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코디·코닥 ‘열흘 파업’ 돌입··· 배경은?
코웨이 코디·코닥 ‘열흘 파업’ 돌입··· 배경은?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04.20 19:20
  • 수정 2022.04.20 2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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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코닥지부 20~29일 총파업 결정··· 사측의 “단체교섭 해태행위” 지적
코웨이 “사례 드문 특수고용직 노조라 충분한 법적 검토 필요··· 서비스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
ⓒ 서비스연맹 가전통신노조
20일 코웨이 코디코닥지부가 서울 구로구 코웨이 본사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 서비스연맹 가전통신노조

단체교섭 중인 코웨이 코디코닥(방문점검원)이 20일부터 열흘간 총파업에 돌입한다. 이들은 “회사가 성실히 교섭에 임할 때까지 모든 일손을 내려놓는다”고 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가전통신노조 코웨이 코디코닥지부(지부장 왕일선)는 20일 서울 구로구 코웨이 본사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9월 방문점검원 노조 중 최초로 단체교섭에 돌입한 코디코닥지부는 회사에 ▲점검 수수료 인상 ▲업무상 비용 지급(통신비·차량유지비·식비 등) ▲고용안정 보장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코디코닥은 코웨이와 위임 계약을 맺고 점검·영업 건당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직이다. 지난해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코디코닥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바 있다. 코웨이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출정식을 시작으로 코디코닥들은 업무 관련 연락을 받지 않는 방식으로 파업한다. 코디코닥지부에 따르면 조합원 수는 약 5,000명이다. 활동 코디 기준 노조 조직률이 약 55%다. 코웨이에 등록된 코디코닥은 약 1만 2,000명인데, 이 중 활동하는 코디는 약 9,000명으로 추정된다.

코웨이 측은 “약 1만 2,000명의 코디코닥 중 약 40%만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파악되며, 이 중 파업 참여자는 1,500여명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웨이가 조합원들의 파업 참가율을 낮게 잡은 배경엔 코디코닥의 업무 특수성이 있다. 코디코닥은 고객센터 등을 통해 일을 받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직접 연결돼 있다. 따라서 고객의 직접 항의, 계약 해지 등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대부분 개인이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고객이 일정 기간 내 제품을 반환하면 이미 받은 영업 수수료를 회사가 빼가는 수당 되물림제를 적용받는다.

김순옥 코디코닥지부 수석부지부장은 “고객은 보통 제품에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코디한테 전화부터 한다. 파업으로 인한 클레임도 코디 개인 전화로 올 것”이라며 “또한 코디는 현장에서 ‘고객님, 앞으로 쭉 관리 잘해드릴 테니 믿어달라’고 이야기한다. 신뢰 관계가 쌓인 점검 고객은 곧 미래 영업 고객이기 때문이다. 그런 약속을 해온 건데 파업으로 고객에게 불편을 드린다는 점에서 파업 결정까지 무척 어려웠다”고 이야기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가전통신노조 코웨이 공동투쟁본부가 1일 서울시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역 주변에서 지나가는 차량에 선전전을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br><br>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가전통신노조 코웨이 공동투쟁본부가 지난 1일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역 주변에서 지나가는 차량에 선전전을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노조, “코웨이 교섭 해태” 주장 
점검수수료·업무 지원비 인상률이 관건

그런데도 총파업을 결정한 주요 배경은 회사의 “단체교섭 해태행위”라고 노조는 주장했다. 왕일선 코디코닥지부 지부장은 “교섭이 시작된 이래 노동조합은 신속한 타결을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회사는 자신의 안도 내놓지 않고 ‘들어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교섭에서 코디코닥지부는 점검 수수료와 업무 지원비를 일정 수준 이상 올려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순옥 수석부지부장은 “생활가전 렌털업계 대표 3사 중 코웨이의 점검 수수료는 꼴찌다. 업무 지원비도 통신비 2만 5,000원 외에 지원되지 않는다”라며 “또한 디지털 전환으로 회사가 온라인 영업에 힘을 쏟고 있어 코디코닥의 영업 환경은 점점 안 좋아진다. 최소 생계 유지를 위한 점검 수수료 인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코디코닥지부에 따르면 코디코닥의 점검 수수료는 평균 6,867원(21년 3월 기준)이다. 이는 SK매직서비스의 80.6%(8,204원), LG케어솔루션의 64.9%(9,347원) 수준이다. 코디코닥지부가 단체교섭에서 요구하는 평균 점검 수수료는 8,000원대, 업무상 지원비는 총액 16만 원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디코닥지부는 “기본급 없는 방문점검원들이 한 달 평균 220개 제품을 점검한 대가로 받는 수수료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 160만 원 정도”라며 “여기에 업무를 위해 지출되는 통신비, 차량유지비, 유류비, 식대 등을 제외하면 100만 원조차 못 버는 경우가 많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연맹이 지난해 코디코닥 1,1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외벌이 노동자는 35.1%였다. 

