세점 등 중견·중소 면세점이 문을 닫자 ‘매장이 없어지니, 당신들 일할 곳이 없다’는 식으로 통보했다. 폐점 하루 이틀 전에야 직원이 스스로 사인해서 나가도록 하는 식이었다. 슈에무라, 향수 두 브랜드가 빠지면서 관련 직원들도 비슷한 루트로 내보냈다. 다른 에이전시로 직원을 넘긴 경우도 있었다. 2021년 2월 말엔 규모가 큰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신라면세점이 빠지면서, T1 직원들에게도 적법하지 않은 이유를 대며 회사는 무급휴직을 권유했다.

박지민 지부장(하이코스) : 코로나19가 터지자마자 계약직부터 잘랐다. 계약 만료 전 권고사직을 진행한 것이다. 2020년 7월부터는 정직원 차례였다. 회사는 매출이 안 나오니, 인원을 유지할 수 없다면서 세 달에 한 번꼴로 매장마다 정직원 한두 명씩 줄였다. 인원 감축 절차는 매장 매니저에게 떠넘겼다. 그럴 때마다 매니저가 ’어느 분이 나갈 거냐’고 물어봐야 했고, 그땐 뭘 몰랐으니까 나가야 되는 줄 알고 직원들은 일터를 떠났다. 마지막으로 인천공항 T1에서 신라, 롯데 면세점 영업이 종료되면서 남아 있던 사람들도 똑같이 권고사직을 당했다.

양정현 사무국장(하이코스) : 하이코스는 삼경무역이나 쏘메이처럼 로레알 그룹 브랜드만 운영하는 게 아니라, 향수 브랜드도 있다. 향수 브랜드 면세 직원은 약 150명 규모였는데, 현재는 15명 정도 남아 있다. 우리는 어쨌거나 로레알 소속이라 10~20% 정도 인원이 줄었지만, 그렇지 않은 향수 쪽은 거의 90%가 감축된 것이다. 향수 직원들은 로레알 브랜드 직원과 같은 조건에서 근무하는데도 무급휴업을 해야 했다. 그래서 소득이 1/3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

김성원 지부장(부루벨코리아) : 부루벨코리아는 이미 노동조합이 있던 곳이어서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계약직 중 정규직이 될 거란 갱신기대권을 준 이들은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다만 정규직 전환 계획 없이 기한을 정해둔 계약직은 해고됐다. 또한 부루벨코리아는 노사 간 고용유지협약서를 썼다. 인위적인 인원 감축은 하지 않겠다는 협약서가 있었기 때문에 권고사직 형태로 회사를 떠난 직원은 없었다.

자료 : 백화점면세점노조

- 코로나19 확산이 세 지부의 결성 계기라고 봐도 되나?

김성원 지부장(부루벨코리아) : 세 지부가 모두 로레알 계열이다 보니 같은 어려움이 왔던 것 같다. 거의 동시에 노동조합 가입을 하게 됐다. 앞서 이희주 쏘메이지부 지부장이 언급했는데, 쏘메이와 삼경에서 운영하던 브랜드가 하이코스로 넘어간 일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고용승계가 100%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슈에무라가 쏘메이에서 하이코스로 넘어갈 때 많은 직원이 떠난 걸로 안다.

양정현 사무국장(하이코스) : 하이코스 측에서 모든 슈에무라 직원들에게 면접권을 다 주겠다고는 했지만, 원하는 직원 몇 명만 불렀다고 한다.

김성원 지부장(부루벨코리아) : 다시 말하자면 이동하는 브랜드 직원이 100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상대 에이전시에서 다 수용하지 못했다면 나머지는 기존 소속 에이전시에서 고용승계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직원들의 고용유지가 보장되지 않았던 일련의 과정이 로레알 계열 에이전시에서 계속 나왔던 것 같다. 결국 코로나19로 인해 고용불안이 왔고 그러다 보니 이 문제가 3개 에이전시에서 이슈가 돼, 각자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에 모이게 됐다. 

