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 전노대] 금속노조 “노조법 개정 투쟁에 달려들 것”
[11.12 전노대] 금속노조 “노조법 개정 투쟁에 달려들 것”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11.12 22:25
  • 수정 2022.11.13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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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금속노조 ‘2022년 전국노동자대회 사전대회’ 개최
노조법 2·3조 등 노조법 개정 본격 투쟁 예고
[인터뷰] 현대자동차전주비정규직지회·쌍용차지부·콘티넨탈지회·SNT중공업지회

금속노동자들이 전태일 열사 52주기를 기억하며 ‘전국노동자대회’에 모였다. 이들은 “20만 금속노조는 전태일 열사가 꿈도 못 꿨을 조직이지만 노조법의 자물쇠가 여기저기 채워져 있어 열사의 정신 앞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조건이 아니”라며 “2022년 겨울 국회를 흔들어서 노조법 2·3조를 개정하고 창구단일화와 방산노동자 쟁의금지를 폐기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윤장혁, 금속노조)은 12일 서울 을지로 2가에서 ‘2022년 전국노동자대회 사전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1970년 11월 13일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고 외치며 분신 항거한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열사의 기일에 맞춰 매년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투쟁사에서 “금속노조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을 확실히 막아내고 자본의 손배가압류 탄압을 막고 원청의 사용자성을 확대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으로 전진할 것”이라며 “싸우지 않고 윤석열 정부에서 노동자의 미래는 없다. 이것이 바로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을 정면 돌파하고 싸워나가자”고 밝혔다. 

이날 전태일 열사가 우리사회에 던진 불꽃들을 계승하며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는 금속노동자들(현대자동차전주비정규직지회·쌍용차지부·콘티넨탈지회·SNT중공업지회)의 목소리를 모았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을지로입구역 앞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금속노조 사전대회'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노조할 권리!'라는 문구가 적힌 손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2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을지로입구역 앞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금속노조 사전대회'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노조할 권리!'라는 문구가 적힌 손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목소리① 노조법 2조 개정 
“하청업체 사장이 원청에 어떻게 말할지 우리한테 팁을 달래요”

금속노조는 사용자를 근로계약의 상대방으로만 제한하는 노조법 2조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우리가 할 일을 지정하고, 내 일터의 소유자이며, 노동의 대가까지 지불하지만 정작 고용계약서에 서명이 없다는 이유로 법은 원청을 사용자라 부르지 말라고 한다”며 “그래서 원청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법이 사용자를 사용자라 부르지 못하게 막아 놓으니 노사관계의 정상화 이전에 노사관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노동자인 김광수 현대자동차전주비정규직지회 지회장도 노동조건의 상당 부분을 결정하는 원청과 교섭할 수 없다.

김광수 지회장은 “2019년부터 계속 원청 현대차에 교섭을 요청했지만, 현대차는 ‘당신들은 우리의 교섭대상이 아니’라며 계속 거절해왔다. 그래서 사내하청 업체에 교섭을 요청했더니 사장들이 ‘우리한테 노동조건을 결정할 권한도 없는데 왜 이런 걸 신청하느냐’는 반응이었다”며 “결국 사내하청 업체들과 교섭을 시작했는데 내용상 진전이 없어서 지회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그렇게 파업을 병행하면서 조금씩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현대자동차전주비정규직지회는 하청업체와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하고 있지만 교섭장에서 임금 문제는 논의하기 어렵다. 김광수 지회장은 “하청업체들이 특히 임금은 원청이 내려주는 돈 이상은 재량이 없다고 이야기한다”며 “임단협인데 임금은 교섭 테이블에서 사실상 다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청업체가 해줄 수 있는 것도 원청의 눈치를 봐야 한다. 김광수 지회장은 “노동조합 전임자 타임오프 등은 하청업체에서도 해줄 수 있다. 그런데 안 해준다”며 “물어보니 원청 눈치가 보여서 못 해주겠다고 한다. 만약 노동조합이 파업해서 생산라인에 문제가 생기면 노무 관리를 못 했다는 이유로 하청업체는 원청에서 페널티를 받는다”라고 전했다. 

