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배려 없는 CJ제일제당, ‘일할 맛’ 나도록 바꿀 것”
“노동자 배려 없는 CJ제일제당, ‘일할 맛’ 나도록 바꿀 것”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2.03.22 09:57
  • 수정 2022.03.27 1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품계의 삼성 CJ제일제당, 70년 무노조 경영 끝 … 한국노총 CJ제일제당노조 설립
성과급 등 정당하게 구성원에게 돌아가야 하는 몫 쟁취할 것
[인터뷰] 강상철 한국노총 식품노련 CJ제일제당노동조합 위원장

[인터뷰] 강상철 한국노총 식품노련 CJ제일제당노동조합 위원장

강상철 한국노총 식품노련 CJ제일제당노동조합 위원장. ⓒ CJ제일제당노동조합

지난 8일 CJ제일제당의 70년 무노조 경영이 깨졌다. 한국노총 식품노련 CJ제일제당노동조합이 설립된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식품계의 삼성’이라고 불린다. 총 직원 8,100여 명에 진천, 인천, 안산, 논산 등 전국 13개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만 해도 26조 원에 달한다.

그러나 회사가 잘 나간다고 그 안의 구성원들도 잘 나가는 건 아니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제일짜당’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오고 있었다. “일할 맛 나는 CJ제일제당을 만들고 싶다”는 강상철 CJ제일제당노동조합 위원장에게 노동조합 설립까지의 우여곡절과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물어봤다. 인터뷰는 19일 오후 전화 통화로 진행했다.

- 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올해로 입사한 지 30년이다. 30년 동안 다니면서 회사가 현장 구성원들을 생산 목표만 달성하려는 수단으로만 여기고 배려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노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20년 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그동안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 없었다. 2019년 4월에 CJ제일제당 진천BC에 오면서 지금 사무국장, 회계감사들을 만나고 대화를 하다 보니까 이 친구들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노동조합을 설립해 보자고 뜻이 모아졌다. 올해 내 나이가 쉰셋인데, 사무국장은 서른둘이다. 세대를 아울러서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것이다.

- 어떤 점에서 노동자에게 배려가 없는 일터라고 느꼈나?

단적인 예로 CJ제일제당에는 하계 휴가가 없다. 또한 현재 주52시간 근무를 하고 있는데 성수기가 되면 강요 아닌 강요로 서명을 받아서 주64시간 근무를 하게끔 한다. 사측은 ‘강요는 아니다. 서명해도 주64시간 다 안 채워도 된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다.

그리고 업계 대비 연봉이 굉장히 낮은 편이다. 30년 차인데 기본급이 6,000만 원이 안 된다. 동종업계 30년 차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또한 신입과 기존 직원 간 임금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 신입사원이 한 2~3년 만에 10년차 선배사원의 연봉을 역전하기도 한다. 불합리한 고과 평가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의 고과는 A, B, C, D 4개로 나뉜다. 고과에 따라 기본급 인상률, 성과급 지급 수준이 결정된다. 여기서 C, D 등급을 받으면 기본급이 동결되는데 10명 중에 2명 정도는 무조건 C, D등급을 받아야 한다. 예컨대 신입사원이 2년 연속 A 고과를 받으면 10년차 선배사원의 임금이라고 해도 금방 역전이 할 수 있는 거다.

- 고과평가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고과평가는 1차는 직장, 2차는 팀장, 최종적으로 공장장이 한다. 진천BC의 경우 BC장이 최종 평가자다. 평가 방식에 대해 투명하지 않다는 등 구성원의 불만이 많다. 현재 나의 직급이 직장이라 실제로 현장 평가를 수행한다. 돈을 벌려고 회사를 다니는 건데 나쁜 평가를 받아서 연봉이 동결이 되는 구성원을 보면 평가자로서 마음이 아프다.

- 상급단체 결정과정에서 양대 노총과 모두 만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노총을 선택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6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노동조합 설립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양대 노총 모두와 미팅을 했는데 양대 노총의 장단점이 확실하게 보였다. 한국노총이 처음 노동조합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디테일하게 설명을 잘 했다. 그래서 상급단체로 한국노총을 정하게 됐다.

- 노동조합 설립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다. 가장 난관은 무엇이었는가?

비밀 유지가 가장 힘들었다. 카카오톡 채널이나 블라인드로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가입하는 노동자들의 개인 신상을 최대한 지켜주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위원장인 나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가입했는지 잘 모른다. 집행부 내에서도 전담하는 간부만 정확히 알고 있다.

3월 15일 CJ제일제당노동조합은 한국노총 충북지역본부에 가입했다. 강상철 CJ제일제당노동조합 위원장(좌측)과 강국모 한국노총 충북지역본부 의장이 가입 신청서에 서명하고 있다.  ⓒ CJ제일제당노동조합

- 노동조합 가입 범위가 등기 임원 제외한 모두라고 들었다. 그렇게 정한 취지가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사무직 노동자도 불만이 많다. 다만 대외적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참여하기가 생산직군보다 어려운 환경이다. 장기적으로 노동조합이 사무직 노동자의 불편 사항도 해소하고 싶다. CJ제일제당 구성원 모두를 안고 가려는 게 지향점이다.

- 삼성, LG 등 대기업 계열사 노동조합들이 공통적으로 노사협의회 활동으로 인해 노동조합 운영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CJ제일제당에서도 열린협의회라는 이름의 노사협의회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노동조합 설립 이후에 열린협의회가 더열린협의회로 개편했다. 대의원 선출을 직접선거로 한다든지 기존에 하지 않았던 변화를 주고 있다. 노동조합 확산을 억누르기 위한 노사협의회 개편이라고 생각한다.

CJ제일제당의 노사협의회는 사업장별로 하나씩 설치돼 있다. 노동조합이 노사협의회를 구성하려면 과반수 노동조합의 지위를 얻어야 한다. 일단 진천BC에서 과반수 노동조합 기준인 500여 명을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진천BC에서 노사협의회가 제대로 돌아가고, 노동조합과 교섭이 이뤄진다면, 그 효과가 전사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 올해 노동조합이 달성하려는 목표는 무엇인가?

임금구조의 개편 및 투명한 성과금 지급이다. CJ제일제당 사내이사의 평균 연봉이 얼마인지 아는가? 무려 55억 원이다. 그런데 임직원 평균연봉은 5,800만 원 정도다. 임직원과 등기이사 간 평균 임금이 정확히 93.6배 차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이사의 임금은 업계 최고를 뛰어넘어 국내 최상위권이다. 그에 비해 우리 노동자의 임금은 롯데푸드, 풀무원, 농심 등 동종업계와 비슷하거나 떨어지는 수준이다. 이 회사들과 CJ제일제당은 규모로 10배 이상 차이를 보이는데도 말이다.

또 회사의 2021년 성과는 창립 70년 이례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사원들의 인센티브는 최대 20% 상한선을 정해뒀다. 잘 받은 사업장이라야 15%에서 추가로 5% 더 준다는 정도였다. 이렇듯 구성원들이 받아야 하는 정당한 몫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할 계획이다. 블라인드에서 나도는 말 중에 ‘제일짜당’이라는 말이 있다. CJ제일제당의 임금이 그만큼 짜다는 자조 섞인 표현이다. 제일짜당이 아니라 진짜 일할 맛 나는 제일제당이 돼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계획도 잡고 노력할 예정이다.

- 아직까지 가입을 고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많을 것 같다. CJ제일제당 노동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대외 활동을 할 계획이다. 노동조합에 가입한 구성원이나 가입하지 않은 구성원 모두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노동조합 활동을 해보고 싶다. 집행부를 믿고 가입을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