- 왜 그런 일들이 벌어졌다고 보나?

김성원 지부장(부루벨코리아) : 물론 회사가 어려운 상황인 건 분명하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어려움을 타계하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 이면에는 산업의 구조적 변화도 봐야 한다. 면세산업도 디지털 전환에 따라 온라인 매출이 더 활성화될 거라는 예상은 누구나 한다. 그래서 코로나를 핑계로 미리 산업전환에 대비한 인원 감축을 진행한 건 아니었나 의심이 든다. 단순히 코로나 때문에 빠진 인원이라기엔 너무 많은 인원이 한 번에 빠졌다. 각 회사가 고용 보장을 더 할 수 있었는데도, 안 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양정현 하이코스지부 사무국장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양정현 하이코스지부 사무국장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면세점 노동자들도
피할 수 없는 디지털 전환

-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면세업에서도 온라인 쇼핑 활성화로 인한 노동자들의 위기 의식이 있었나?

양정현 사무국장(하이코스) : 시내 면세점에서 온라인 매출이 점점 상승할 때 제한을 두고 싶긴 했다. 온라인 매출이 오를수록 오프라인에선 타깃(매출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각 브랜드는 어떤 채널이든 매출이 많이 나오면 되니까 신경을 안 쓰다가, 나중에 온라인팀과 오프라인팀이 서로 경쟁을 하니까 각각 판매 비율을 정했다. 회사에서 따로 제재를 안 하면 온라인 매출이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온라인에선 할인 등 프로모션 행사를 더 많이 한다.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매출을 낼 수 있는 거다.

김성원 지부장(부루벨코리아) : 공항 면세점에 비해 시내 면세점 온라인 매출로 인해 더 많은 피해를 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제품은 온라인으로 구매하는데, 오프라인 매장 직원이 상품 문의 응대, 재고 여부 파악, 클레임 처리 등을 했다. 초창기엔 패킹도 매장에서 다 했다. 현재는 물류창고에서 바로 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패킹이 줄어들긴 했다. 지난해 샤넬코리아지부가 온라인 판매 기여노동 인정 등을 요구하며 투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백화점 판매노동자 중심이던 샤넬코리아지부에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면세점 판매노동자들이 조직됐다.

면세업종본부는 항상 경계하고 있었다. 꽤 오래 전에 신라면세점이 키오스크를 도입하려 했다. 2013~2014년경이었던 것 같다. 키오스크에서 고객이 여권 찍고, 보딩패스 바코드 찍고, 원하는 물건 버튼을 눌러서 구매할 수 있다. 이후엔 공항 가서 찾으면 된다. 그때부터 주시하고 있다가 조금씩 잊히지려던 차에 2018년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올랐다. 대부분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이 이뤄졌을 때 가장 타격받는 업종이 어딜까 생각해 보니 판매였다. 물론 우리는 각자 노하우로 판매한다고 하지만, 고객은 점점 더 많은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된다. 웬만한 물건 정보는 다 안다. 그러니까 설명해 주는 직원의 도움 없이 물건을 고르기만 하면 되는 거다. 노동조합은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디지털 전환에 대한 준비를 계속 하고 있다.

- 예를 들어 어떤 대비를 했나?

김성원 지부장(부루벨코리아) : 면세산업은 특히 국가가 면세특허를 기업에 내주는 산업이다. 따라서 특허권을 행사하는 면세기업들이 고용유지 등 일정 부분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면세기업이 특허권을 갱신하거나 획득할 때 고용안정을 목적으로 기본 오프라인 판매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관세청 등에 꾸준히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또한 이 기준을 특허권 심사 가이드라인에 반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면세점 고용안정을 대비하고 있다.

한영숙 쏘메이지부 사무국장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한영숙 쏘메이지부 사무국장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불확실한 산업 전망···
‘희망퇴직’ 고민하는 조합원들

- 현재 면세업 판매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뭔가?

