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환노위 국감] “개인에게 수백억대 손배, 사실상 법 이용한 차도살인”
[2022 환노위 국감] “개인에게 수백억대 손배, 사실상 법 이용한 차도살인”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11.04 09:38
  • 수정 2022.11.04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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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손배소 청구는 노조에만 제한하는 등 합의점 찾아야”
환노위 시급한 입법 과제론 ‘중대재해 조사보고서 공개 의무화’ 꼽아

2022 환노위 국감

10월 4일 시작한 올해 국정감사가 10월 24일 종료됐다. 노동을 다루는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굵직한 현안들이 오르내렸다. 손배로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부터 물류센터, 중대재해 사업장 등 다양한 노사정 대표들이 국감장에 섰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당사 압수수색과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의 발언 등으로 전체적인 진행이 순탄치 않았다는 평도 있다.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은 올해 국정감사를 어떻게 치렀을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위원 중 김형동 국민의힘 국회의원,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게 올해 국정감사에 대한 이야기를 서면으로 들었다. 공통질문은 국정감사 내용과 평가, 향후 입법 과제 등으로 구성했다.

2022 환노위 국감②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는 공감이다”라고 말해왔다. 공감이 전제돼야 공정하고 정의로운 정치도 가능하단 그의 정치 철학에서 나온 말이다. 노웅래 의원이 이번 환노위 국감에서 공감한 대상은 “열악한 노동 환경에 부상과 죽음으로 내몰리고, 이러한 상황을 항의하는 노동자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손해배상을 판결하는 ‘절박한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이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웅래 의원은 ‘노란봉투법(노조법 3조 개정) 통과’를 중점적으로 질의했다. 노웅래 의원에게 올해 환노위 국감 평가를 비롯해 여야 간 평행선을 달린 노란봉투법 개정을 위한 합의점 등에 대해 더 이야기 들어봤다.

ⓒ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 이번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를 전반적으로 평가해주십시오.

이번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는 열악한 노동 환경에 부상과 죽음으로 내몰리고, 이러한 상황을 항의하는 노동자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손해배상을 판결하는 ‘절박한 노동자들의 현실’에 중점을 둔 국정감사였다고 평가합니다. 심지어 국감 중간에도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사항이 가장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 중대재해가 발생했던 여러 기업 대표들은 증인으로 나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노동자들의 근로환경을 살피고, 개선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 이번 국정감사에서 노동과 관련해 주되게 질의한 내용은 무엇이었습니까?

‘노란봉투법 통과’를 중점적으로 질의했습니다. 개인에게 거는 수백억대 손배소는 말이 손해배상일 뿐, 사실상 법을 이용한 차도살인으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국정감사에서도 회사의 재산권과 부딪힌다는 이유로 위헌 소지가 있어 반대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에 저는 더 이상 평행선을 달릴 것이 아니라, 합의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해 세 가지 합의점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손배소 청구는 노동조합에만 하게 할 것. 둘째, 명확하게 손해가 난 부분만 청구하도록 할 것. 셋째, 근로자성과 사용자성 확대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 해당 질의를 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이번 대우조선해양 파업의 경우 22년 된 용접공 한 달 실수령액이 200만 원 정도로 최저임금보다 겨우 10만 원 많은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임금을 조금 올려달라 항의했다고 400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모아도 못 갚을 470억 원을 대우조선해양은 손해배상금으로 걸었습니다. 하청 노동자라는 이유로 원청에 교섭조차 요구할 수 없고, 기업들은 자회사·아웃소싱·개인 도급 외주화 등을 악용해 기본적인 노동 3권조차 무력화하는 실정입니다. 무조건 불법을 옹호하고 면책해주자는 것이 아닙니다. 개인에게 100억 원씩이나 손해배상을 물리는 것은 사람을 잡겠다는 것 말고는 이유가 없으므로 노란봉투법 통과를 강조했습니다.

- 노란봉투법 질의를 통한 성과와 아쉬운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사용자성 확대를 강조하며 손배소가 남용되지 않도록 당부했습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와 여당은 손배소 및 가압류 사건에 대한 실태조사 전부터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고, 사용자의 재산권, 경영권 위축 등을 이유로 입법 반대라는 견해를 이미 정해두고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합의점을 찾아가야 하는데 입장을 정해버려서 논의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 이번 국정감사에서 민생·노동 이슈가 적절히 다뤄졌다고 보십니까?

노동시간 유연화 확대를 통한 장시간 노동 고착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성별 임금·고용 격차, 최저임금 차등적용 등 눈앞에 당면한 노동 현안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의 국회 모독 발언과 국정감사 중 제1야당 당사 압수수색 등이 이루어지면서 환노위 국정감사가 여러 번 중단됐습니다. 이에 따라 정작 민생을 살리기 위한 노동 현안에 대한 정책적 논의가 부족했던 것이 아쉬운 점입니다.

- 향후 환노위의 가장 시급한 입법과제는 무엇입니까?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도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떨어짐, 끼임 같은 발생 사고 유형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원인을 파악해 재발 방지책을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재해조사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는 사건만 선별적으로 공개하고 있을 뿐, 기업의 민감한 정보가 들어있다는 이유를 들어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는 지나친 대기업 감싸주기로밖에 볼 수 없고, 판결이 완료된 사건에 대해서도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정부의 지나친 소극행정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에 중대재해 조사보고서를 공개해 반복되는 산재를 줄여나가야 할 것입니다.

- 해당 입법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계획은 무엇입니까?

저는 지난 9월 중대재해 원인을 규명하고, 반복되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중대재해 조사보고서 공개를 의무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사고의 정보와 원인 분석, 재발 방지대책 등 조사보고서에 담길 내용을 구체화하고,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시적으로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3개월 이내에 작성된 보고서를 공표하도록 의무화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고 반복되는 사고를 막고자 합니다. 해당 법이 통과돼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정감사 기간 중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SPL 제빵공장과 안성 물류센터 건설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직접 사고현장을 둘러보면서 고강도 노동 환경에 더해 불의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조치조차 미흡했던 점이 너무나도 안타까웠습니다. 두 사고 모두 회사가 돈을 아끼겠다고 노동자들을 사지로 밀어 넣은 후진국형 사고였다고 봅니다. 이러한 상황에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은 면제됐고, 안전감독으로도 미흡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는 점은 제대로 된 감독이 안 되었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국회에서 법을 바꾸고, 정부가 제도를 시행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노동 현장에 잘 적용되느냐입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노동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개선해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