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약자와 ‘헤어질 결심’ 아니라면 노정교섭 응하라”
“오세훈 시장, 약자와 ‘헤어질 결심’ 아니라면 노정교섭 응하라”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2.10.25 14:39
  • 수정 2022.10.2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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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공기관·출연기관·민간위탁 노동자들 기자회견 진행하고
오세훈 시장에 노정교섭 촉구···“불통에는 투쟁으로 응답할 것”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와 공공운수노조가 25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공공기관·출연기관·민간위탁 구조조정 사업장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노정교섭 공문을 현수막으로 크게 만들어 옆에 두었다. 오세훈 시장이 이를 보고 대화에 응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서울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시정 철학으로 ‘약자와의 동행’을 내세운 오세훈 서울시장에 “약자와 헤어질 결심이 아니라면 노정교섭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뒤 서울시의 공공기관·출자출연기관, 민간위탁 부문의 예산을 감축하자, 대화를 요구한 것이다.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본부장 김진억)와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위원장 현정희, 이하 공공운수노조)는 25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공공기관·출연기관·민간위탁 구조조정 사업장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이같이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각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와 같은 기조로 공공부문에 재전건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공공부문 축소 계획이 공식적으로 발표 않았으나, 언론을 통해 통·폐합이 전망되는 출자출연기관들이 추려진 상태다. 서울기술연구원은 서울연구원으로, 공공보건의료재단은 서울의료원으로, 서울50플러스재단은 평생교육진흥원으로 통·폐합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서울시는 사회서비스원의 노원구 장애인활동지원 사업을 폐지하고, 마을공동체센터 등의 민간위탁 예산을 삭감하는 등 기존 공공서비스들을 줄이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도 1,000여 명을 구조조정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노동자들과의 소통은 없었다는 게 이들의 문제의식이다.

이에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등 서울시의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13일부터 서울시청 앞에서 “오세훈 시장의 반노동 정책과 일방통행에 항의”하는 천막농성을 진행하며 서울시와의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본부장은 “오세훈 시장 때문에 서울시민의 안전이 위협당하고, 마을 약자들이 외면당하고 있다. 그러니 오세훈 시장은 약자와의 동행이 아니라 약자와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서울시에 협의하자, 좋은 방안을 마련해보자고 제안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 약자와의 동행은 구체적인 정책과 예산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대화 좀 하자고 재차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벌이는 공공부문 축소 공세는 공공서비스의 이용자인 서울시민의 직접적인 편의와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의 일자리 문제와 직결돼 있음에도 이용자, 노동자와의 대화 없이 일방적인 언론발표 등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일방적 노동정책을 지금 당장 중단하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서울시의 공공부문 노동자들도 “대화에는 대화로, 불통에는 투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서울시가 계속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경우 서울시를 상대로 파업 등 공동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다.

명순필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조 위원장은 “우리에게 약자는 열심히 살아가는 서울시 시민과 그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그러니 오세훈 시장은 강자와의 동행을 하고 있다”며 “제2의 수해, 제2의 대구 지하철 참사가 난다면 오세훈 시장은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다음 달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4년 후 서울시 천만 시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정재수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출연기관지부 서울시50플러스재단지회 지회장도 “서울시는 효율성이라는 잣대로 공공성을 포기하려 한다. 통폐합 대상 기관으로 낙인찍힌 3개 기관이 끝이 아니고, 민영화와 구조조정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며 “이제 그 어느 사업장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비효율이고 일방적인 통폐합과 구조조정에 맞서 투쟁하겠다”고 발언했다.

심명숙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다산콜센터지부 지부장은 “오세훈 시장은 재선하면 다산콜센터의 임금 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산콜센터에서 10년을 일해도 지자체 소속인 경기도 콜센터 상담사 1호봉보다 월급이 더 적다”면서도, “그런데 시장이 우리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들어보지도 않는다는 자세다. 파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수위를 높여야 하는 건 아닌지 조합원들의 고민이 깊다. 상담사들은 올해 이를 갈고 있다. 응당한 대가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지부장도 “서울시는 사회서비스를 민간 주도로 고도화하겠다며 공공성을 후퇴시키고 있다. 최근 단체협약 해지 통보를 받는 등 노사관계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어르신, 아이들, 장애인의 돌봄서비스를 늘려야 할 의무가 있다. 돌봄 노동자들은 여기서 더 물러서지 않고 공공성과 노동권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역본부와 공공운수노조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노정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서울시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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