이어 “하청업체도 답답해서 우리한테 와서 이야기한다. ‘나도 해주고 싶은데 그쪽(원청)에서 못하게 한다’면서 오히려 원청에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 팁을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며 “결국 하청 노사만 죽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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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을지로입구역 앞에서 2022년 전국노동자대회 금속노조 사전대회가 열렸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목소리② 노조법 3조 개정
“개꼬리(민사상 손배청구)가 머리(헌법상 노조활동 보장)를 흔드는 격”

금속노조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면책 범위를 넓히는 노조법 3조 개정도 요구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노동자가 뭉쳐도 노사관계의 저울은 사용자에게 기운다. 그래서 사용자에게 손실을 입히는 권한을 부여해 저울의 균형을 맞췄다. 그게 파업”이라며 “그런데 파업으로 입은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면 노동자의 단결은 무너지고, 저울은 다시 사용자에게로 기운다. 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보복이 합법인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조법 3조를 다시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처음 ‘노란봉투법’을 띄운 쌍용차지부는 2009년 정리해고를 반대하며 77일간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파업을 벌였다. 당시 파업으로 사측이 금속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국가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2심 판결까지 인정된 회사의 손해액은 약 98억 원, 국가의 손해액은 약 29억 원이다.

이창근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은 “워낙 많은 노동자들이 손배로 고통을 당하고 실제로 죽음까지 이르렀다”며 “손배 가압류라는 것 자체가 사용자의 노동조합 활동 무력화, 거의 괴롭히는 수단으로 사용돼왔다”고 지적했다. 

이창근 사무국장은 “쌍용차지부에도 손배 가압류 대상자였던 김주중 동지가 2018년 6월 자결했다. 그의 죽음이 손배 가압류와 관련이 없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며 “흔히 손배 가압류 몇십억, 몇백억 이야기하는데 너무 큰 돈이라서 노동자들에겐 감이 안 온다. 현실감이 없는 돈이라서 더 위압적으로 느껴진다. 이 상황을 풀어나갈 방법이 안 보이니 막막하기만 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창근 사무국장은 “노동조합 활동은 헌법에 명시된 권리지 않나. 그걸 하위법인 손배 청구가 제한할 수 있는 게 말이 안 된다”며 “개꼬리가 머리를 흔드는 형국”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에라도 노조법 2·3조 개정,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국회에서 통과가 돼서 남용되는 손배 가압류, 그로부터 발생하는 노동자들의 희생과 죽음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을지로입구역 앞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금속노조 사전대회'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노조할 권리!'라는 문구가 적힌 손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2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을지로입구역 앞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금속노조 사전대회'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노조할 권리!'라는 문구가 적힌 손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목소리③ 교섭창구단일화(노조법 29조) 폐기
“헌법엔 노동3권 보장이 있는데, 우리한텐 없어요”

교섭창구단일화제도는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조합원이 1명이라도 많은 노동조합에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부여한다. 교섭대표노조는 공정대표의무를 이행해야 하지만, 교섭에서 소수노조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교섭창구를 단일화할지, 노조마다 개별교섭을 할지는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다. 이 법을 악용하면 사용자는 소수노조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무력화하기 용이하다. 

금속노조 콘티넨탈지회가 겪은 일이 그렇다. 자동차 부품사 콘티넨탈엔 2012년 노조 파괴 전문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개입 의혹을 받는 기업노조가 생겼다. 기업노조가 소수노조일 때 회사는 개별교섭을 했다. 조남덕 콘티넨탈지회 지회장은 “개별교섭을 하던 당시 회사는 금속노조가 수용할 수 없는 안을 일부러 던지면서 교섭을 3년 정도 끌었다”며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 조합원에게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아서 법원까지 갔다. 회사는 금속노조와 교섭을 마무리하면서 ‘앞으로 금속노조와 교섭하지 않을 것’이란 말을 대놓고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2014년 기업노조가 금속노조의 조합원 수를 역전하자 회사는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밟은 뒤 교섭대표노조인 기업노조와만 교섭을 했다. 회사와 기업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엔 기업노조의 창립기념일은 유급휴일로 보장하지만, 금속노조의 창립기념일은 인정하지 않는단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조남덕 지회장은 “기업노조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사례가 몇 가지 있어서 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했다”며 “그런데 대법원까지 판결을 받기 너무 오래 걸려서 그사이에 현장은 다 진압된다.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싶은 노동자들도 이런 과정을 보면 주저하게 된다. 노동자들에게 그런 학습효과가 생긴다”고 했다. 

