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당 의원 권유도, 당론도 무시하는 구청장... 길어지는 강북공단 파업
자당 의원 권유도, 당론도 무시하는 구청장... 길어지는 강북공단 파업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02.09 09:40
  • 수정 2023.02.09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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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도시관리공단분회 파업 70일 넘겨
이순희 구청장, 수많은 만남 권유에도 여전히 묵묵부답
이순희 강북구청장에게 면담 요청서를 전달하려다 경찰과 구청 직원들에게 저지당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이순희 강북구청장에게 면담 요청서를 전달하려다 경찰과 구청 직원들에게 저지당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강북구도시관리공단(이하 공단) 노동자들의 파업이 74일(2/9일 기준)째 흐르며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들이 대화 상대로 지목한 이순희 강북구청장이 여전히 노동자들의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강북구도시관리공단분회(분회장 박장규, 이하 분회)는 지난해 11월 28일부터 인력충원과 추가근무에 대한 수당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 중이다. (▶관련 기사: 강북구도시관리공단 노동자 "진짜 사용자 구청장 나와라")

방상범 분회 투쟁본부장은 "20차례가 넘는 교섭 후 느낀 것은 공단에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단의 정관에 따르면 공단 운영에 필요한 사항 중 구청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항에 대해선 구청장의 승인을 얻어야 하며, 공단 이사장 또한 구청장이 임명한다. 나아가 공단의 예산에 있어서도 그 성립과 변경을 구청장에게 보고해야 하며, 구청장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예산은 시정을 명할 수 있다.

이에 분회는 공단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결정 권한이 있는 자는 이순희 강북구청장이라 보고 이순희 구청장에게 간담회 등 만남을 요청하고 있다. 방상범 투쟁본부장은 "이순희 구청장은 70일 넘게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분회의 양보에도 이순희 구청장은 묵묵부답이다. 분회는 지난 1월 2일 총파업에서 부분파업으로 전환했다. 일부가 일터로 돌아가며 한발 물러선 것이다. 아울러 지난 1월 12일, 37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던 박장규 분회장은 농성장을 방문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구청장과의 만남을 주선하겠다는 말을 들은 후 단식투쟁을 중단하며 한발 더 물러섰다. 하지만 이순희 구청장은 화답하지 않았다.

이후 박용진 의원은 적극적으로 이순희 구청장에게 강북분회와의 만남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1월 13일 박용진 의원은 이순희 구청장과의 차담회를 통해 강북분회와의 만남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순희 구청장은 차후 박용진 의원에게 통화를 통해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강북구 구의원도 중재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최치효 강북구 구의원은 지난 1월 31일 강북구의회 임시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이승희 구청장에게 작심 발언을 했다. 최치효 의원은 "강북구청장은 공단을 관리·감독하는 지위에 있다"며 "협상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공단 직원의 요구를 외면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소통하는 것이 구청장의 책무"라고 질타했다. 최치효 의원은 참여와혁신과의 통화에서 "이순희 구청장에게 일단 간담회라도 해보라고 제안했지만 여전히 답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시민의 불편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강북구청은 노조의 진입을 막는다며 민원실의 입구를 폐쇄한 채, 쪽문 하나만 열어두고 있다. 7일 오후 2시경 구청 청사를 방문했던 민원인 중 한 명도 구청이 문을 닫은 줄 알고 돌아가려다 구청 직원의 안내를 받고 간신히 청사로 들어갔다.

7일 오후 강북구청의 입구가 닫혀 있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7일 오후 강북구청의 입구가 닫혀 있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아울러 이순희 구청장의 태도는 민주당의 당론에도 어긋난다고 방상범 투쟁본부장은 지적한다. 이순희 구청장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7대 입법과제로 노란봉투법을 지정한 바 있다. 노란봉투법은 진짜 사용자인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동자들이 교섭을 인정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방상범 투쟁본부장은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며 공단의 노동자들과 만남조차 거부하는 이순희 구청장의 모습은 소속 당의 당론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분회는 지난 1월 26일 더불어민주당에 이런 사실을 담은 '당대표 면담 촉구서'를 더불어민주당에 전달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원국은 "해당 민원은 아직 이재명 당대표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지역구가 강북구인 의원들과 소통하며 사안을 파악 중이다"고 전했다.

방상범 투쟁본부장은 "이순희 구청장이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면 파업이 장기화할 것 같다. 구청 앞에서 아침, 점심, 저녁 1시간씩 피켓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다양한 방법으로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황현준 강북구청 홍보담당관 언론팀 팀장은 "현재로서 이순희 구청장은 강북분회를 만날 계획이 없다"고 전해 왔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7일 저녁 7시 강북구도시관리공단분회 노동자들이 강북구청 앞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