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연대, ‘초단시간노동자’ 권리 확대 위해 나아갈 것”
“알바연대, ‘초단시간노동자’ 권리 확대 위해 나아갈 것”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2.12.30 12:25
  • 수정 2022.12.3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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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시간노동 구분해 일부 노동권 배제할 근거 부족해
[인터뷰] 홍종민 알바연대 사무국장
홍종민 알바연대 사무국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홍종민 알바연대 사무국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013년 1월, 당시 최저임금 4,860원을 1만 원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출범한 알바연대는 알바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활동을 수행해왔다. 알바노동자가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하면서 휴식하고 미래를 설계할 시간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9,620원이다. 최저임금 1만 원을 정치적 의제로 만드는데 앞장섰던 알바연대가 주장한 속도보다 느리지만 사회는 천천히 나아가는 중이다.

최근 활동의 방향성을 고민하던 알바연대는 초단시간노동자에 주목했다. 주휴수당, 연차휴가, 퇴직금 등 노동법상 권리 보호에서 제외된 이들이 현재 가장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이 알바연대의 판단이다. 10년째 알바연대에서 활동 중인 홍종민 사무국장과 지난 12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알바연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며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편의점·카페 중심→교육·의료 등 확대
이전보다 다양한 알바 업종

알바노동자의 정의는 무엇일까? 한국노동연구원은 “알바 관련 연구가 미진한 이유 중 하나가 알바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기 때문”이라는 문제의식에 따라 알바 개념을 모색하는 연구를 실시했다. 2018년 ‘아르바이트 노동의 개념과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알바는 주로 학생, 주부, 청소년 등이 하는 임시적인 일자리 또는 부업이나 시간제 노동으로 이해돼왔다.

그러나 직장인·노인 알바, 생계형 알바 등의 현실을 고려하면, 현재 알바는 단시간 등 시간제노동과 한시적(단기 근로계약 또는 근로계약 기간이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인 장시간노동을 동시에 포함하는 개념으로 비정규직의 한 형태라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알바연대는 최근 3년간 알바노동자 실태를 알아보기 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올해 9월 기준) 알바 업종이 이전보다 다양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과거에는 PC방, 편의점, 카페, 식당 등 4개 업종이 알바 전체의 80~90%였다면, 올해는 50% 정도에 불과했고 그 대신 코로나19를 거치며 교육 및 보건사회서비스업 부문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조사한 초단시간노동자 현황에 따르면 두 부문의 인원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보건사회서비스업은 2013년 전체 초단시간노동자 중 9.6%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23% 수준으로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홍종민 사무국장은 최근에 이런 추세를 보며 알바노동자를 정확히 규정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그는 “택시 대란이 있었을 때 언론에서 택시알바라는 표현이 나왔고, 또 최근에 화물연대 파업 시기에는 탁송알바 얘기가 많이 나왔다. 알바라는 표현이 다양한 곳에 붙는 걸 보면서 이젠 그냥 알바라는 단어 자체가 비정규·불안정 노동의 일종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초단시간노동자, 노동시간 짧다고
권리 보호 필요성도 적다는 근거 없어

알바연대는 그간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을 주장해왔다. 알바노동자가 생계 유지를 위한 알바노동 외에 휴식이나 미래를 생각할 여유를 가지게끔 해야 한다는 이유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9,620원으로 1만 원이 머지않은 가운데 알바연대는 새로운 문제를 다시 사회적 의제로 끌어내고자 한다. 바로 초단시간노동자 문제다.

근로기준법 제18조 제3항은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에 대해 유급휴일, 연차휴가 등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시간이 주 40시간 미만인 단시간노동자 중에서도 초단시간노동자를 한 번 더 구분해 권리 보호 조항을 차별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알바연대는 초단시간노동자를 일부 노동권 보호에서 배제해야 할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23일 알바연대는 최근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권고안을 통해 주휴수당 폐지 등을 제안한 것을 비판하며 ‘초단시간노동자에게도 주휴수당 지급해야 한다’는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서도 드러난다. 인권위는 “상대적으로 근로시간이 짧다는 이유로 단시간 근로자에 비해 보호의 필요성이 적다고 볼 수 없다”며 “초단시간 근로자에게도 휴일 및 연차 유급휴가 적용 등을 배제하는 것은 단시간 근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홍종민 사무국장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서도 단시간노동자와 초단시간노동자를 구별하고 주휴수당 등 권리 보장을 달리 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 있다. 프랑스·독일 등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초단시간노동자를 따로 규정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주휴수당은 근로기준법상 주휴일을 유급으로 보장한다는 규정에서 나온 것인데 이건 추가 임금 개념보다 노동자에게 노동력을 재생산할 쉴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단순히 사용자의 임금 부담을 낮춘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초단시간노동자는 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입장에서 주휴수당 지급이 어렵다는 이유로 권리 보장을 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 홍종민 사무국장은 “그분들의 상황도 열악하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 그러나 자영업 과다 경쟁으로 인해 초단시간노동자 권리 보호가 어려워진 면이 있다는 고민도 같이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종민 알바연대 사무국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홍종민 알바연대 사무국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법망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계약’ 의심돼,
공공부문 초단시간 일자리부터 줄여야”