한영숙 사무국장(쏘메이) : 회사에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다른 회사는 코로나19 확산 초반부터 한두 차례 희망퇴직이 진행됐지만, 쏘메이는 노동조합이 생긴 뒤 시작됐다. 여러 직원이 퇴직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조합원도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다들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젊은 직원들 같은 경우는 ‘당장 면세산업 전망이 좋지 않으니, 퇴직금에 실업급여까지 받아서 쉬다가 다시 입사하면 되지’ 이런 생각도 하는 것 같더라. 노동조합 입장에선 권하고 싶지 않지만 그런 목돈을 한 번에 받는 게 쉽지 않잖나. 곧 공항이 북적대고 비행기가 뜰 텐데, 다들 같이 가면 좋을 텐데··· 싶다가도 조합원들의 지친 마음도 이해가 된다. 지금은 그런 면이 힘들다.

양정현 사무국장(하이코스) : 공감한다. 처음엔 끝나겠거니, 끝나겠거니 했는데 2년이 흘렀다. 이젠 코로나 이후에도 면세업계가 예전만큼 활발하진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우리나라 면세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따이공(代工·대리구매상)이 많이 떠났다. 중국은 하이난 면세점의 1인당 면세 한도를 늘리면서 억제된 해외여행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려고 고민하는 분도 늘어난 것 같다.

김성원 부루벨코리아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김성원 부루벨코리아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정부의 코로나 대책
“49점 주고 싶다”

- 정부도 고용유지지원금 등 면세업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내놨다. 정부의 대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양정현 사무국장(하이코스) : 아쉬웠던 점이 있다. 회사의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이 의무가 아니었다. 특히 작은 규모 회사 직원들은 ‘정부의 지원 제도가 있는데, 왜 우리는 고용유지가 안 될까’ 답답해했다. 회사 입장에선 절차도 복잡하고 하니 아예 신청을 안 한 거다. 그 결과 매장에 최소 인원만 남기고, 무급휴직도 강제했다. 큰 회사에 비해 대응 여력이 부족하다 보니, 권고사직 등으로 인해 지원받을 조건도 충족하지 못했을 거다. 정작 필요한 노동자들은 정부 대책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김성원 지부장(부루벨코리아) : 점수로 따지자면 100점 만점에 49점을 주고 싶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2019년 말 면세업종 종사자가 약 3만 5,000명이었다. 현재는 1만 7,000명으로 약 49% 남았다. 그래서 49점 정도 줘야겠다. 물론 정부가 면세업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고용유지지원금을 확대·연장한 일련의 과정은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대책이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거다. 정부는 2020년 4월 면세업종을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면세점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면세업종이 아닌 도소매업, 상품종합중개업 등의 회사에서 일했다. 결국 3만 명에 달하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면세점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가장 어려운 상황임에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결국 협력업체는 2021년 1월에야 제도의 적용받을 수 있었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대부분 빠져나간 시점이었다. 이 점에 대해서 노동조합이 충분히 정부에 이야기를 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알고, 대응을 할 수 있었는데도 늑장을 부렸다고 본다.

계속 주장해온 이야기인데 회사를 거치지 않고 노동자가 직접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기업은 부담해야 할 돈이 있다. 그 돈도 아까워서 노동자에게 희생을 전가한다. 해당 업종 노동자라면 직접 소득 감소를 증명해서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 된다. 그러다 보면 무급휴직을 한 경우 타당한 이유였는지 확인이 될 것이다.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는 사용자의 선의를 요구하는 제도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봐야 한다. 이 제도가 오히려 사용자들의 선의에 의해 이뤄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 혹시 전직훈련도 고민해봤나?

