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노력하겠다는 ‘말’ 말고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노력하겠다는 ‘말’ 말고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2.11.04 09:37
  • 수정 2022.11.04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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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마음이 아프다. 저희들은 협력회사의 각 개인별 계약 사항을 알지 못한다”_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산재 건수나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_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

“덴소코리아와 한국와이퍼는 별도의 법인이고, 이번 일은 한국와이퍼가 추진한 것”_온다 요시노리 덴소코리아 대표

“너무나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점에 대해서는 진심으로…”_강동석 SPL 대표이사

“(이어지는 중대재해에) 자괴감이 든다”_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올해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언론이 주목해 인용한 경영계와 정부의 말들입니다. 손배, 중대재해, 외투자본의 ‘먹튀’, 물류센터 노동환경 등 노동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고 피감사인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국감은 노동자들이 마주한 상황들을 알리고, 책임자의 대책 마련 의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돼 왔습니다. 입법 노동자들이 국감을 진행하는 만큼 미비했던 법·제도를 정비할 분기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좋은 취지를 가진 국감이지만 노동자들은 ‘올해도’ 특별함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의원은 호통을 치고 피감사인은 연신 사과하는 장면이 연출되지만, 그 다음은 없다는 아쉬움입니다. 노력하겠다는 말을 이끌어낸 점은 물론 반갑습니다. 그러나 말뿐인 노력엔 지치기 마련입니다.

“의원님들이 서운해 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잘 모르겠어요. 쿠팡 경영자들은 매년 국감에 와요. 그러면 그 순간만 모면하려 하거든요. 변화를 줘도 땜질 처방이에요. 쿠팡이 그걸 진짜 잘 하거든요. 그렇다고 올해 국감이 예년과 크게 달라진 점도 없는 것 같아요. 국감은 스타를 만들어내는 자리잖아요. 국감을 통해서 무언가 바뀌는 것, 사실 그걸 기대하지는 않아요.”

민병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은 국감이 “노동자를 위해 사측에 압박을 가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내게끔 하는 자리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국감장을 나오면 회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짐을 지키지 않았고, 이런 일이 매년 일어나다 보니 신뢰를 잃은 겁니다.

최윤미 한국와이퍼분회 분회장은 의원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라면 여야가 합심해 핵심적으로 다뤄주고, 이후 다양한 노동 이슈에 주목해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종합감사 때 처음으로 국감이라는 걸 들어가서 봤어요. 정리해고, 대량해고 사안은 2건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중대재해 관련 이야기였어요. 그렇게 중대한 문제였으면 빠른 시간에 압박하고 대책을 내놓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맴도는 느낌을 받았어요. 실질적인 안을 내도록 하는 것보단 그림 만들기에 집중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제가 단상에 올라가니 몇몇 의원 빼고는 질문하지 않으시더라고요. 국감이 다양한 현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자리가 됐으면 해요.”

아쉬운 경험을 반복해도 노동자들이 국감장에 가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두 노동자의 대답은 비슷했습니다.

“힘이 센 노조면 국감에 의존 안 해도 돼요. 그런데 저희는 그렇게라도 해서 대표가 뭐라도 한마디 하면 국민들이 ‘아 정말 쿠팡이 뭔가 잘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국감은 고마운 거죠”_민병조 지회장

“문제를 알려낼 루트가 없었던 우리에게는 굉장히 소중한 자리예요. 실제로 불법행위와 부당노동행위를 한 주체는 덴소코리아예요. 덴소코리아에 대한 특별근로감독도 함께 진행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지만 계속 요구해볼 생각입니다”_최윤미 분회장

올해의 ‘고맙고 소중한’ 국감이 종료됐습니다. “다양한 현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자리”였길 바라며 환노위 소속 의원 인터뷰를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