초단시간노동자 수는 지난 10년간 급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초단시간노동자 수는 약 179만 6,000명으로 80만 명 초반이었던 2013년에 비해 약 2배 증가했다. 홍종민 사무국장은 ‘쪼개기 계약’을 초단시간 일자리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주장했다.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노동자에겐 퇴직금·주휴일·연차휴가 등을 적용하지 않는 근로기준법의 맹점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알바연대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단시간노동자 다수가 주 14시간 근무자였다. 올해 알바연대가 알바 중개 플랫폼에 일주일간 올라온 서울 5개 구 편의점의 구인 공고를 분석했을 때도 61%가 주 15시간 미만 일자리로 나타났다.

홍종민 사무국장은 “일부 프랜차이즈 편의점은 본사에서 교육을 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주 2일 7시간씩 총 14시간 노동하는 비율이 엄청 높았다”며 “알바노동자의 의지나 선호에 따라 초단시간 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알바연대 조사 결과 구인공고 자체가 초단시간 고용을 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 흔히 말하는 MZ세대의 선호가 시장에 반영돼 초단시간 일자리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홍종민 사무국장은 장기적으로 초단시간 일자리를 줄여나가야 한다며, 공공 부문부터 초단시간노동 문제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월 9일 알바연대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공동 주최한 ‘초단시간노동자 증언대회 및 제도개선 국회토론회’에서 요양보호사와 교육공무직, 노인 공공 일자리 종사자 등 여러 공공 부문 노동자들이 초단시간노동의 어려움을 밝힌 바 있다. 홍종민 사무국장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주도적으로 초단시간 일자리를 줄여 나가고 민간 시장이 이를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알바노동자, 존중 못 받는다는 인식 있어
노동 인권 교육 등 확대도 필요 

홍종민 사무국장은 요즘 알바노동자들이 토로하는 어려움 중 하나가 사회적으로 존중받지 못한다는 인식이라고 밝혔다. “최근에 한 알바 중개업체 광고를 보면 ‘알바를 리스펙하자’라는 얘기를 한다. 이제 알바는 단순히 거쳐가는 일 또는 임시적으로 하는 일을 포함해 그것을 중심으로 삶을 설계해 나가는 사람들로 다변화되고 있다”면서 “이 사람들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앞서 말한 노동조건도 바꾸고 사회적인 문화도 개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실행돼야 할 대안으로 알바연대는 ‘노동 인권 교육’을 꼽았다. 현장에서 노동 관련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 법적 권리뿐만 아니라 인권 의식에 대해서도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홍종민 사무국장은 “이와 관련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의무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몇 년 전 울산에서 교육활동을 하면서도 느낀 건 지역별 교육 편차가 있다는 것”이라며 “서울은 민간 단체와 교육청 연계를 통해 수능이 끝난 후 학교에서 청소년 노동교육을 많이 실시하고 있다. 지방에도 관련 교육을 확대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끝으로 홍종민 사무국장은 알바연대 대변인으로 활동하던 중 사망한 고 권문석 추모집 ≪‘알바생’ 아니고 ‘알바노동자’입니다≫를 들어 보이며 언론도 알바에 대한 인식 개선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권문석 대변인께서는 2013년부터 알바생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고 ‘알바노동자’라는 표현을 쓰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아직도 알바 관련 보도가 될 때마다 알바생이라는 표현이 언급되고 있다”며 “알바노동자 중에 물론 학생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은 상황에서 알바노동자를 지칭하는 표현부터 바뀔 수 있도록 우리 알바연대도 노력할 테니 언론도 그런 표현을 신경 써서 사용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