이어 “핵심은 법이 현장과 너무 멀다는 것”이라며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해도 처벌 조항이 없다. 또 단체협약을 통해 부당노동행위가 벌어진 수년간 회사에 책임을 물린 건 200만 원 위자료가 전부다. 고용노동부나 법원은 공정대표의무 조항으로 창구단일화제도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겠다는데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남덕 지회장은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사용자에게 어떤 노조와 교섭할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이라며 “헌법에는 노동3권 보장이 있는데 우리한텐 노동3권이 없는 상황이다. 창구단일화제도는 대표적인 악법이다. 폐기 말곤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을지로입구역 앞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금속노조 사전대회'에 참가한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와이퍼분회 조합원들이 가면을 쓰고 피켓을 몸에 걸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2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을지로입구역 앞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금속노조 사전대회'에 참가한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와이퍼분회 조합원들이 가면을 쓰고 피켓을 몸에 걸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목소리④ 방위노동자 쟁의행위 막는 노조법 41조 2항 폐기
“단위 사업장으로 치면 가장 구속자가 많은 노조”

노조법 41조 2항에 따르면 방위산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 전력·용수 및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방위산업체 노동자가 쟁의행위를 하면 국가안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명분에서다. 

방위산업체에선 이를 악용해 노동자들의 손발을 묶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금속노조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는 노동조합을 두려워할 사용자는 없다. 노동조합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 사용자는 교섭에 성실할 이유가 없다. 교섭이 막힌 노동조합은 무력하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의 방산업체 SNT중공업(옛 통일중공업) 노동자들도 파업을 못 한다. 윤정민 SNT중공업지회 지회장은 “우리가 파업을 하면 조합원들까지 경찰 조사를 당한다. 회사가 노조법에 의해서 모두 고소·고발을 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면 당연히 위축된다. 지회장이 파업을 선언해도 조합원들은 참여를 못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SNT중공업에선 방산물자 생산과 관련 없는 조합원들을 방위산업 분야로 이동시켜 노조 활동을 제한한 일도 있었다. SNT중공업의 사업 분야는 방위산업, 자동차부품, 공작기계다. 신천섭 SNT중공업지회 대의원은 “자동차부품 공장 조합원이 제일 많았는데 작년에 회사가 자동차부품 공장 생산을 외주화하고 조합원들을 전부 방산공장으로 발령냈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조 활동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SNT중공업지회가 할 수 있는 쟁의행위는 업무시간 외 선전전 혹은 기자회견 등 여론전이다. 신천섭 대의원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업무시간을 제외한 출근 선전전, 퇴근 후 집회 같은 거다. 올해는 창원에서 야간 집회를 했다. 사내 집회는 불가능할 정도로 제약을 받고 있다”며 “올해는 또 국회 앞 기자회견, 국정감사 때 선전전 등을 하면서 회사를 정치·사회적으로 압박했다. 그런 투쟁밖에 못 한다. 파업을 해서 회사에 직접 타격을 입히는 투쟁은 전혀 못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쟁의행위를 선택할 경우 구속을 감수한다. 신천섭 대의원은 “우리 지회 간부들이 구속자가 많다”며 “구속된 인원은 100명이 넘는다. 단위 사업장으로 치면 가장 구속자가 많은 노조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민 지회장은 “통일중공업일 때 우리 투쟁이 많이 알려졌는데 그땐 파업만 하면 옥쇄 파업을 했다. 파업하면 무조건 법 위반이다 보니 항상 옥쇄 파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업장에 공권력이 네 번 투입됐다. 방산노동자의 쟁의권을 제한하는 악법 때문에 그런 문제가 발생했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신군부 독재가 한창이던 1985년 4월 통일중공업 노조는 방산업체 노조 중 처음으로 파업을 벌인 바 있다. 

전태일 열사의 기일을 하루 앞두고 전한 4개의 목소리는 금속노동자들과 함께 “국회가 움직이지 않으면 국회를 흔들어서”라도 “올해 겨울 노조법 개정 투쟁에 달려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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