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무노조 경영 70년에 낸 균열, “누적된 불만이 노조 가입 급증으로”
CJ제일제당 무노조 경영 70년에 낸 균열, “누적된 불만이 노조 가입 급증으로”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2.12.01 13:18
  • 수정 2022.12.0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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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있는 노동자를 인정하는 회사 만들 것”
[인터뷰] 한국노총 식품노련 CJ제일제당노동조합

[인터뷰] 한국노총 식품노련 CJ제일제당노동조합

왼쪽부터 유민주 회계감사, 강상철 위원장, 양창우 사무국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올해로 70년이라는 역사를 자랑하는 CJ제일제당, 식품업계 1위를 달리며 2021년 매출액 26조 원을 넘어섰다. 8,400여 명이 일하는 대규모 기업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CJ제일제당의 70년 역사는 무노조 경영과 함께해왔다. 그랬던 그곳에 70년 만에 노동조합이 생겼다. 지난 11월 23일 그 70년의 더께에 균열을 낸 사람들을 만났다. 한국노총 식품노련 CJ제일제당노조를 만든 강상철 위원장, 양창우 사무국장, 유민주 회계감사이다. 아직 노동조합 전임자로 인정받지 못해 연차를 쓰고 서울로 올라왔다. 인터뷰는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국노총 식품노련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70년 무노조 경영에 어떻게 균열을 냈는지, 무엇 때문에 균열을 낼 생각을 했는지,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서 지금은 어떤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CJ제일제당노동조합 가입 대상자는 CJ제일제당 전국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8,400여 명의 노동자 전부이다. CJ제일제당의 사업 부문은 크게 식품사업부와 바이오사업부로 나뉘는데, 식품사업부는 3,600여 명 정도이고, 바이오사업부와 그 외 부서가 4,000여 명이 넘는다. 현재는 식품사업부 위주로 노동조합에 가입을 하고 있다. 전체 조합원 중 99%가 생산직이고 식품사업부 소속이다. 조합원은 1,000여 명이다. 

현재 조합원 다수가 식품사업부 소속이나 CJ제일제당노동조합은 가입 대상자를 모든 CJ제일제당 노동자로 열어놓은 만큼 모두에게 적용되는 단체협약안으로 교섭하고 있다. 지난 9월 15일까지 10차례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노사는 접점을 찾지 못했다. CJ제일제당노동조합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했고, 조정회의를 했으나 조정중지 결정이 났다. 이후 쟁의행위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찬성률 96.27%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 70년 무노조 경영이라는 분위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만드는 데 조심스러웠을 텐데?

강상철 : 걱정을 많이 했다. 4명이서 시작을 했다. 소문이 나면 어떻게 될지 몰랐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가입자가 급증했는데, 우리의 노력도 어느 정도 있었겠지만 그것보다는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불만이 그만큼 축적된 결과라고 본다. 그리고 4명이서 시작했지만 동료들이 불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만들면 가입을 많이 할 거라 생각했다. 급증까지는 예상 못했는데, 진짜 불만이 많이 누적된 거다.

- 누적된 불만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달라.

양창우 : 무노조 경영 70년, 노동조합이 없어서 임금협상 자체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항상 통보식이다. 그리고 고과로 임금 상승률이 책정된다. 왜 그렇게 책정됐는지 근거가 없다. 임금설명회가 아니라 임금통보회였다. 그런 부분에서 불만이 쌓였다. 임금과 고과를 회사가 쥐고 있기 때문에 다른 정당한 요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큰 대기업인데 하계휴가, 명절상여금도 없다. 교대근무가 자주 바뀌는 것에 대한 불만도 크다. 예컨대 제가 야간 근무를 하면 저녁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 일을 한다. 그리고 오후에 3시까지 출근을 하라고 한다. 그게 일상이다.