김성원 지부장(부루벨코리아) : 아직 고민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면세업은 지금 중국 면세시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지는 산업이 아니다. 우리나라만 안 되는 거다. 이 시기가 지나면 오히려 인원을 더 뽑아야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내부적으로 이 시기를 견뎌내지 않으면, 이후에 다시 호황이 왔을 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지금은 그 시기를 준비해야 될 때라고 본다.

다만 고민되는 지점은 온라인화를 늦출 순 있어도, 100% 막을 순 없을 것이다. 면세산업에 필요한 측면도 있을 거고. 이와 관련해서 직무전환을 위한 교육 준비가 필요하겠단 생각이 든다. 그래야 본격적으로 산업이 전환될 때 직무전환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이희주 쏘메이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이희주 쏘메이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첫 임단협 체결,
성과와 한계는?

-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쟁점은?

이희주 지부장(쏘메이) :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이다. 고용안정은 일정 수준에서 합의를 했다고 평가한다. 경영상의 이유로 브랜드가 철수하거나 매장이 문을 닫았을 때, 노동조합과 합의 또는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담았다. 먼 거리로 직원을 이동시킬 때 일정 거리를 벗어나면 안 된다는 점도 명시했다.

한영숙 사무국장(쏘메이) : 임금은 아쉽다. 임금이 2020년, 2021년 2년 연속 동결됐다. 2019년에 최고 실적을 달성했는데도 2020년 임금이 동결된 점에 대해 직원들은 이해를 못 했다. 직원 입장에선 가장 답답한 부분이었다. 그래도 회사가 아직 어렵다 보니 이번 단체교섭에서 임금을 올리진 못하고, 일시금을 받기로 했다. 아쉽지만 올해 임금교섭을 다시 잘해보려 한다.

이 외에 2년에 한 번씩 가던 세미나를 코로나로 인해 못 가게 되고, 매해 받던 프리굿(free good·자사제품 증정)을 4년째 못 받은 부분은 보상금을 받기로 했다. 3사가 함께 받는다. 여기엔 앞으로 해당 복지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지 않겠단 동의서를 쓰는 조건이 있었다.

양정현 사무국장(하이코스) : 하이코스도 쟁점은 같았다. 고용안정 관련해선 브랜드 철수나 매장 폐점 시, 회사 내 동일 브랜드나 동일 매장으로 이동하는 걸 원칙으로 했다. 그게 안 될 경우 로테이션은 출퇴근 왕복 3시간 이내 거리로 제한했다. 이때 임금, 수당 하락이 없어야 한다는 단서조항도 달았다. 임금은 쏘메이지부와 마찬가지로 올리지 못했다. 반면 하이코스에서도 로레알 소속이 아닌 향수 쪽은 일시금이나 보상금 지원을 못 받았다. 단체협약에서 적용 제외되는 사항도 꽤 된다. 같은 조합원인데 같은 단체협약을 적용받지 못하는 점이 많이 아쉽다. 이 부분은 점진적으로 바꿔나가도록 노동조합이 노력해야 할 문제다.

김성원 지부장(부루벨코리아) : 삼경, 쏘메이, 하이코스 세 지부의 첫 단체협약에서 가장 큰 성과는 단체협약 자체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본다. 내용상으론 아쉬움이 남지만, 에이전트 회사의 구조적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서 오는 한계가 많다. 직원들은 에이전트 소속이지만 에이전트 관리는 로레알이 한다. 임금인상도 로레알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단체교섭을 할 때도 로레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느낌이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지 않는 한,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겠단 걱정이 든다. 이는 앞으로 세 지부의 공동 과제가 될 것이다.

- 로레알과도 교섭을 해야 하는 건가?

김성원 지부장(부루벨코리아) : 목표로 두곤 있는데, 당장 쉽진 않을 것이다. 한국 면세점을 담당하는 로레알 본사는 해외에 있다. 그리고 로레알이 노동조합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꼬리를 자르고 있다. 굉장히 깊은 부분까지 지휘·감독을 하다가 해당 부분을 싹 자르고 있다. 앞서 말했던 3사가 공동으로 받는 보상금은 로레알에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들었다. 다만 지급 방식은 로레알이 에이전시에 일괄로 돈을 주고, 이 돈의 지급을 각 에이전시가 하는 형태다. 로레알이 보상금을 준다는 모습은 감추는 것이다.

