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코디·코닥 ‘첫 단체교섭 잠정합의’
코웨이 코디·코닥 ‘첫 단체교섭 잠정합의’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11.11 17:23
  • 수정 2022.11.11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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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잠정합의안 도출··· 단체교섭 시작 1년 2개월 만
업무상 사용 비용 지급, 수수료 체계 개편 등 내용 담아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dsjeong@laborplus.co.kr
11일 코웨이 코디코닥지부가 임단협 잠정합의로 코웨이 본사 앞 천막농성장을 철수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코웨이 코디·코닥(방문점검원) 노동조합이 첫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지난 10일 도출했다. 방문점검 업계 최초로 단체교섭에 돌입한 지 1년 2개월 만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가전통신노조 코웨이 코디코닥지부(지부장 왕일선)는 11일 “사측과 최종쟁점에 대해 조율을 마치고 10일 잠정합의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코디코닥은 코웨이와 위임 계약을 맺고 점검·영업 건당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직이다. 지난해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코디코닥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했고, 코디코닥은 지난해 9월 업계 최초로 회사와 단체교섭을 시작했다.

단체교섭을 시작한 지 1년 2개월 만에 마련된 이번 잠정합의안엔 △업무상 사용 비용 지급 △통신비 인상 △위수탁 재계약 단위 1달→1년 연장 △2023년도 수수료 체계 인상 개편 △노조활동 보장 △노사협의체 구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코디코닥지부는 유류비, 식대 등 업무를 위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을 회사에 요구해왔다. 이번 잠정합의안을 통해 코디코닥은 기존에 지급되던 통신비 외 업무상 사용 비용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부는 구체적인 비용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통신비는 월 2만 5,000원에서 월 4만 원으로 인상된다.

무엇보다 노사는 2023년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코디코닥은 영업 등 실적에 따라 같은 점검을 해도 9개 구간으로 나뉘어 다른 수수료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가장 낮은 실적 구간 코디의 얼음 정수기 점검수수료가 9,400원이라면 가장 높은 구간 코디의 얼음 정수기 점검수수료는 1만 1,000원이다. 이에 코디코닥지부는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한 대가를 요구해왔다. 

단체교섭 결과 내년부터는 9개 구간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향으로 코웨이는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전체 평균 수수료도 인상되도록 할 예정이다. 김순옥 코디코닥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이 내용은 당장 돈으로 환산되는 결과는 아니지만 큰 성과”라며 “회사가 임금체계 개편안을 준비하면 노동조합과 협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노사는 분기마다 운영되는 노사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했다. 회사는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 등을 통해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기로 했다.

향후 코디코닥지부는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설명회를 한 뒤, 찬반투표를 거칠 예정이다. 

11일 코웨이 코디코닥지부가 임단협 잠정합의로 코웨이 본사 앞 천막농성장을 철수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11일 코웨이 코디코닥지부가 임단협 잠정합의로 코웨이 본사 앞 천막농성장을 철수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지난 3월부터 235일간 이어진 서울 구로구 코웨이 본사 앞 천막농성장도 11일 오후 2시 철수됐다. 이 자리에서 코디코닥지부는 소회를 밝혔다. 

왕일선 지부장은 “투쟁 천막을 펼친 지 235일이 됐다. 하루도 비워본 적이 없는 천막은 우리의 분신 같았다”며 “마침내 어제(10일) 교섭 결과물을 받아냈다. 모두 긴 시간 고생 많았다. 앞으로도 업계 전반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끌어올리기 위한 투쟁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순옥 수석부지부장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걸 다시 알았다”며 “천막에서 정말 시끄럽고, 뜨겁고, 차가운 숱한 밤을 기억한다. 잠정합의안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도 있겠지만 이번에 첫 임단협 기틀을 만들었다. 기틀 위에 살을 덧붙일 다음 교섭을 위해서 준비를 해나가자”고 이야기했다.

이동춘 쟁의부장은 “교섭 기간 수많은 투쟁을 하면서 내부적으로도 단단해졌다”며 “이제 우리는 현장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자발적으로 목소리 내고 구체적으로 투쟁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잠정합의안의 기초 위에 다시 하나씩 배우고 경험하면서 다음을 만들어가자”고 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잠정합의안을 보고 일부는 아쉬움이 있을 것이고, 우리 실력껏 됐다고 평가하는 분도 있을 것”이라며 “분명한 건 결론이 났다. 첫 번째 성적표를 바탕으로 지금부터 준비해서 내년에는 이렇게 235일간 천막농성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자”고 밝혔다.

코웨이 측은 “노사가 지난 10일 전향적인 잠정합의를 이뤄냈다”며 “노사가 상호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건강한 노사문화 및 환경 마련에 힘쓰며 앞으로도 노사 협력을 통해 고객분들께 더 나은 서비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