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점검 노동자들 ‘표준계약서’ 초안 마련... 고용불안 풀리나?
방문점검 노동자들 ‘표준계약서’ 초안 마련... 고용불안 풀리나?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2.09.07 23:18
  • 수정 2022.09.07 2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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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통신노조,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마련 위한 국회토론회 개최
계약 해지 절차, 위탁자 책임·의무, 고객 폭언 보호 규정 등 표준계약서 초안에 명시
윤미향·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이 7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마련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이윤호 기자 yhlee@laborplus.co.kr
윤미향·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이 7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마련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이윤호 기자 yhlee@laborplus.co.kr

가전제품 방문점검원들의 표준계약서 초안이 공개됐다. 특수고용직인 이들은 처우 개선을 위해 최소한의 보호 장치인 표준계약서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표준계약서 초안에는 ▲방문점검원들의 고용불안 감소를 위한 계약 해지 절차 ▲부당한 소득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한 위탁자의 책임·의무 ▲고객의 폭언·폭행·성희롱으로부터 보호 등의 규정이 포함됐다.

윤미향·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 이현철, 이하 가전통신노조)은 7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마련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표준계약서 초안 해설은 박현익 서비스연맹 법률원 변호사가 맡았다.

고용불안 해소 위해
계약 해지 절차 등 규정 마련

방문점검원들은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린다고 했다. 회사와 단기 계약을 맺고, 회사의 통보 하나로 계약이 해지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이두일 SK매직MC지부 부지부장은 “장기 근무가 어려운 노동자들의 이탈이 잦다 보니 매번 많은 인원의 신규 노동자를 모집한다. 고객과 친밀한 관계유지가 중요한 업종 특성상 담당 노동자의 잦은 변경은 회사에도 장기적으로 손실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표준계약서를 도입해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줄이고, 회사 또한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방문점검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표준계약서 초안에는 계약 해지 절차 조항을 포함했다. 우선 계약 해지는 위탁자인 회사와 수탁자인 방문점검원 간 합의 해지를 원칙으로 한다. 또한 수탁자의 계약 위반 행위로 위탁자가 계약을 해지하고자 할 경우 60일 이상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이때 위탁자는 계약 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수탁자가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한다는 사실을 서면으로 2회 이상 통지해야 한다.

아울러 계약 해지를 통지하기 전 조사위원회를 개최하도록 규정했다. 계약 위반 사실에 대한 최소한의 조사과정과 수탁자의 소명과정을 거치도록 한 것이다. 박현익 변호사는 “방문점검원들이 계약 해지되더라도 최소한의 절차를 따르도록 해당 규정을 만들었다”면서 “이 규정은 택배노동자들이 적용받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을 참고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위탁자 책임·의무 등 규정해
부당한 소득 감소 없애야

방문점검원들은 고객의 연체 또는 렌털 계약 중단 등을 이유로 이미 지급받은 수수료를 되물림(환수)하거나 차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회사 업무를 수행하며 발생하는 유니폼·공구 비용 등을 방문점검원들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방문점검원들은 가전제품 렌탈 판매 목표가 과도하며 회사로부터 목표 달성 압박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당하거나, 계정 박탈 또는 회수 등의 불이익을 받은 일이 있다고 방문점검원들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표준계약서 초안에서는 수탁자인 방문점검원에게 판매목표를 강제하거나 부당한 비용을 청구하는 위탁자의 행위를 금지했다. 판매목표 달성을 못했다고 방문점검원의 업무를 줄여 소득을 감소시키지 못하게 한 것이다. 또한 고객의 렌털료 연체 등 수탁자의 과실이 아닌 이유로 수수료를 차감하는 등의 불이익한 처우를 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방문서비스 업무 수행과 관련된 규정도 포함됐다. 업무 수행 시 필요한 물품(제품·부품·비품·소모품·공구·유니폼 등)은 위탁자가 조달해 수탁자에게 지급하며 그 비용은 위탁자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윤미향·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이 7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마련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이윤호 기자 yhlee@laborplus.co.kr
윤미향·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이 7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마련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이윤호 기자 yhlee@laborplus.co.kr

감정노동 피해 완화를 위한
폭언 등으로부터 보호 조치도 마련

방문점검원들이 심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코웨이 코디코닥지부는 코디코닥들이 고객에 의해 감정적 훼손·성적 굴욕감을 당해도 다른 감정을 표현하도록 코디 위임계약서에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이성대 코웨이 코디코닥지부 부지부장은 “고객이 술 취해 칼로 코디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탈출한 코디도 있고, 점검 갈 때마다 고객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하면서도 점검을 마치고 나와야 하는 굴욕을 겪은 코디도 있다. 또한 덩치가 큰 개가 무서워 코디가 꼼짝을 못하는 상황에서 고객이 개에게 사과하라고 소리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감정노동과 관련된 보호 규정도 마련됐다. 규정에 따르면 방문점검원들이 폭언·폭행·성희롱 등의 피해를 입었을 시 업무 일시 중단 등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에 준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방문점검원들이 보호 조치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이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규정도 포함됐다.

표준계약서 사용
강제할 필요도 있어

가전제품 렌털업계 회사들에 표준계약서 사용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배달·대리운전 업계 등에 이미 표준계약서가 마련됐지만, 여전히 모든 현장에서 표준계약서가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해서다. 이희종 서비스연맹 정책실장은 “표준계약서는 교섭과 달리 법률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등 한계가 있다”며 “표준계약서 제정 이후에 그 사용을 강제하기 위해 가전통신 노동자들의 투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윤 고용노동부 디지털노동대응TF팀 팀장은 “고용노동부도 방문점검원 표준계약서 마련을 위한 관련 법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표준계약서 사용 강제와 관련해서도 관계부처와 협의해 어떻게 이 제도를 정착시킬지 고민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