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가전 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요구 ’10만 서명운동’ 돌입
생활가전 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요구 ’10만 서명운동’ 돌입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2.08.10 18:35
  • 수정 2022.08.10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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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고 신분으로 해고 제한, 노동조건 명시 등 노동법 보호 못 받아
일정한 기준 없는 위임계약서, 고용불안·비용 부담 전가 등 문제 야기
생활가전 렌털업계 ‘표준계약서’ 마련에 고용노동부도 나서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은 10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요구 10만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은 10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요구 10만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가전통신노조가 생활가전 렌털업계 방문점검원들의 표준계약서 마련을 요구하는 ‘10만 서명운동’에 나선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이현철, 이하 가전통신노조)은 10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만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통한 표준계약서 마련에 나서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생활가전 렌털업계 방문점검원들은 회사와 위·수탁계약을 맺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다. 따라서 정당한 사유 없는 해고 제한, 임금전액 지급원칙, 계약서상 노동조건 명시, 명시된 노동조건 위반 시 손해배상 청구 등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가전통신노조는 설명했다. 

이에 가전통신노조는 생활가전 렌털업계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방문점검원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10만 서명운동을 통해 방문점검원들의 노동실태를 알려 표준계약서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여론을 형성하겠다고 밝혔다.

일정한 기준 없는 위임계약서
고용불안 야기해

기자회견에서 가전통신노조는 방문점검원들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밝히며 표준계약서 마련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들은 “방문점검원들이 일정한 기준 없는 위임계약서를 체결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현철 가전통신노조 위원장은 “회사 입맛대로 작성된 위임계약서에는 고용과 관련해 최소한의 기준이 없다”며 “생활가전 방문점검원들은 관리자에 의해 언제든지 잘릴 수 있는 처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왕일선 가전통신노조 코웨이 코디코닥지부 지부장은 “생활가전 방문점검원 위임계약과 관련된 법이나 기준이 없기 때문에 회사의 규정과 계약서가 불합리해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억울하게 일자리를 잃는 일 등을 당해도 구제 신청조차 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업무상 비용 부담, 수당되물림 등
노동자에 책임 전가 문제도 지적

가전통신노조는 방문점검원들이 위임계약서를 통해 교통비·식비 등 업무상 비용을 전가받아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또 고객의 렌털료 연체 등을 이유로 이미 방문점검원들에게 지급한 영업 수수료를 회사가 도로 빼가는 ‘수당되물림’ 문제도 지적했다.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발생하는 제반 비용을 방문점검원들이 모두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며 “방문점검원들의 일방적 손해와 희생을 요구하는 위임계약서가 업계에 만연한 이유는 이들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왕일선 지부장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들의 임금의 경우, 회사가 임의로 임금의 일부를 공제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방문점검원들은 자신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고객의 렌털료 연체 등을 이유로 회사에 수수료를 빼앗기는 일을 수시로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창도 가전통신노조 SK매직MC지부 지부장은 “위임계약서가 회사와 방문점검원 간 믿음을 전제로 마련돼 있지 않고, 회사가 책임을 방문점검원들에게 전가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불합리한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전했다.

표준계약서를 통해 방문점검원들에게 최소한의 일거리가 보장돼야 한단 목소리도 나왔다. 방문점검원들은 기본급 없이 점검·영업 건당 수수료를 받고 있다. 따라서 일거리가 없으면 급여를 보장받지 못한다. 

표준계약서 마련에
고용노동부 개입 필요

가전통신노조는 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마련에 고용노동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활가전 렌털업계 회사들이 각각 다른 업무규정에 따라 위임계약서를 마련하고 있어, 최소한의 기준이 되는 업계 표준계약서를 마련하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가전통신노조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와 면담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

‘10만 서명운동’은 이날부터 한 달간 온·오프라인 동시 진행된다. 가전통신노조는 오는 12일 고용노동부 관계자와 표준계약서 관련 간담회를 진행한다. 다음 달 7일에는 윤미향 국회의원 등과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가전통신노조는 준비 중인 표준계약서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