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세대 공무원 화합할 방안 마련할 것”
“모든 세대 공무원 화합할 방안 마련할 것”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04.10 00:39
  • 수정 2023.04.10 0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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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사기 저하시키는 보수, 물가만큼 인상률 보장해야“
[인터뷰] 김현진 공무원노동조합연맹 위원장

 

김현진 공무원노동조합연맹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김현진 공무원노동조합연맹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공무원 노동조합이 초기 목표인 ‘공직사회 개혁’을 어느 정도 완수했다고 봐요. 그렇다면 젊은 세대를 어떻게 노동조합으로 끌어당기느냐의 문제가 있어요. 공무원연맹이 조합원 사기 진작이나 보수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요구가 제일 높죠.” 연임에 성공하며 지난해 12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김현진 공무원노동조합연맹 5대 위원장은 현장 순회를 하고 있다. 그는 베이붐 세대 퇴장에 따른 세대교체, 퇴직 공무원 증가 등 변해가는 공직사회에 부합하는 공무원 노동조합의 역할을 모색 중이다. 3월 14일 공무원연맹 사무실에서 김현진 위원장을 만났다.

“모든 세대 화합할 방안 마련해야”

- 작년 12월 6일 5대 집행부가 출범했다. 선거 당시 ‘세대를 넘어 새로운 시대를 여는 노동조합’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젊은 세대와 기존 세대 간 공통된 의제를 찾자는 의미다. 최근 5년 새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퇴직하며 공직사회 인력 구성의 3분의 1 정도가 바뀌었다. 젊은 세대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 공직사회에 있다. 세대 갈등이 존재하는데도, 공무원 노동조합 정책을 보면 관련 활동이 미흡하다. 지금 시대에 맞게 정책을 전반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속 고민 중이다. 노동조합이 특정 세대에만 맞춰 활동할 수는 없지만, 갈등을 방치해서도 안 된다. 전체 공무원이 화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무원 노동조합의 존립에 대한 문제의식도 담겨있다. 공무원 노동조합이 생겼을 당시 추구했던 기치는 공직사회 개혁이다. 내부 비리, 인사에 대한 불만과 각종 부조리가 많았던 때다. 수직적인 공직사회 문화 속 잘못된 지시가 적지 않았고, 공무원 스스로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필요성이 굉장히 컸다. 그 결과 공직사회 내부 개혁은 상당 부분 이뤄졌다. 이제는 노동조합이 젊은 세대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할 때다.

- 98.01%의 높은 지지율로 위원장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집행부의 성과를 꼽자면?

2021년 상급단체를 한국노총으로 변경하면서 공언한 약속이 있다. 공무원 타임오프제 도입, 경제사회노동위윈회 참여, 한국노총 사무처 내 공무원 전담 기구 설치 등이다. 무조건 완수하겠다고 공약했고 1년 6개월 만에 다 끝냈다. 여기에 소방공무원 등이 겪는 공무상 재해 부담을 완화하는 공상추정제도도 입법됐다. 그런 부분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한다.

다만 입법 활동과 급격한 조직 확대로 현장 의견 청취에 미흡했던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현재 단위 노조를 방문 중인데, 상반기 내에 현장 순회를 마치는 게 목표다. 여론을 수렴해서 일선에 있는 조합원과 밀접한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 현장 조합원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기 위해서 공청회나 정책 토론을 적극 진행할 예정이다.

- 현시점에 가장 중요한 입법 과제는?

공무원 정치기본권 보장이다. 한국노총에 와서도 꾸준히 얘기했다. 힘 있게 추진하려 한다. 세계적으로 공무원 정치 기본권을 우리나라만큼 제약하는 곳이 없다. 정치적 의사표현을 못 하다 보니 매번 개혁의 대상이 되고, 정책을 힘 있게 요구하기 어렵다. 최소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치적 견해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령 신분을 밝히지 않은 정당 가입, 10만 원 이하 국회의원 후원, 선거인단 참여 등은 해도 되지 않을까. 무한정 길을 터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업무와 관련해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후원금 기부 대상을 이해관계 없는 사람으로 한정하고, 정당 가입 유도를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마련하면 될 것이다.

- 공무원 노동조합에서 오래시간 요구했으나 풀리지 않는 과제다. 어디서부터 해결해갈 계획인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 반발을 일으킬 과도한 요구는 곤란하다. 공무원이 정치기본권을 보장받아서 생길 부작용을 부정해선 안 된다. 반대하는 분들과 많은 예기를 나누고, 문제를 예방할 방안을 제시해야한다. 교수·시민사회단체·정당이 참여하는 국회 토론회, 공청회 등을 통해 우리 대안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해 문제점을 최소화할 방지책을 만들고자 한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사기 저하시키는 공무원 보수,
물가인상률만큼은 인상 보장해야“

- 현장 순회 중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무엇인가.

보수 저하에 관한 얘기다. 지난해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1.7%에 불과했다. 주휴수당은 없고 시간외근무수당도 호봉의 55%밖에 못 받는다. 공무원 중에서 일반 행정직의 임금은 민간 대비 78%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왜 내가 공무원을 하고 있냐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온다. 사기 저하다. 최근 입직한 젊은 세대의 퇴직률*이 과거에 비해 굉장히 높다. 인사혁신처장이 설명회에서 언급할 정도로 심각하다.
* 20~30대 공무원 퇴직자 수는 2017년 1,559명에서 2021년 2,454명으로 57%가 증가했다. 9급 국가공무원 경쟁률은 2013년 74.8%에서 2023년 22.8%로 하락했다.

