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6년 만에 파업...인력 감축 강행 내비친 서울시
서울 지하철 6년 만에 파업...인력 감축 강행 내비친 서울시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2.11.30 01:24
  • 수정 2022.12.01 0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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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양대 노조, 30일 6시 30분부터 파업 시작
서울교통공사노조 “단체교섭 결렬, 사측 인력 감축안 고집이 원인”
ⓒ 참여와혁신 DB
ⓒ 참여와혁신 DB

서울지하철 노동조합이 최종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서울교통공사 정원의 10%에 달하는 인력 감축안을 철회하기 어렵다는 사측의 입장에 노동조합은 논의를 중단했다. 교섭에 앞서 사측은 서울시로부터 인력 감축에 관한 합의를 해선 안 된다고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29일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본사에서 전날 중단했던 5차 본교섭을 이어갔다. 본교섭에 앞서 사측은 전향적인 안을 제시하겠다며 속개를 요청했고, 노동조합 연합교섭단이 이에 응하며 오후 2시 5차 본교섭이 재개됐다. 연합교섭단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위원장 명순필)과 한국노총 공공연맹 서울교통공사통합노동조합(위원장 김철관)로 구성된 노동조합 연합교섭단으로 구성되었다.

교섭에서 사측은 구두로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했으나, 연합교섭단은 교섭을 정회하고 사측의 제시안을 장시간 검토한 끝에 오후 10시께 최종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교섭결렬의 주요 원인은 인력 감축이었다. 이 자리에서 공사는 2026년까지 1,539명의 인력을 감축하기로 한 구조조정안을 올해 ‘유보’한다는 교섭안을 제시했다.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범죄 피살 사건과 이태원 참사로 안전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안전인력 감축을 잠시 미룬다는 것이다.

이에 연합교섭단 측은 향후 노사 합의 등을 거쳐 인력 감축을 철회·중단 혹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미인지 되물었으나, 사측에선 서울시로부터 인력 감축 철회 등에 관한 내용을 합의안에 담아선 안 된다는 전달을 받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에서 공사 인력 감축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숙고 끝에 회사 측의 주장은 ‘재정 위기를 이유로 강제적 구조조정이 없도록 한다’는 2021년 9월 13일 노사특별합의를 오히려 퇴행시키는 것으로 판단해 수용치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력 감축은 시민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신당역 참사와 10.29 참사 이후 사회적으로 비등해진 안전 강화 요구와 취지에 역행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공사의 인력 감축안에는 △기동검수반 축소·외주화 △역사 누수관리 업무 외주화 △궤도유지보수 외주화 등 지하철 안전과 연관한 업무도 포함되어있다. 인력 감축안은 서울교통공사 재정 적자 해소를 이유로 서울시에서 공사에 ‘자구책’을 요구한 결과다.

다른 쟁점 사안인 ‘5월 노사정 합의 이행’에 대해선 사측이 일부 진전된 안을 제시했다. 지난 5월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지하철 심야연장운행 재개에 따른 합의를 한 바 있다. 지하철 운행 종료 시각을 1시간 연장하되, 그에 따른 필요인력을 올해 안에 증원·충원하는 내용이다.

노사정은 승무원 209명 증원과 장기결원 90명을 충원하기로 했지만, 이 중 승무원 100명 증원만 이뤄졌고 나머지 합의사항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날 사측은 나머지 인원 증원·충원을 내년 상반기에 실시하겠다고 연합교섭단에 전했다.

그러나 정원의 10%에 달하는 인력 감축안을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사측에서 고수하자, 연합교섭단은 예정대로 30일 오전 6시 30분부터 파업에 돌입키로 했다. 서울지하철 파업은 2016년 성과연봉제 반대 이후 6년만이다. 서울교통공사노조와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는 30일 각각 파업 출정식을 진행한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파업 출정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직접 교섭에 나서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노동조합이) 교섭 재개 없이 일방적으로 결렬 선언을 함에 따라 결국 파업으로 이어졌다”며 “이번 노사 협상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이 되어왔던 부족인력 충원 등 노조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면서 파업을 막기 위해 막판까지 최선을 다해왔으나, 끝내 노동조합은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으로 지하철 1~8호선은 열차 지연 등이 발생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파업에 대비해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가동한다. 퇴직자·협력업체 직원 등 약 1만 3,000명의 인력을 확보하고, 시 직원 138명을 역사지원 근무요원으로 배치해 평시 대비 83% 수준의 대체 인력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출근 시간대(오전 7~9시)에 지하철을 평시 수준으로 정상 운행한다는 계획이지만 퇴근 시간대(오후 6~8시) 운행률은 85.7%, 그 외 시간 운행률은 72.7%로 낮춘다. 파업이 8일 이상 이어질 경우에도 출근 시간대는 지하철을 평시 대비 100% 운행하지만, 그 외 시간에는 열차 운행을 평상시 대비 72.7% 수준으로 낮춰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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