20일 코웨이 코디코닥지부가 서울 구로구 코웨이 본사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에 참석한 왕일선 코디코닥지부 지부장 ⓒ 서비스연맹 가전통신노조
20일 코웨이 코디코닥지부가 서울 구로구 코웨이 본사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에 참석한 왕일선 코디코닥지부 지부장 ⓒ 서비스연맹 가전통신노조

‘공투본 투쟁 마무리’도 주요 배경
코웨이지부·CL지부 합의안 마련했지만 기다려

코디코닥지부가 열흘간 총파업이라는 배수진을 친 데는 코웨이 공동투쟁본부의 투쟁을 이달 안으로 마무리 짓겠단 판단도 있다.

코웨이 공동투쟁본부는 가전통신노조 산하 코웨이지부(설치·수리기사), 코웨이 CL지부(영업관리직), 코웨이 코디코닥지부 등 세 개 조직이 “직군의 차이를 넘어 함께 싸우겠다”며 지난해 1월 출범했다.

정규직인 코웨이지부와 CL지부는 지난해 6월부터 임금협약 교섭에 들어가 각각 지난 4일과 18일 (준)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준)잠정합의안은 코디코닥지부의 합의안이 마련돼야 잠정합의안이 되며, 그때 각 지부별 조합원 찬반투표에 들어가겠다는 것이 공동투쟁본부의 입장이다. 

특히 코웨이지부와 CL지부는 다음달 2022년 임단협 체결을 위한 교섭을 회사에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라, 코디코닥지부는 이달 중 교섭을 마무리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최근 코웨이지부와 CL지부는 코디코닥지부의 투쟁 지지를 위한 결의문도 내놨다. 코웨이지부는 지난 19일 결의문을 통해 “코웨이지부는 코디코닥지부의 쟁의행위로 인해 중단된 업무를 대체하지 않는다”며 “코디코닥지부의 교섭을 승리로 이끌 수 있도록 지지하며 현장에서 노노갈등을 부추기는 사측에 강력하게 대응한다”고 밝혔다. 

CL지부는 입장문을 내고 “코디코닥은 점검 수수료 인상과 업무상 비용을 받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이는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부분으로 코디코닥의 처우는 곧 CL조직의 활성화와도 연결된다”라며 조합원 코디가 총파업으로 점검 계정을 남겨두는 경우 비조합원에게 이관하지 않기 등을 조합원들에게 안내했다. 

코디코닥지부는 “총파업과 동시에 전국 거점별로 집회와 대시민 선전전을 병행하며 회사를 압박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디코닥지부는 오는 27일 2,000명 규모 코웨이 본사 앞 결의대회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코웨이 “특수고용직 노조라 충분한 법적 검토 필요” 

코웨이 측은 “지난해 9월 말부터 코디코닥지부와 총 13차례 교섭해왔으며, 현재 노동조합의 요구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며 “코디코닥지부는 사례가 드문 특수고용직 노조라서 제반 사항에 대해 충분한 법적 검토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최선을 다해 교섭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코디코닥노조와 지속적으로 성실하게 교섭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돌연 파업에 돌입하는 등 신의와 원칙을 저버린 코디코닥노조에 유감을 표한다”며 “노조에 가입한 일부 코디코닥만 파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필터교체 및 제품관리 등 고객 제품 점검 서비스는 쟁의에 참여하지 않는 코디코닥을 통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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