- 사회적으로 각광받던 공무원에 대한 선호가 낮아진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국민은 공무원을 대우받는 직업으로 여기지만, 업무도 많고 민원에 시달린다. 사회복지 등 대민 업무가 상당히 늘었다. 악성 민원이 많아졌지만, 민원인을 이길 공무원은 한 명도 없다. 스트레스와 피로도는 높은데 경제적 지위가 낮다. 일반 행정직 공무원은 민간 대비 평균 80% 이하의 보수를 받으며 일한다. 영리 활동에 제한을 받는다. 정치권에서는 항상 개혁의 대상으로 여긴다.

물론 안정적인 일자리는 맞다. 범죄처럼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는 한 잘리지 않는다. 그런데 안정성을 제외하면 공직 생활에 대한 메리트를 찾아보기 어렵다. 과연 젊은 세대에게 좋은 직업으로 보일까? 그래서 요즘에는 공직에서 4~5년 경력을 쌓아 민간으로 옮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본다.

- 공무원의 낮은 보수를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가.

현재 공무원보수위원회에 아무런 권한이 없다. 인건비를 결정하는 기획재정부가 참여하지 않으니 공무원보수위에서 내놓은 인상률 권고안은 무의미해진다. 법적으로 아무 권한도 효력도 없다. 공무원보수위를 인사혁신처가 아닌 국무총리 산하 기구로 재편해서 국무회의에 인상률을 건의하는 형식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여러 대안을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다. 공무원보수위의 위상을 법적으로 높이는 입법 활동도 진행할 예정이다. 공무원 보수 물가연동제도 주장하고 있다. 민간처럼 최소한 물가인상률 만큼은 공무원 보수가 오를 수 있도록 정부에서 보장해줘야 한다.

“대책 없는 개혁 막겠다”

-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고 1년 지났다. 정부가 ‘공직 사회 개혁’을 강조했는데, 정권 교체로 인한 변화를 체감하는지.

정부는 공무원 정원 감축을 공직 사회 개혁으로 말한다. 자연감소분보다 인력을 적게 뽑겠다는 것인 만큼, 현장에서 당장에 변화를 체감할 순 없다. 그렇지만 인력 감축을 추진한다면 2년 내에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거로 본다.

공무원이 110만 명을 넘었다지만, 숫자만 두고 많다고 보긴 어렵다. 문재인 정부에서 늘어난 공무원은 주로 소방과 보건복지 쪽이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보았듯 현장에 꼭 필요한 인력이다. 국민의 재산권·생명권과 직접 연결된 소방·경찰 공무원을 줄일 수는 없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학생 수 감소로 자연 감축은 될지 몰라도, 인위적으로 줄이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행정직인데, 과연 어디서 사람을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자체 중 공무원과 공무직 수가 비슷한 곳도 있다. 공무원을 줄여서 행정을 수행하지 못하면 공무직을 뽑아야 한다는 의미다. 어차피 세금이 투여되는 건 똑같다. 공무원 보수가 월등히 높으면 모르겠지만, 시군 공무원 대부분 6급으로 퇴직하니 보수 차이는 크지 않다.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인력 감축은 개혁이 아니다.

진짜 개혁은 불필요한 일을 없애는 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업무가 쌓인다. 사회복지제도만 해도 몇 가지 있는지 파악하지 못할 정도다. 불필요한 일은 줄이고 비슷한 업무를 통합·통일시켜야 한다. 일은 그대로 두고 공무원 수만 줄인다면 보여주기일 뿐이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 연금개혁이 사회적 이슈다.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투쟁을 예고했는데, 어떤 내용인가.

대책 없는 개혁을 막자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에 정부 예산이 투입된다는 이유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데 통합론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보수의 문제다. 공무원연금에는 낮은 보수에 대한 보상과 퇴직금 개념이 포함돼있다. 연금 통합으로 공무원연금 수령액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추겠다면, 공무원의 보수와 초과근무수당을 민간 수준으로 맞추고 퇴직금도 줘야 한다. 실상 불가능한 얘기다.

아울러 공무원연맹은 모든 연금의 수급 개시일을 앞당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은 퇴직 후 연금을 받기까지 5년간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 전 세계에서 퇴직일과 연금개시일이 동일하지 않은 나라를 찾기 어렵다. 그런데 한국에선 연금개시일을 65~67세로 늦추자는 주장마저 나온다. 7년간 소득 없이 생활하라는 건데, 그건 애 낳지 말라는 얘기다. 지금은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돼야 결혼한다. 30대 초반에 결혼해서 중반에 아이를 낳으면 퇴직 때 대학생 자녀를 두게 된다. 돈이 가장 필요할 때 대다수 국민이 수입원을 잃는 셈이다. 2015년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면서 정년 연장을 논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껏 안 지키고 있다.

덧붙여 국민연금에 대한 정부 책임을 의무화하고 부담 비율을 늘려야 한다. 한국은 노후에 대한 국가 부담이 너무 적다. 역대 정부의 연금개혁은 한마디로 더 내고 덜 주는 방향이다. 그건 국가의 자세가 아니다.

- ‘교원·공무원노조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를 도입하는 공무원·교원노조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다. 현재 구체적 시행 방안을 논의 중인데 쟁점은?

쟁점은 결국 인원이다. 과연 공무원 타임오프 적용 인원을 민간 수준으로 정할지 의문이다. 최소한의 활동은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정부 입장이 아직 나오지 않아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내부적으로는 추후 상황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해두었다.

- 선거 당시 ‘공직사회 현안에 대한 정책 네트워크 시스템 구축’을 공약으로 밝혔다.

한국노총에 와서 네트워크를 형성하지 않으면 입법 활동에 하기 상당한 한계를 가지게 된다는 걸 실감했다. 공무원연맹이 아직 네트워크를 명확히 구축하지 못했는데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과 연대를 공고히 해야 한다. 한국노총의 힘이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항상 해 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