그리고 주말근무는 사실상 강제사항이다. 선택이 아니다. 왜냐면 회사가 고과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말을 하지는 않지만 업무를 시키는 사람이 고과평가자이기 때문에 할 수밖에 없다. 주말 특근을 안 하는 사람이 불이익을 받는다. 60~70%가 주말근무를 하기 싫어한다. 그리고 근무에 대한 일정을 굉장히 나중에 알려준다.

유민주 : 기본급 자체가 많이 낮다. 성과연봉제다보니 그렇다. 이번에 정년퇴직을 한 분을 알고 있다. 그분이 35년 다니고, 연 4,400만 원을 받았다. 고과에서 조금 미끄러지면 답이 없다. 게다가 나이를 많이 먹으면 고과를 잘 주지 않는다. D 받고, C 받고 하다보면 그렇게 된다. 그 분이 일을 열심히 하고 주변에서 인정받은 분이다. 제 사수였다. 35년 평생을 바쳐도 그 정도다. 그 때 회의감을 많이 느꼈다. 그것이 나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지금 5년차인 저의 임금이 연 3,000만 원 후반이다. 앞으로의 임금 상승률이 정말 낮다는 것이다.

강상철 한국노총 식품노련 CJ제일제당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 노동조건이 열악한 것 같다.

강상철 : CJ제일제당이 고용창출 관련 상을 받을 만큼 고용을 많이 하는 회사이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 그만큼 퇴사자가 많기 때문이다. 어떤 부서는 이번 달 퇴사율이 20~30%가 된다. 지금도 사람이 부족한 상황이다. 생산직만 매년 3번 이상 공개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식품업계 1위 기업이라지만 다른 식품업계 기업으로 이직을 많이 한다. 경쟁사로 이직하면 동료들이 부러워한다. 박수 치면서 보내주는데, 그만큼 CJ제일제당의 노동 환경이 안 좋다는 반증이다. 임금, 복지, 교대근무 환경 등을 포함한 노동조건 전체에서 문제가 많다.

- 노동조건에 어려움이 많은데, 조직문화는 어떤가?

양창우 : CJ의 모토가 문화를 만드는 기업이다. 그런데 오히려 사람을 망가트리고, 조직문화가 망가지는데 회사가 방치하고 있다. 고과로 사람이 망가져가는 것을 많이 보게 됐다. 고과철이 되면 조직문화가 다 깨진다. 서로 헐뜯는다. 서로의 허점에 대해서 박수를 치는 상황이다. 누가 산재가 나도 그 사람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 대한 안도를 한다. 저 사람이 밑바닥 깔아주니 내가 C를 받진 않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그러면 노노 갈등이 생긴다. 회사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또 열심히 한 사람이 C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럼 그 사람이 망가진다. 다음해부터 일을 안 한다. 지금 C 고과는 임금동결이다. B는 3% 인상, A는 6~6.5% 인상, S 고과는 7~9% 인상이다. 회사를 다니다보면 C를 받기도 한다. 10년 동안 C를 1번 받고, B를 6번, A를 3번 받아도 평균 임금인상률이 4%가 안 나온다. 물가상승률이 지난 30년 동안 약 4.8%였다.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못 따라간다. C를 한 번 받는 순간 평생 그 짐을 짊어져야 한다. 그래서 노동조합이 이런 문화를 바꿀 수 있는 활동을 하려 한다.

- 현재 교섭상황은 어떤가?

강상철 : 회사와 단체협약안을 주고받기는 했다. 회사는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한다. 과연 회사 측에서 교섭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 우리가 교섭 요구안을 수정하겠다고 양보까지 했다. 어떤 것을 수정해야 할지 알려주면 생각해보겠다고 해도 그것조차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회사의 입장은 최초 제시안 외에는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회사의 제시안에는 말도 안 되는 것들이 많다. 회사가 협정근로자로 해서 회사가 생산직의 50% 이상은 파업에 참여하지 못 한다는 것, 유관부서는 파업을 해서도 안 된다는 것, 모든 노동조합의 활동은 회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것. 이런 식이다. 저는 노동조합 위원장인데 현장관리 직급이라서 파업에 참여하지 못한다. 우리 CJ제일제당노동조합의 조직율이 높다. 그리고 식품업계의 특성상 제품 출하가 안 되면 회사에 타격이 크다. 재고를 비축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라 파업의 위력이 세다. 그런데 뭘 믿고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회사가 준 단체협약안은 ‘노동조합 죽어라’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유민주 한국노총 식품노련 CJ제일제당노동조합 회계감사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 노동조합의 주요 요구안은 무엇인가?

