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시간 노동자 노동법 테두리 넣는 법안 발의돼
초단시간 노동자 노동법 테두리 넣는 법안 발의돼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7.13 10:46
  • 수정 2023.07.13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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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근로기준법·퇴직급여보장법·고용보험법 등
초단시간 노동자 노동법 배제 조항 삭제 개정안 발의
12일 오후 2시 국회 소통관에서 '초단시간 노동자 권리찾기법 발의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자’들이 유급휴일·주휴수당·퇴직금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12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른바 ‘초단시간 노동자 권리찾기법(근로기준법·퇴직급여보장법·고용보험법 등 개정안)’을 대표발의한다고 알리며 개정안을 “초단시간 노동자들에게 적용 제외돼 왔던 노동법 규정을 삭제하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초단시간 노동자들은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제55조와 제60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근로기준법 조항 등에 따라 노동관계법·시행령이 일부 적용되지 않는다. 유급휴일, 유급휴가, 주휴수당, 퇴직금 등을 주지 않아도 되고, 2년을 초과해도 기간제근로자로 채용할 수 있다.

용혜인 의원은 “초단시간 노동은 우리나라에서 이미 예외가 아닌 하나의 표준이 됐음에도 낡은 법 조항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할 노동법이 노동자들을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모는 것”이라며 “오늘 발의하는 법은 노동시간을 이용해 기본적 권리를 박탈해왔던 차별을 바로잡자는 취지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불안정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바로잡기 위한 새로운 기틀을 다져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초단시간 노동자와 노동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자리해 개정안이 필요한 이유를 말했다. 의정부시립합창단에서 초단시간 노동자로 10년 동안 일하고 있는 최영일 공공운수노조 경기문화예술지부 지부장은 “의정부시와 단체협약 테이블에서 우리에게 4대 보험을 적용해달라는 이야기를 하면 시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초단시간 노동자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한다”며 “왜 법은 약자를 지켜주지 못하는 것일까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김진균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위원장은 “비정규 교수 노동자들은 연구하고, 논문 쓰고, 학생을 상담하고, 성적을 평가하는 시간 모두 인건비를 받지 못해 각종 사회제도에서 불이익을 받아 왔다. 강의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강사료를 지급받아왔기 때문”이라며 “생계를 위해 다른 초단시간 노동을 찾아보려 해도 강의실 밖 노동이 길어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노동시간을 쪼개는 사회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사회안전망 밖으로 밀려나 건강과 자존감이 박살나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민 한국노동보건안전연구소 상임활동가는 “적절한 노동시간과 임금은 노동자들의 투쟁 주제가 돼 왔다. 장시간 노동의 문제도 있지만 초단시간 일자리밖에 없어 초단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은 투잡, 쓰리잡, 포잡, 파이브잡까지 해야 한다”며 “정규직보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더 높은 강도로 일을 하는데 주휴수당과 퇴직금을 못 받으니 시간 대비 급여는 오히려 더 적다”고 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도 “노동관계법에서 초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언급은 ‘제외되는 자’로 존재할 뿐이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은 없다”며 “이를 해소할 방법은 차별과 배제의 근거 조항들을 삭제하는 것이다. 이 단순한 법 개정만으로 초단시간 노동자들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 국회는 제발 움직여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