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입법, 향후 과제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입법, 향후 과제는?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2.01.26 19:13
  • 수정 2022.01.26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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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공노협, ‘노동이사제 입법 이후,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토론회
노동이사 선임절차·권리와 의무·노조와의 관계 등 제도적 보완 필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이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공표 후 6개월이 지나면 시행된다.

공운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노동자 1명을 비상임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다만 3년 이상 재직한 노동자 중 노동자대표의 추천이나 노동자 과반수 동의를 받은 노동자 1명을 비상임 노동이사로 임명한다고 규정한 것 외 대다수 쟁점은 시행령에 맡겨진 상황이다. 

한공노협이 26일 오후 3시 한국노총 늘솔홀에서 ‘노동이사제 입법 이후,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회에 앞서 한공노협 대표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박해철 공공노련 위원장, 류기섭 공공연맹 위원장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이에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협의회(이하 한공노협)는 26일 오후 3시 한국노총 늘솔홀에서 ‘노동이사제 입법 이후,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고 향후 과제를 살폈다. 한공노협은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박해철, 이하 공공노련), 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위원장 박홍배, 이하 금융노조), 한국노총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위원장 류기섭, 이하 공공연맹)이 모인 협의체다.

토론회에 앞서 한공노협 대표자들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해철 공공노련 위원장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이제 시작이다.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법 시행 전까지 노동이사 선출방식이나 자격요건 등 여러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통해 투명하고 민주적인 공공기관 지배구조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도 “노동이사제는 경영진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낙하산 임원들을 이사회에서 견제하고, 노사가 함께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함으로써 공공기관이 공공서비스를 제대로 수행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노동이사제의 적용대상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으로만 돼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롤모델이 많이 만들어지면 머지않아 기타공공기관에도 노동이사제가 시행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류기섭 공공연맹 위원장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의 발전은 공공기관 내 민주적 의사결정시스템을 정착시키고, 나아가 정부의 공공정책 결정에 있어 민주적 거버넌스 구축의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며 “오늘 토론회를 토대삼아 제대로 된 노동이사제 시행을 위해 지속적으로 필요한 후속조치를 챙겨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앞으로 현장에서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한국노총도 모든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한공노협이 26일 오후 3시 한국노총 늘솔홀에서 ‘노동이사제 입법 이후,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토론회를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주요 쟁점

발제를 맡은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입법 이후 쟁점이 될 사안을 정리했다.

▲ 근로자대표의 추천이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공운법 개정안은 노동이사제 자격을 ‘3년 이상 재직한 노동자’라고 규정한다. 공공기관의 정규직은 공채를 통해 입사한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이 있다. 박귀천 교수는 이들 모두 노동이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박귀천 교수는 “근로자대표라고 하면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그 노동조합의 대표자’인데, 복수노조 사업장의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사용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을 사용할 것인지 정해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동이사제 선임 시 노동자 과반수 동의를 얻는 방식도 분명히 해야 한다. 사업장별로 동의 방식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지, 아니면 직접·비밀·무기명 등 투표 방식을 사용할 것인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

▲ 노동이사 후보 

노동이사를 선임할 때 노동자대표의 추천이나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은 자는 2명으로 추려지게 된다. 최종 임명권자인 공공기관 사장은 이 2명 중 1명을 노동이사로 임명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최종 임명권자가 소수 득표자를 노동이사로 임명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박귀천 교수는 “가급적 임명권자도 근로자의 의사를 반영해 노동이사로 임명하도록 권고하는 정도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 노동이사 결격사유

노동이사는 비상임이사로 선임된다. 그런데 공운법과 ‘공기업·준정부기관 인사지침’은 공공기관 소속 임직원을 비상임이사로 둘 수 없다고 규정한다. 또한 일부 공공기관은 정관에서 ‘재직 중인 직원은 비상임이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기도 한다.

박귀천 교수는 “상장공기업과 비상장공기업, 준정부기관 등 각 공공기관은 원칙적으로 기존의 법령과 지침, 정관 등에서 정하고 있는 비상임이사 결격사유를 적용하되, 재직 중인 직원이 비상임이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는 경우는 노동이사 선임에 앞서 각 기관 내부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노동이사의 권리와 의무

노동이사에게 기존 비상임이사와 같은 권리와 의무를 준용할 것인지, 별도의 규정을 만들 것인지도 정리돼야 한다. 박귀천 교수는 “노동이사에 대해 일반 비상임이사와 동일한 권리와 의무를 보장하되, 노동이사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일반 비상임이사와는 다른 권한을 인정하는 방안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다른 권한이라는 것은 경영상항에 대한 감사 의뢰권, 경영정보 문서 열람권 및 자료제공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더불어 노동이사가 의무를 위반했을 때, 직원에 대한 제재규정과 임원에 대한 제재규정 중 어느 것을 적용할 것인지 정할 필요가 있다.

▲ 노동이사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역량 강화

박귀천 교수는 “노동이사로서의 활동이 실효성 있게 보장되려면 일정시간에 대한 유급보장제도(일종의 근로시간 면제제도)가 필요하고, 이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노동이사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 회계, 재무제표 분석 방법, 공기업 관계 법령, 노동관계 법령 등에 대한 교육이 노동이사에게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다.

▲ 노동이사의 노동조합 조합원 자격

박귀천 교수는 “전체 이사 중 소수에 불과한 노동이사가 노동조합과 단절된다면 사용자측 이해 대변을 위한 수단으로 전략하거나, 고립된 제3의 회색인이 되어 노동이사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어버릴 위험도 있다. 노동이사와 노동조합과의 단절이 노노갈등의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노동이사가 노동조합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 노동조합의 임원이 노동이사가 될 수 없도록 규정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는 게 박귀천 교수의 설명이다.

이 쟁점에 대해 고윤덕 민변노동위원회 변호사는 “노동이사가 제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운법 개정안은 노동이사 임명 시 노동조합 탈퇴 규정을 정하지 않았다. 별도의 규정이 없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논란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차원에서 노조법에 예외규정을 둘 수는 있을 것”이라며 “노조의 임원, 특히 단체교섭 담당자의 경우 이사회와 양립할 수 없는 지위에 있어 배제할 필요성은 있다. 다만 이를 법령에서 명시할 필요가 있는지는 고민할 문제”라고 밝혔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노사정이 함께 준비해야

이어진 발제에서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노동이사제와 관련해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증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부터, 기대사항과 우려사항 등을 노동자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동이사 출마를 희망하는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게 이정희 본부장의 생각이다.

이정희 본부장은 “노동이사와 노동조합들, 상급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을 포함하는 연대의 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며 “또한 지금처럼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선 없는 노동이사제 도입은 제한적인 노동자 경영참여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 노동이사제는 공공기관 운영위원회 이관, 공공기관 경영평가 전면 개선 등 노동계의 요구와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광표 한국고용노동교육원 원장도 “이제는 제도에 대한 찬반 논란이 아니라, 순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모두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며 “노동이사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훈련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광표 원장은 “공공기관 전체 직원들이 노동이사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선출된 노동이사에 대한 교육도 진행해야 한다”며 “스웨덴의 경우 PKT, 독일은 한스뵈클러재단이 노동이사에 대한 교육과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도 노동이사들에 대한 체계적인 역량 개발을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집행할 수 있는 전문조직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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