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엔 "죄송" 노조엔 "조폭"이라는 원희룡 장관
건설사엔 "죄송" 노조엔 "조폭"이라는 원희룡 장관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03.10 16:49
  • 수정 2023.03.1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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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불법행위 알고도 "일용직보다 불쌍한 게 전문건설인"이라는 원희룡 장관
건설노조 "'권건유착(권력과 건설업계 유착) 아닌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사례발표'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건설노조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편향된 시각으로 건설업 종사자들을 바라본다고 비판했다.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놓고 건설노조엔 "조폭" "독"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건설사 불법행위에 대해선 행위 당사자인 건설사에 "불쌍한 전문건설인" "죄송하다"고 했다는 이유에서다. 건설노조는 원희룡 장관이 "건설노조 활동은 무조건 불법"으로 치부한 채 "건설업계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며 이를 두고 '권건유착'(권력과 건설업계의 유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위원장 장옥기, 건설노조)은 원희룡 장관의 이런 편향적인 시각이 8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사례발표'(주관: 대한전문건설협회, 철근·콘크리트사용자연합회)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날 원희룡 장관은 전문건설업체 사용자들에게 페이퍼 컴퍼니, 벌떼 입찰, 임금 체불, 이주노동자 불법고용, 불법 다단계 하도급 등 건설사에서 행해지는 불법 행위를 시정해 달라고 주문하며 "이런 행위들이 노조에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건설노조는 "원희룡 장관은 건설사가 벌이는 불법행위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처벌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불법마저도 '노조에 빌미가 되지 않기 위해' 없애야 한다며 '좋게 좋게 가자'는 식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희룡 장관은 노조가 월례비를 받지 않는 대신 월례비의 대가로 행해지던 불법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조차 태업이라며 강경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그 발언과 이번 발언을 비교해 보면 원희룡 장관이 자본과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다"며 이중적인 태도라 비판했다.

건설노조는 "원희룡 장관은 건설계가 행하는 불법행위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그동안 정부에서 못 지켜줘서 죄송하다' '(노조와 원청 사이에 치이는) 전문건설인이 일용직보다 불쌍하다'며 더 열심히 노조를 몰아내겠다는 투로 말한다. 이게 '권건유착'이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주장했다.

또한 "원희룡 장관이 이날 언급한 불법행위들은 건설현장 불법행위의 핵심"이라며 "이는 건설노조가 십수 년 동안 정부에 해결을 요구했던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에 대한 해결책은 전무"하며 "그저 노동조합을 대상으로만 불법행위 철폐를 이야기할 뿐이다"며 강하게 정부를 비판했다.

아울러 "정부에겐 투명하고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단지 건설업계와 유착해 노조를 몰아내고, 현장을 업계가 원하는 데로 만들어 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원희룡 장관의 발언에 대해 브리핑을 통해 "노조는 함께해야 할 파트너다. 노조와의 대화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원희룡 장관이 저만의 아집과 편견에서 나와 균형감 있게 현장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재계의 꼭두각시 노릇이나 하게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