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코리아 노동자들, “쉴 권리, 합당한 보상” 요구
샤넬코리아 노동자들, “쉴 권리, 합당한 보상” 요구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1.11.05 20:24
  • 수정 2021.11.19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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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샤넬코리아지부 임·단협 투쟁 승리 결의대회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5일 오후 샤넬코리아 노동자들이 서울 중구 샤넬코리아 본사 앞에서 ‘법정유급휴일 보장, 합당한 임금 보장, 직장내 성희롱 근절대책 수립! 샤넬코리아노조 파업 및 투쟁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샤넬코리아 화장품 판매노동자 250여 명이 “쉴 권리, 합당한 보상”을 사측에 요구하며 5일 한자리에 모였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노조 샤넬코리아지부(지부장 김소연)는 이날 오후 4시 30분 서울 중구 퍼시픽타워 샤넬코리아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샤넬코리아지부는 지난해 12월 단체협약, 올해 2월 임금협약 상견례를 시작으로 회사와 협상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노사는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고, 이에 대해 지난 9월 중앙노동위원회는 노동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샤넬코리아지부의 주요 요구안은 ▲온라인 판매 기여노동 인정 ▲합당한 임금 보장 ▲법정 유급휴일 보장 ▲직장내 성희롱 근절 정책 수립 등이다. 

이날 샤넬코리아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노동강도, 온라인 매출을 위한 공짜노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남다연 샤넬코리아지부 교섭위원은 “회사는 코로나를 핑계 삼아 직원들을 마음대로 부리고 있다”며 “무리한 샘플링,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타깃(매출 목표), 밀접 접촉 서비스 강요에 인원 부족은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샘플링은 고객이 제품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브랜드의 행사다. 

화장품 판매노동자들의 임금 구성은 낮은 기본급에 판매 수당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매출 목표가 높아질수록 수당을 받기 어려워진다. 한 조합원은 “코로나 확산 이후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터무니없는 타깃을 맞출 수 없어 월 60~100만 원의 인센티브를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구지은 샤넬코리아지부 교섭위원도 “최소인원 근무, 말도 안 되는 샘플링, 온라인 판매를 위한 뒤치다꺼리를 해왔다”며 노동의 대가가 정당하게 보상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백화점면세점노조는 온라인 매출을 위한 전시, 홍보, 상담, 샘플시연, AS, 포장 등 매장 노동자들의 노동이 임금에 반영돼야 한다며 이를 올해 공동 요구안으로 내세운 바 있다. 

또한 김소연 샤넬코리아지부 지부장은 “(샤넬코리아 노동자들이) 공휴일에도 못 쉬고 일하는데 휴일수당은 줘야 한다. 남들 쉬는 빨간 날은 아니더라도 안정적으로 쉴 수 있도록 휴일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5일 오후 샤넬코리아지부가 서울 중구 샤넬코리아 본사 앞에서 ‘법정유급휴일 보장, 합당한 임금 보장, 직장내 성희롱 근절대책 수립! 샤넬코리아노조 파업 및 투쟁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샤넬코리아지부는 직장내 성희롱 근절 정책 수립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샤넬코리아지부는 한 남성 관리자가 10년 넘게 여성 노동자들을 상습 성추행했다며 해당 관리자를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하인주 백화점면세점노조 비대위원장은 “(샤넬코리아는) 성추행 피해자, 여성노동자들의 눈물은 비밀 유지로 은폐하고 성추행 가해자를 비호했다”고 비판했다. 

샤넬코리아 측은 “(해당 관리자를) 관계 법령에 따라, 사내 규정에 의거하여 합당한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지만 노동자들은 어떤 처분이 이뤄졌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결의대회에서 한 조합원은 “화장품 사업부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는데, 가해자가 다시 화장품 사업부에서 근무하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며 “회사는 현장 직원과 마주칠 일이 없다는데, 우리가 받는 메일에서, 온라인교육 등에서 가해자를 볼 때마다 소름이 끼친다”고 이야기했다.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우리는 사측이 어떤 안을 가지고 와도 우리의 상식이 동의하지 않는 안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측은 코로나 시기에 누구보다 일하고 고생했던 노동자들을 보상하는 제대로 된 안을 가져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동조합의 직장내 성희롱 근절 정책 요구에 대해 샤넬코리아 측은 “조사 과정에서 직원의 인권을 철저히 보호했으며, 이후에도 신고인을 위한 지속적인 보호와 지원을 보장하고 있다”며 “회사는 직원 의견 수렴 절차를 개선하고, 관련 내부 교육을 더욱더 철저히 해 예방 조치를 보다 강화하는 등 개선 방안을 함께 강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샤넬코리아 관계자는 노동조합과 임금협상 관련해서 “직원에 대한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높은 보상을 유지 및 강화하고자 노동조합과의 타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노동조합과 성실한 협의를 지속하여, 노사 모두를 위한 타결안을 협의해 전 임직원 및 회사가 함께 발전하며 고객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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