유민주 : 올해는 단체협약만 요구하고 있다. 크게 4가지이다. 하계휴가, 명절상여금, 수당, 경조금 지급 등이 핵심사항이다. 근로시간면제 등 조합활동과 관련해서 보장받아야 할 부분들도 물론 요구를 할 예정이다. 이것은 책무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쟁점사항은 아니다. 수당 관련해서도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 현재 노동조합 활동에서 문제는 없나?

양창우 : 노조전임자로 인정하지 않아, 연차를 쓰거나 퇴근 후에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 노동조합 사무실도 없어서 스터디 카페에서 노동조합 간부들이 만나 회의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내 현수막을 게시한 이유로 견책을 받았다. 쟁의 행위 찬반 투표를 하기 전에 선전전을 사내에서 진행하기도 했는데, 그것에 대해서도 징계하겠다고 메일을 보내서 압박을 한다. 메일을 받은 사람들은 위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것들이 조합원들에게 소문이 나길 노리는 것 같다.

강상철 : 회사가 노사협의회를 활용한다. 지금까지 노사협의회는 유명무실했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설립되자마자 강해지기 시작했다. 70년 동안 창립기념일을 대체공휴일로 만든 적이 없다. 올해 노사협의회를 통해 만들었다. 이런 형태로 노동조합이 없어도 된다는 것을 어필한다. 노동조합의 힘을 빼려고 노사협의회에 힘을 실어주려는 느낌이다. 재밌는 것이 노동조합 활동이 적을 때는 노사협의회의 요구를 잘 안 들어준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활동을 시작하려고 하면 노사협의회의 안건을 많이 받아준다.

양창우 한국노총 식품노련 CJ제일제당노동조합 사무국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 향후 어떻게 대응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계획인가?

강상철 : 일단은 사측 교섭위원들 자체도 문제가 있다. 모두 진천BC 공장에 있는 사람들이다. 회사에서는 진천BC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이 끝나길 바라는 거다. 우리는 전국 사업장에서 가입자를 받고 있고, 전국에서 가입하고 있다. 현재 사측의 교섭위원들은 결정권이 없다. 언제나 검토하겠다는 말뿐이다. “회사의 의견을 들어서 말씀드리겠다”는 말까지도 했다. 회사를 대표하러 나온 이들이 그런 말을 할 순 없지 않나. 이제는 진짜 결정권이 있는 사람이 내려오게 만들 것이다. 일단 교섭해태로 부당노동행위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 증거를 모으는 중이다. 그리고 진천BC에서만 활동을 많이 했지만, 다른 사업장으로 확장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국 사업장 대의원 선출이 그 과정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 분들을 통해서 조직 확대를 진행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 본사로 가서 출정식도 할 예정이다. 조직력 강화, 단결력 강화만이 돌파구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 어떤 일터를 만들고 싶은가?

강상철 : 회사가 현장 구성원을 인정해주는 일터를 만들고 싶다. 현장의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소중히 여기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유민주 : 근속 연수가 높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 CJ제일제당의 평균 근속 연수는 7~8년이다. 17~18년인 회사도 있다. 이건 일하기 좋은 회사라는 방증 아닌가. 우리도 15년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창우 : 경제의 주체에 사용자도 있지만 노동자도 있다. 저는 노동자가 경제의 주체로서 인정받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경제의 주체를 CEO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우리 회사가 경제의 주체로서 노동자를 인정하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