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스키를 올바르게 즐기는 방법
[기고] 위스키를 올바르게 즐기는 방법
  • 참여와혁신
  • 승인 2022.07.27 14:52
  • 수정 2022.07.2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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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강호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노조 위원장
이강호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노조 위원장

그 옛날 위스키의 나라 스코틀랜드에서는 좀 더 시원하게 위스키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자연에서 얼음을 얻기 쉽지 않던 시절, 산속 계곡이나 시냇물의 작은 돌들은 얼음의 훌륭한 대안이었다. 이 돌들을 잔에 넣고 위스키를 부어 마시면 우리가 흔히 아는 ‘온더락’이 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흔히 ‘언더락’이라고 부르지만, 그 정확한 유래는 영문 표기 ‘On the rock’으로 돌 위에 따라 마시는 위스키 음용 방법의 표현이다.

이 온더락은 이제 우리가 위스키를 마시는 하나의 전형적인 공식이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위스키 본연의 향과 질감을 느끼기에 온더락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위스키에 물을 넣어라!”

단순히 기존 위스키 문화에 혁명이나 반란을 꾀하고자 물을 섞는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다. 위스키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에서는 흔히 마시는 문화인데,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위스키가 수입될 무렵 이런 전통이나 문화까지 들어오지 못했던 탓에 폭탄주나 그저 취하기 위한 주종 정도로 인식이 돼버렸다.

물은 위스키의 풍미를 일깨운다. 단순히 상상하지 말고, 실제 어둠이 내린 저녁에 온더락 잔과 같이 볼이 넓은 잔에 위스키 소량에 물을 섞은 후 부드럽게 흔들어보자. 물론 비교를 하기 위해 물을 넣기 전의 위스키를 충분히 느끼고, 물을 넣은 후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 차분히 느껴보자. 

그저 미세한 차이가 아님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원액 대비 도드라지는 향미에 코가 즐거우며 스모키한 향, 과일향, 꽃향, 흙내음, 나무향, 그리고 예민하다면 심지어 어렸을 적 장마철의 장롱 냄새까지 기억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위스키 속의 ‘과이어콜’이라는 분자가 물을 만나면 활발히 활동을 해 진한 향을 뿜어내는 과학적 설명도 위스키와 물의 만남이 좋은 방법임을 입증한다. 

물을 넣을 때 오랜 시간 동안 잠자고 있는 위스키가 마법처럼 일어나듯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시각적 즐거움은 덤일 것이다. 이렇듯 충분한 시간을 두고 향을 음미하면서 여유를 즐기는 술이 위스키인데,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싼 위스키에 물을 섞는다고 하면 마치 고연산과 높은 가격에 대한 예의가 아니란 인식이 있는 듯하다.

반면 온더락은 어떠할까? 사람도 날씨가 추워지면 웅크리기 마련이고, 위스키 역시 낮은 온도에서는 향을 발산하지 못하고 갇혀 버린다. 시원하게는 마실 수 있지만 위스키의 향을 즐기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이런 이유다. 커피 역시 뜨거울 때 본래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얼음을 넣어서는 그저 시원함을 충족시키는 수단에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위스키에 물을 넣어보자. 우리가 부정적으로 여기는 단순한 ‘희석’의 의미가 아니다. 필자가 스코틀랜드에서 오랜 시간 숙성된 발렌타인 30년 위스키를 아무 생각 없이 온더락으로 쉽게 마시다가 혼이 났던 이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