한영숙 사무국장(쏘메이) : 이전엔 로레알에서 메이크업, 스킨케어 아티스트들을 조직해서 각 브랜드에 보냈다. 그런데 노동조합이 생긴 뒤 아티스트들의 직책을 하락시키면서까지 기존 업무의 손을 놓으라고 한 상태다. 그리고 이젠 로레알이 예전처럼 직접적으로 지시하려 하지 않고 에이전시에게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나온다. 직원들은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다.

박지민 하이코스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박지민 하이코스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산업 차원에서
노동조합 개입력 높일 것”

- 각 지부의 올해 계획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박지민 지부장(하이코스) : 고용안정을 유지하고, 올해 임금협상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거다. 노동조합은 생기는 것도 쉽지 않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상 조합원들과 단결해서 잘 해나갔으면 좋겠다.

양정현 사무국장(하이코스) : 노동조합을 몰랐는데 알게 됐고, 알고 나서 가입했고, 여러 사람이 모이니 하나의 지부가 돼서 힘이 생겼다. 지난해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이제 시작한 노동조합이라서 앞으로 많이 배워서 조합원들에게 우리의 힘을 더 키우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희주 지부장(쏘메이) : 올해 임금협상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지부가 단시간에 규모가 커졌기에, 소통도 많이 하면서 더 단단한 조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번 교섭을 통해 노동조합의 힘을 느꼈다. 회사가 지금까지 임금 동결뿐 아니라 뷰티업계에서 상징적인 프리굿도 아무 말 없이 지급하지 않았는데,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어느 정도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전에는 희망퇴직조차 없었다. 노동조합이 있으니까 그래도 대우를 해서 내보내야겠다는 태도도 어떤 측면에선 긍정적인 변화라고 본다. 조합원들도 노동조합의 힘을 함께 느껴서 한마음으로 같이 갔으면 좋겠다.

한영숙 사무국장(쏘메이) : 노동조합을 처음 하면서 새롭고 어렵고 당황스러운 일이 많았다. 단체교섭 자리에서 회사와 노동조건, 임금에 관해 대화하는 일도 처음이었다. 많이 배웠다. 쏘메이지부를 대표하는 사무국장이 됐으니 다음 교섭을 할 땐 더 많은 지식을 갖춰서, 교섭이 더 잘 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지부장이랑 지부를 잘 이끌어나가겠다.

김성원 지부장(부루벨코리아) : 코로나 때문에 산업뿐 아니라 노동도 얼어 있었던 것 같다. 현장 간부들의 움직임이 둔해진 측면이 있다. 다시 노동조합이 움직이고 새롭게 리빌딩하는 차원에서 이것저것 계획을 세워보고 있다. 사회적 전환이라는 화두가 이어지는 만큼, 우리가 전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간부들과 함께 고민하려 한다.

- 면세업종 산별노조로서 계획은?

김성원 지부장(부루벨코리아) : 우리나라 면세산업은 2019년 약 24조 9,000억 원 규모로 점유율 세계 1위였다. 2020년엔 약 15조 원, 2021년엔 18조 원 수준이었다. 이렇게 잘나가던 면세산업에 정부는 왜 손을 놓고 있을까 의문이 많이 든다. 면세산업이 정상화됐을 때 업계가 예전의 생기를 찾을 수 있도록 정부도 관리 이상의 적극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업 차원에서 노동조합도 개입력을 높일 계획이다. 물론 그 힘의 근본은 조합원이다. 면세점 노동조합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서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고, 그 지지를 바탕으로 우리의 내일을 좀 더 안정, 안심되게 만들 수 있는 역할을 해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